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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카비르는 힌두교와 이슬람을 억지로 섞자고 한 게 아니라, 두 종교가 저마다 떠받드는 겉모습 너머에 오직 하나의 신만 있다고 보아 그 경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 사람이에요. 그래서 어떤 학자는 그를 '두 종교를 하나로 이은 사람'이라 부르고, 어떤 학자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불러요.
반 친구 두 명이 서로 다른 축구팀을 응원한다고 해봐요.
유니폼 색도, 응원가도 다르죠.
그런데 누군가 "경기장 밖에서는 다 같은 공놀이잖아" 하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두 팀을 억지로 합친 게 아니라 '팀보다 더 큰 것'을 가리킨 거예요.
카비르(15세기 인도의 시인이자 사상가)가 힌두와 이슬람을 두고 한 일이 딱 이랬어요.
카비르는 신이 형식 너머에 오직 하나로 있다고 보았어요.
그러면 힌두 사원에서 부르는 이름이든 이슬람 모스크에서 부르는 이름이든, 결국 같은 하나를 다르게 부르는 것뿐이죠.
겉모습이 달라도 향하는 곳이 같다면 힌두와 이슬람을 가르는 담은 무너져요.
이것이 카비르가 말한 '합일'의 뼈대예요.
카비르의 삶 자체가 두 세계 사이에 놓여 있었어요.
그는 니루(Niru)와 니마(Nima)라는 가난한 이슬람교도 방직공 부부에게 길러졌다고 전해져요.
그러니 자란 집은 이슬람 쪽이었죠.
그런데 그의 스승은 힌두 비슈누파 성자 라마난다(Ramananda)로 알려져 있어요.
라마난다는 '신이 모든 존재 안에 깃들어 있다'고 가르친 인물이었고요.
한쪽 발은 이슬람 가정에, 다른 쪽 발은 힌두 스승에게 두었던 셈이에요.
카비르 사상에서 삶이란 개별 영혼(지바트마, Jivatma)과 신(파라마트마, Paramatma) 사이의 만남이고, 구원은 이 둘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에요.
그에게 중요한 건 '어느 종교냐'가 아니라 '내 안의 영혼이 하나뿐인 신과 만나느냐'였던 거죠.
그러니 종교의 간판은 자연히 뒤로 밀려났어요.
여기서 조심할 점이 있어요.
카비르를 '힌두와 이슬람을 사이좋게 이은 사람'으로만 기억하면 절반만 맞아요.
학자들 사이에서 해석이 크게 갈리거든요.
| 역사가들 시각 | 최근 학자들 시각 |
|---|---|
| R.C. 마줌다르 등 역사가 | 린다 헤스(Linda Hess) 등 |
| 힌두와 이슬람을 화해시킨 최초의 인도 성자 | "카비르를 두 종교의 종합자로 그리는 건 잘못된 그림" |
| 양쪽 신도가 함께 어울릴 보편 교리를 폈다 | 두 종교의 어리석음을 모두 강하게 비판했다 |
실제로 카비르는 어느 편도 봐주지 않았어요.
로널드 맥그레거에 따르면 그는 이슬람을 떠났고(left Islam), 동시에 무슬림의 소 도살 관습을 힌두교도가 비판하듯 똑같이 비판했어요.
두 종교를 섞은 게 아니라, 두 종교의 겉치레를 나란히 나무란 거예요.
그래서 많은 학자는 그가 '통합'을 제안했다기보다 '종교라는 형식이 꼭 필요한가'를 물었다고 봐요.
카비르의 '합일'은 화해의 악수라기보다, 담 자체를 치워버린 빈터에 가까웠던 셈이죠.
말로만 그친 생각이 아니었어요.
흔적이 오늘까지 남아 있어요.
그가 살던 바라나시(베나레스)에는 카비르에게 바친 사원이 두 곳 있는데, 하나는 힌두교도가, 다른 하나는 무슬림이 관리해요.
그런데 두 곳 모두 매일 그의 노래를 부르는 등 예배 방식이 서로 비슷해요.
같은 사람을 두 종교가 각자의 방식으로 기리는 진귀한 풍경이죠.
또 그의 시구는 시크교 경전 『아디 그란트(Adi Granth)』에 대거 실렸는데, 이 경전에 담긴 비(非)시크교도의 글 가운데 카비르의 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요.
힌두도 무슬림도 아닌 제3의 전통까지 그를 품은 거예요.
오늘날 그를 따르는 '카비르 판트(Kabir Panth, 카비르의 길)'는 신도가 약 960만 명으로 추산돼요.
카비르의 '힌두와 이슬람의 합일'은 두 종교를 반죽처럼 섞은 게 아니라, 신은 하나여서 그 앞에서는 종교의 경계가 의미를 잃는다는 생각이었어요.
이슬람 가정에서 자라 힌두 스승을 둔 그의 삶이 이미 두 세계 사이에 있었고요.
다만 그가 '화해'를 꾀했는지, 아니면 두 종교 모두를 넘어서려 했는지는 학자마다 다르게 봐요.
확실한 건 하나예요.
오늘도 힌두 사원과 무슬림 사원이 같은 사람의 노래를 부른다는 사실이에요.
그 장면이 카비르가 남긴 답을 대신 말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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