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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히에이산 엔랴쿠지는 사이초가 785년 교토 곁 히에이산에 올라 연 절이에요. 이 산이 새 수도의 동북쪽, 풍수에서 나쁜 기운이 드나든다는 방위에 놓여 있어서, 여기서 홀로 수행하는 사이초가 도읍을 지켜 준다고 여겨졌지요.
교토에 가면 시내 북동쪽으로 우뚝 솟은 산이 하나 보여요.
히에이산(比叡山)이에요.
그 산속에 자리한 큰 절이 엔랴쿠지(延暦寺)이고, 이 절의 첫 돌을 놓은 사람이 승려 사이초(最澄, 767~822년)예요.
사이초는 785년, 스무 살 무렵 나라의 큰 절 도다이지에서 정식 승려가 되자마자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시를 떠나 이 산으로 들어갔어요.
화려한 절에서 이름을 얻는 대신, 아무도 없는 숲에서 홀로 공부하고 수행하는 길을 고른 거예요.
히에이산 엔랴쿠지는 바로 그 '산으로 들어간 결심'에서 시작된 절이에요.
산에 오른 사이초는 곧 '간몬(願文)'이라는 짧은 서원문을 지었어요.
서원문은 '나는 이렇게 살겠다'고 스스로에게 하는 약속이에요.
여기서 그는 다섯 가지를 다짐하는데, 그중 하나가 '눈·귀·코·혀·몸·뜻 여섯 감각(육근)이 맑아지기 전에는 산에서 내려가지 않겠다'는 거였어요.
요즘 말로 하면 '실력이 무르익기 전에는 세상에 나가 이름을 팔지 않겠다'는 각오죠.
그러고는 홀로 대장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 나갔어요.
대장경은 불교 경전을 몽땅 모아 놓은 거대한 책 더미예요.
스승 곁에서 배우기보다 산속에서 원전을 직접 파고든 이 시간이, 훗날 그가 새 가르침을 열 밑천이 됐어요.
사이초가 산에 든 지 얼마 안 되어 큰일이 벌어져요.
일본의 수도가 784년 나가오카쿄로, 다시 795년 지금의 교토로 옮겨진 거예요.
그런데 히에이산이 우연히 새 수도의 동북쪽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옛 중국 풍수에서 동북방은 '귀문(鬼門)', 곧 나쁜 기운이 드나드는 문으로 여겨졌어요.
집으로 치면 대문 반대편의 어둑한 뒷문 같은 자리죠.
그 위험한 방위에 이미 훌륭한 수행자가 앉아 있으니, 사람들은 '사이초가 도읍을 지켜 준다'고 생각했어요.
조용히 숨어 공부하던 산속 절이, 하루아침에 나라가 주목하는 절이 된 셈이에요.
788년 사이초는 산에 작은 암자를 하나 세우고 '일승지관원(一乗止観院)'이라 불렀어요.
그 안에 약사여래(藥師如來) 불상을 모시고, 그 앞에 등불 하나를 밝혔지요.
그러면서 이 불이 영영 꺼지지 않기를 빌었어요.
놀랍게도 이 등불은 '후메쓰노호토(不滅の法灯)', 곧 '꺼지지 않는 법의 등불'로 불리며 12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켜져 있다고 전해져요.
사람이 밤낮으로 기름을 채워 불씨를 잇는 거예요.
작은 암자였던 일승지관원은 세월이 흐르며 몸집을 키워, 오늘 우리가 히에이산 엔랴쿠지라 부르는 큰 절이 됐어요.
엔랴쿠지는 기도만 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길러 내는 곳이었어요.
사이초는 818년 '산게가쿠쇼시키(山家學生式)'라는 규칙을 만들어, 이 산에서 공부하는 학인들은 12년 동안 산을 내려가지 않고 수행에 전념하라고 정했어요.
12년이면 초등학생이 대학생이 될 만큼 긴 시간이에요.
그렇게 산에서 오래 여문 승려들이 나중에 일본 곳곳으로 흩어져 여러 종파의 뿌리가 됐어요.
그래서 훗날 사람들은 히에이산을 '일본 불교의 어머니 산'이라 부르기도 해요.
사이초 자신도 822년 이 산의 중도원(中道院)에서 눈을 감았어요.
다만 이 산의 역사가 밝기만 했던 건 아니에요.
세월이 흐르며 엔랴쿠지에는 무기를 든 승려들, 곧 승병(僧兵)이 자라났고, 이들이 무력을 휘두르며 정치에 끼어들기도 했어요.
에도시대의 한 사서는 이를 두고 '自佛法入我邦以降,蠹國害政,未有如是甚者也', 곧 '불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래로 나라를 좀먹고 정치를 해친 것이 이보다 심한 적이 없었다'고 매섭게 꼬집었어요.
다만 이건 사이초가 죽고 수백 년이 지난 뒤의 평가예요.
사이초 본인은 조용한 수행과 인재 양성을 바랐을 뿐 훗날의 다툼까지 뜻한 게 아니라는 점은 나눠서 봐야 해요.
히에이산 엔랴쿠지는 사이초가 도시를 등지고 산으로 들어가 세운 절이에요.
새 수도 교토의 동북쪽 '귀문'에 자리해 나라를 지킨다고 여겨졌고, 788년의 작은 암자에서 시작해 큰 절로 자랐지요.
1200년째 켜져 있다는 '꺼지지 않는 법의 등불'과 12년 산속 수행의 전통이 이 절을 오래 특별하게 만들었어요.
밝은 등불 곁에 훗날의 그늘도 있었다는 것까지 함께 기억하면, 히에이산이라는 한 산이 일본 불교에서 어떤 자리였는지 조금 더 또렷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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