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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비공(非攻)은 남의 나라를 쳐들어가는 침략 전쟁이, 한 사람이 남을 죽이고 물건을 훔치는 짓과 똑같은 불의라고 본 묵자의 주장이에요. 죄의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잘못이 상(賞)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거죠.
기원전 5세기 무렵 중국에서 활동한 묵자는 목수 출신의 방어 시설 전문가이자, "두루 사랑하라(겸애)"와 "치지 말라(비공)"를 외친 사상가예요.
겸애나 하늘의 뜻 같은 다른 주장은 각각 따로 다루기로 하고, 이 글에서는 오직 비공(非攻) 하나만 천천히 들여다볼게요.
비공은 글자 그대로 아닐 비(非)에 칠 공(攻), 곧 "남을 치지 말라"는 뜻이에요.
그가 살던 때는 나라들이 서로 땅과 백성을 빼앗으려 쉴 새 없이 전쟁하던 시대였어요.
그래서 여기서 '친다'는 건 흔한 말다툼이 아니라,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먼저 쳐들어가는 침략 전쟁을 가리켜요.
한 가지 오해하기 쉬운 점은, 묵자가 모든 싸움을 반대한 건 아니라는 거예요.
그는 방어는 오히려 열심히 도왔어요.
그가 막으려던 건 남의 땅을 빼앗으러 먼저 출발하는 쪽의 전쟁이었죠.
지키는 것과 뺏으러 가는 것을 딱 갈라서 본 거예요.
묵자의 논리는 아주 단순해서 열두 살도 바로 알아들을 수 있어요.
남의 밭에서 복숭아 하나를 몰래 따면 우리는 그 사람을 도둑이라 부르고 벌해요.
남의 개나 닭을 훔치면 죄가 더 무거워지고요.
한 사람을 죽이면 살인이라 하고, 열 사람을 죽이면 죄가 그만큼 더 커져요.
여기까지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죠.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져요.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를 쳐서 수천 명을 죽이고 성을 통째로 빼앗으면, 사람들은 그걸 죄라 부르기는커녕 '큰 공적'이라며 역사책에 자랑스럽게 적어요.
작은 훔침은 벌하면서 가장 큰 훔침은 칭송하는 거예요.
묵자는 바로 이 모순을 콕 집었어요.
도둑과 살인자를 잡아다 벌하는 그 통치자들이, 정작 자기는 훨씬 큰 규모로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고요.
작은 검정은 검다고 하면서 하늘만 한 검정 앞에서는 희다고 우기는 셈이죠.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안 보이게 되는 잘못, 그걸 다시 잘 보이게 만든 게 비공이에요.
묵자가 대단한 건, 이 생각을 입으로만 떠든 게 아니라 몸으로 밀어붙였다는 점이에요.
초나라가 이웃 송나라를 치려 한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열흘을 꼬박 걸어서 초나라까지 갔어요.
전쟁을 말리러 맨몸으로 적국의 왕을 찾아간 거예요.
거기서 묵자는 초나라의 뛰어난 기술자 공수반과 아홉 차례 모의 공방전을 벌였어요.
요즘으로 치면 책상 위에서 하는 전쟁 시뮬레이션이죠.
공수반이 새로운 공격 무기를 내놓을 때마다 묵자는 그걸 막아내는 방어법으로 되받아쳤고, 아홉 번 모두 막아냈어요.
궁지에 몰린 공수반이 "너 하나만 없애면 그만"이라는 속내를 내비치자, 묵자는 침착하게 말해요.
"臣之弟子禽滑厘等三百人"—신의 제자 금활리 등 300여 명이 이미 송나라 성벽 위에서 방어 준비를 마쳤다고요.
자기 하나 죽여도 소용없다는 거였죠.
결국 초나라 왕은 공격을 접었어요.
비공은 이렇게 실제로 전쟁 한 건을 멈춰 세운 살아 있는 사상이었어요.
비공은 홀로 서 있는 주장이 아니라 겸애(두루 사랑하기)와 짝을 이뤄요.
묵자는 "나라가 침탈을 일삼으면 兼愛·非攻을 말하라(國家務奪侵凌,則語之兼愛、非攻)"고 했어요.
남을 나처럼 아끼는 마음이 있으면 애초에 쳐들어갈 생각 자체가 안 생기니까요.
겸애가 속마음이라면, 비공은 그 마음을 밖으로 드러낸 구체적인 손발인 셈이에요.
또 하나, 묵자는 늘 '이로움(利)', 그중에서도 온 백성의 이로움을 모든 판단의 잣대로 삼았어요.
그 잣대로 보면 침략 전쟁은 이긴 쪽조차 손해예요.
젊은이들이 죽고, 곳간이 비고, 농사철을 놓치고, 성을 다시 쌓는 데 돈이 들어가니까요.
이기든 지든 결국 남는 게 없는 장사인 거죠.
그러니 비공은 단순히 '착하게 살자'는 말이 아니라, 냉정하게 계산해 봐도 전쟁은 이득이 아니라는 실용적인 주장이기도 해요.
이 생각은 2천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낡지 않았어요.
"누가 먼저 시작했나", "큰 승리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죽음을 덮고 있나"라는 물음은 오늘의 뉴스 앞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으니까요.
비공은 침략 전쟁을 도둑질·살인과 똑같은 불의로 못 박은 묵자의 반전 사상이에요.
작은 훔침은 벌하면서 가장 큰 훔침은 칭송하는 모순을 지적했고, 묵자는 이 말을 열흘을 걸어가 실제 전쟁을 막는 행동으로 증명했어요.
겸애가 마음이라면 비공은 그 마음의 손발이고, 온 백성의 이로움이라는 잣대로 보면 침략은 이겨도 지는 싸움이에요.
이 한 가지만 기억하면 비공은 다 잡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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