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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득의망언(得意忘言)은 말이란 뜻을 담아 전하는 도구일 뿐이니, 뜻을 제대로 붙잡았으면 말 자체에 매달리지 말라는 원칙이에요. 오히려 글자 하나하나에 집착하면 정작 하려던 속뜻을 놓치기 쉽다는 거예요.
친구한테 길을 알려준다고 해볼게요.
"저 편의점에서 오른쪽"이라고 말하는 순간 중요한 건 그 말이 아니라 친구가 길을 찾는 거예요.
친구가 편의점을 지나 무사히 도착했다면, 아까 한 말을 굳이 외우고 있을 필요는 없죠.
말은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심부름꾼일 뿐이니까요.
득의망언(得意忘言)은 바로 이 감각을 담은 말이에요.
得(얻을 득), 意(뜻 의), 忘(잊을 망), 言(말씀 언), 그대로 풀면 "뜻을 얻으면 말을 잊는다"예요.
말은 뜻을 전하려고 쓰는 도구일 뿐이니, 일단 뜻을 제대로 붙잡았으면 말 그 자체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오히려 글자 하나하나를 붙잡고 따지다 보면 정작 하려던 말의 속뜻을 놓치기 쉽다는 경고이기도 하고요.
왕필(王弼)은 서기 226년부터 249년까지 산 삼국시대 위나라의 학자예요.
아주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 정확한 나이는 자료마다 스물세 살 또는 스물네 살로 조금 다르게 전해져요.
그 짧은 삶에 노자 『도덕경(道德經)』과 『주역(周易)』에 주석을 달아 후대 중국 철학에 큰 영향을 남긴 사람이에요.
그가 마주한 고민은 이런 거였어요.
옛 경전은 아주 오래전 문자로 쓰여 있고, 사람들은 그 글자를 한 자 한 자 붙잡고 뜻을 따지느라 정작 성인이 전하려던 큰 뜻은 놓치곤 했어요.
왕필이 보기엔 글자는 뜻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일 뿐이에요.
사다리를 다 올라갔으면 계속 사다리에 매달려 있을 게 아니라 올라선 그 자리를 봐야죠.
그래서 그는 말과 뜻의 관계를 다시 정리하면서 "뜻을 얻으면 말을 잊는다"는 태도를 강조했어요.
손가락과 달 이야기가 딱 맞아요.
누가 달을 가리키며 "저기 봐"라고 하면, 봐야 할 건 달이지 손가락이 아니에요.
손가락만 뚫어지게 보고 있으면 정작 달은 못 보죠.
여기서 말은 손가락, 뜻은 달이에요.
지도도 그래요.
지도는 실제 산과 강을 찾아가라고 있는 거지, 지도 종이 자체가 여행의 목적은 아니잖아요.
목적지에 도착하면 지도는 접어서 가방에 넣어도 돼요.
요리 레시피도 비슷해요.
"소금 한 스푼"이라는 문장은 맛있는 국을 끓이려고 있는 말이에요.
손맛으로 간을 맞출 수 있게 되면 이제 레시피 문장을 통째로 외우고 있을 필요가 없죠.
뜻(맛)을 얻었으니 말(문장)은 놓아도 되는 거예요.
| 도구에 해당하는 것(말) | 얻어야 할 것(뜻) |
|---|---|
|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 | 달 |
| 길을 안내하는 지도 | 목적지 |
| 요리 레시피 문장 | 완성된 음식의 맛 |
| 물고기를 잡는 통발 | 물고기 |
표를 보면 규칙이 한눈에 들어와요.
왼쪽은 전부 오른쪽으로 가기 위한 수단이에요.
물고기를 잡았으면 통발을 계속 손에 쥐고 있을 이유가 없듯이, 뜻을 얻었으면 말도 그렇게 놓아 줄 수 있다는 거죠.
그렇다고 "말은 쓸모없으니 무시하라"는 뜻은 아니에요.
이 점은 꼭 기억해 주세요.
달을 보려면 먼저 누군가 손가락으로 가리켜 줘야 하고, 낯선 길에서는 지도가 있어야 목적지를 찾아요.
말이 없으면 애초에 뜻에 다다를 수가 없어요.
왕필이 말한 건 "말을 거치되 말에서 멈추지 말라"에 가까워요.
핵심은 순서와 우선순위예요.
말에서 뜻으로 가는 게 정상인데, 사람들은 자꾸 말에 눌러앉아 글자 싸움을 벌여요.
득의망언은 "목적지에 도착했으면 이제 그 자리를 누려라, 타고 온 사다리 붙잡고 실랑이하지 말고"라고 어깨를 툭 치는 조언인 셈이에요.
참고로 왕필이 말·형상·뜻의 관계를 더 촘촘하게 따진 이야기는 따로 다룰 주제라, 여기서는 득의망언의 태도만 짚어 둘게요.
득의망언(得意忘言)은 "말은 뜻을 담아 나르는 그릇이니, 뜻을 받았으면 그릇에 집착하지 말라"는 왕필의 태도예요.
손가락이 아니라 달을, 지도가 아니라 길을, 레시피가 아니라 맛을 보라는 거죠.
그렇다고 말을 버리라는 게 아니라, 말을 딛되 거기서 멈추지 말라는 뜻이라는 것도 함께 기억해 주세요.
옛 글자에 눌러앉기 쉬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건 글자 너머의 뜻이라고 짧고 분명하게 일러 주는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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