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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추연은 우리가 아는 중국(적현신주)이 세계 전부가 아니라, 바다로 겹겹이 둘러싸인 아홉 개의 큰 대륙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중국은 온 세계의 81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대구주설(大九州說)이에요.
지도를 처음 보던 어린 시절, 내가 사는 동네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적 있으시죠?
그러다 지구본을 돌려 보고 "우리 동네가 이렇게 작았구나" 하고 놀란 그 기분, 딱 그거예요.
추연(鄒衍)은 전국시대 제나라 사람으로, 음양가(陰陽家)를 대표하는 사상가예요.
사람들은 그를 談天衍(담천연), 즉 '하늘을 담론하는 추연'이라고 불렀어요.
그의 대구주설은 이렇게 요약돼요.
"당신들이 세상 전부라고 믿는 중국은, 사실 훨씬 더 큰 세계의 아주 작은 한 조각일 뿐이다."
당시 사람들에게는 지구본을 처음 돌려 본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이야기였어요.
추연이 상상한 세계를 그림으로 떠올려 볼게요.
마치 큰 접시에 작은 접시들이 나뉘어 담긴 모습이에요.
가장 바깥에는 온 천지를 빙 둘러싼 거대한 바다, 대영해(大瀛海)가 있어요.
세상의 테두리를 감싸는 울타리 같은 물이죠.
그 안쪽에는 아홉 개의 큰 땅덩어리가 있는데, 이것을 대구주(大九州)라고 불러요.
아홉 개의 큰 대륙인 셈이에요.
그리고 이 큰 땅덩어리들 사이사이는 비해(裨海)라는 작은 바다들이 갈라놓고 있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아홉 개의 큰 땅 하나하나가 다시 각각 아홉 개의 작은 주(州)로 나뉘어요.
접시 안에 또 작은 칸이 아홉 개씩 있는 구조라고 보면 돼요.
우리가 아는 중국은 그 작은 칸 가운데 하나인 적현신주(赤縣神州)일 뿐이고요.
숫자가 어떻게 나오는지 곱셈으로 풀어 볼게요.
어렵지 않아요.
큰 대륙이 아홉 개예요.
그 하나하나가 다시 아홉 개의 작은 주로 나뉘죠.
그러니 작은 주를 전부 세면 아홉 곱하기 아홉, 즉 여든한 개가 돼요.
중국은 그중 딱 하나예요.
그래서 중국은 온 세계의 81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오는 거예요.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정확한 지리 정보는 아니에요.
하지만 "내 나라가 세계의 전부가 아니라 아주 작은 조각"이라고 상상한 그 발상 자체가, 우물 안에서 바깥 하늘을 상상한 놀라운 도약이었어요.
추연은 아홉 개의 큰 땅에 방위별로 이름을 붙였어요.
자료에 전하는 이름을 표로 정리하면 이래요.
| 방위 | 이름 |
|---|---|
| 동쪽 | 양주(陽州) |
| 남쪽 | 영주(迎州) |
| 서쪽 | 습주(拾州) |
| 북쪽 | 현주(玄州) |
| 중앙 | 기주(冀州) |
| 동북 | 위주(威州) |
| 동남 | 신주(神州) — 중국 |
| 서남 | 성주(成州) |
| 서북 | 주주(柱州) |
눈여겨볼 점은 중국(신주)이 한가운데가 아니라는 거예요.
세계의 동남쪽 모퉁이에 놓여 있어요.
스스로를 세상의 중심(중화)이라 여기던 당시 상식을 보기 좋게 비튼 배치죠.
사실 '아홉 개의 주'라는 발상 자체는 추연이 처음 만든 게 아니에요.
유가 경전 《서경(書經)》의 〈우공편(禹貢篇)〉에 이미 중국 땅을 아홉 주로 나눈 구주설(九州說)이 있었어요.
추연은 이 옛 구주설이 너무 좁다고 봤어요.
겨우 중국 하나를 아홉으로 나눈 것에 그쳤으니까요.
그래서 그는 이 틀을 훨씬 크게 넓혔어요.
"당신들이 세상 전부라 여기는 그 아홉 주는, 더 큰 아홉 대륙 중 한 조각을 다시 아홉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고요.
좁은 지도를 훨씬 큰 지도 안에 끼워 넣은 셈이에요.
그러니 사람들이 그를 '하늘을 담론하는 추연'이라 부른 것도 무리가 아니었어요.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어요.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은 대구주설을 두고 閎大不經(굉대불경), 즉 '스케일은 크지만 상식에서 벗어나 있다', 쉽게 말해 황당무계하다고 평했어요.
후대의 왕충(王充)은 실증할 수 없는 헛된 이야기라 했고, 양웅(揚雄)도 허망하다고 깎아내렸어요.
반면 근현대에 와서는 다르게 보는 학자들이 나왔어요.
풍우란(馮友蘭), 그리고 니덤(Joseph Needham)이나 가나야 오사무(金谷治) 같은 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상상 속에서도 세계를 넓게 관찰하려 한 자연주의적 태도와 과학정신을 읽어냈어요.
같은 이야기가 누구에게는 허풍으로, 누구에게는 상상력의 씨앗으로 보인 거예요.
대구주설은 세 가지로 기억하면 돼요.
첫째, 세계는 큰 바다(대영해)에 둘러싸인 아홉 개의 큰 땅(대구주)으로 이뤄져 있고, 그 하나하나가 다시 아홉으로 나뉘어요.
둘째, 그래서 우리가 아는 중국(적현신주)은 여든한 조각 중 하나, 곧 세계의 81분의 1일 뿐이에요.
셋째, 이는 《우공》의 좁은 구주설을 크게 넓힌 발상이라, 당대에는 황당무계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오늘날에는 세계를 넓게 보려 한 상상력으로도 평가받아요.
내 동네가 세상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 그 첫 지구본 같은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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