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코멘트
0
개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뢰야식(阿賴耶識, ālayavijñāna)은 눈·귀·생각 같은 겉마음 아래 숨어 있는 가장 깊은 마음이에요. 우리가 겪은 모든 일이 흔적으로 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이고, 그 쌓인 것이 다음 순간의 나를 만드는 바탕이 됩니다.
현장(602~664)은 당나라 승려예요.
인도까지 걸어가 657부의 경전을 짊어지고 645년 정월 장안에 돌아왔고, 평생 75부 1335권을 번역해 중국에 유식학을 뿌리내린 사람입니다.
그가 세운 법상종(法相宗), 곧 유식종의 한가운데에 바로 이 아뢰야식이 있어요.
현장은 《팔식규구송(八識規矩頌)》이라는 짧은 게송(운문 형식의 글)에서 사람의 마음을 여덟 겹으로 나눠 정리했는데, 그 맨 밑바닥 여덟 번째 마음이 아뢰야식이에요.
오늘은 이 여덟 번째 마음 하나에만 집중해 볼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뢰야식은 '내가 겪은 모든 것을 담아 두었다가 다시 나를 만들어 내는 마음의 창고'입니다.
한자로 阿賴耶識이라고 쓰고 산스크리트로는 ālayavijñāna라고 해요.
앞부분 阿賴耶(ālaya)는 인도말 소리를 한자로 그대로 옮긴 것으로, 뜻은 '저장하는 곳, 창고, 집'이에요.
뒷부분 識(vijñāna)은 '앎, 마음'이고요.
그래서 뜻으로 풀어 옮길 때는 藏識(장식), 곧 '창고 마음'이라고도 불러요.
이름 그대로예요.
무언가를 담아 두는 마음이라는 뜻이죠.
컴퓨터에 비유하면 하드디스크 같은 거예요.
화면에 떠 있는 창은 껐다 켰다 사라지지만, 우리가 저장한 파일은 하드디스크에 남아 있잖아요.
겉으로 오가는 생각과 감각이 화면의 창이라면, 그 모든 것을 소리 없이 저장해 두는 하드디스크가 아뢰야식이에요.
우리는 보통 마음이 하나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유식에서는 마음을 여덟 겹으로 나눠서 봐요.
현장의 《팔식규구송》이 정리한 여덟 마음을 표로 보면 이래요.
| 순서 | 이름 | 하는 일 |
|---|---|---|
| 1~5 | 안·이·비·설·신식 |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몸으로 느끼는 다섯 감각 |
| 6 | 의식(意識) | 그 감각을 모아 생각하고 판단하는 마음 |
| 7 | 말나식(末那識) | '나'라고 끊임없이 붙드는 자아 의식 |
| 8 | 아뢰야식(阿賴耶識) | 모든 것을 저장하는 가장 깊은 창고 마음 |
앞의 여섯 마음은 우리가 평소에 느끼는 마음이에요.
잠들면 감각도 생각도 잠시 멈추죠.
하지만 자고 일어나도 나는 여전히 나예요.
어제 배운 것도, 오래된 습관도 그대로 남아 있고요.
그 '멈추지 않고 이어지는 바탕'을 설명하려고 여덟 번째 마음을 맨 아래에 둔 거예요.
아뢰야식은 잠들거나 기절해도 꺼지지 않고 흐릅니다.
크게 두 가지예요.
첫째는 저장이에요.
우리가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행동할 때마다 그 경험이 아주 작은 흔적으로 남아 이 마음에 쌓여요.
마치 눈밭을 걸으면 발자국이 남듯이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기억나든 안 나든 흔적은 남습니다.
둘째는 그 저장된 것이 다시 밖으로 나와 다음 순간의 나를 만드는 일이에요.
창고에 쌓인 흔적이 조건이 맞으면 싹을 틔워서, 지금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어떤 사람인지를 빚어내죠.
그래서 아뢰야식은 익은 결과라는 뜻으로 이숙식(異熟識)이라고도 불려요.
어제 심은 것이 오늘 다른 모습으로 익어 나온다는 거예요.
(이 '흔적이 씨앗처럼 쌓인다'는 이야기는 종자설이라는 다른 주제에서 더 자세히 다뤄요.)
여기서 가장 헷갈리기 쉬운 대목이에요.
'죽어도 안 사라지고 이어지는 마음'이라니, 그러면 영혼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아뢰야식은 영혼과 달라요.
영혼은 보통 절대 변하지 않는 고정된 '나의 알맹이'로 여겨지죠.
아뢰야식은 그런 딱딱한 알맹이가 아니라, 강물에 더 가까워요.
강은 이름은 하나지만 물은 한순간도 같은 물이 아니잖아요.
위에서 계속 새 물이 내려오고 아래로 흘러가요.
아뢰야식도 경험이 계속 흘러들고 흘러 나가면서 매 순간 조금씩 바뀝니다.
그래서 항상 같지도 않고(不常), 뚝 끊기지도 않아요(不斷).
고정된 나는 없지만 흐름은 이어지는, 딱 그 사이의 마음이에요.
아뢰야식은 현장이 인도에서 가져와 중국에 전한 유식학의 여덟 번째 마음이에요.
이름 그대로 '창고 마음'이라, 우리가 겪은 모든 일을 흔적으로 저장했다가 다시 꺼내 다음 순간의 나를 만들어요.
겉으로 오가는 감각과 생각 아래에서 잠들어도 꺼지지 않고 흐르는 가장 깊은 바탕이죠.
다만 변하지 않는 영혼이 아니라, 늘 흘러가며 조금씩 달라지는 강물 같은 마음이라는 점만 기억하면 돼요.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