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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후왕 사상은 바른 정치와 예(禮)의 모범을 아득한 옛 성왕에게서만 찾지 말고, 기록이 또렷이 남은 가까운 시대의 왕에게서 배우자는 순자의 생각이에요. 오래된 자취는 흐려지지만 가까운 모범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요리를 배운다고 해봐요.
삼백 년 전 흐릿하게 번진 손글씨 요리책과, 지금 내 옆에서 칼질하는 요리사 중 누구에게 배우는 게 빠를까요?
아무래도 눈앞에서 순서를 보여주는 사람이겠죠.
순자의 후왕 사상은 딱 이런 이야기예요.
순자(荀子, 본명 순황)는 사람의 타고난 성질을 그냥 두면 거칠어진다고 본 유가 사상가예요.
그래서 예(禮)와 배움으로 사람을 다듬어야 한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그 '다듬는 법'을 대체 누구에게서 배워야 할까요?
여기에 내놓은 답이 바로 후왕(後王) 사상이에요.
후왕은 '뒤의 왕', 곧 순자와 가까운 시대에 나라를 잘 다스린 왕을 가리켜요.
반대로 선왕(先王)은 요(堯)임금·순(舜)임금처럼 아득한 옛날의 성인 왕이고요.
많은 유가 학자들이 옛 선왕만 우러렀지만, 순자는 "법후왕(法後王)", 즉 가까운 후왕을 본받으라고 했답니다.
순자의 이유는 아주 실용적이에요.
옛 성왕이 훌륭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시간이 너무 흘러 그들의 자취가 흐려졌기 때문이에요.
무엇을 어떻게 다스렸는지 기록이 조각조각 남고, 남은 것마저 사람마다 다르게 부풀려요.
흐릿한 옛 그림을 붙들고 다투는 사이 정작 오늘 쓸 방법은 손에 잡히지 않죠.
반면 가까운 후왕의 제도와 예법은 문서로 또렷하게 남아 있어요.
지금 사회의 사정과도 맞닿아 있어서 그대로 써먹기 좋고요.
게다가 순자가 보기에 후왕의 도(道)는 옛 선왕의 도가 끊긴 게 아니라 그것을 이어받아 다듬어진 것이에요.
그러니 가까운 왕을 제대로 배우면 옛 성인의 뜻까지 함께 잇는 셈이죠.
굳이 안개 속을 헤맬 필요 없이, 또렷한 가까운 본보기부터 배우자는 거예요.
두 말이 헷갈리기 쉬우니 표로 정리해 볼게요.
| 구분 | 선왕(先王) | 후왕(後王) |
|---|---|---|
| 누구 | 요·순 같은 아득한 옛 성인 왕 | 순자와 가까운 시대의 잘 다스린 왕 |
| 기록 | 오래되어 흐릿하고 조각남 | 또렷하고 온전하게 남음 |
| 쓸모 | 이상으로는 높지만 확인이 어려움 | 눈으로 확인해 바로 배울 수 있음 |
| 순자의 태도 | 뿌리로 존중하되 매달리지 않음 | 실제 모범으로 삼아 본받음 |
다만 후왕이 정확히 어느 왕까지를 가리키는지는 학자마다 풀이가 조금씩 갈려요.
주나라를 세운 비교적 가까운 왕들로 보기도 하고, 더 넓게 '지금 본받을 만한 왕'으로 읽기도 하지요.
핵심은 이름 자체가 아니라 '흐린 옛것보다 또렷한 가까운 것에서 배운다'는 태도예요.
그렇다고 가까운 왕이면 아무나 따르라는 뜻은 아니에요.
순자가 본받으라 한 후왕은 백성을 잘 받든 왕이었어요.
순자는 이렇게 말했어요.
"君者,舟也,庶人者,水也;水則載舟,水則覆舟" —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뒤엎기도 한다는 말이에요.
또 "天之立君,以為民也" — 하늘이 군주를 세운 것은 백성을 위함이라고도 했지요.
즉 본받을 후왕이란 힘이 세거나 가까운 시대라서가 아니라, 예로 나라를 반듯이 세우고 백성을 편안하게 다스린 왕이에요.
가까운 모범을 고르되, 그 모범이 정말 백성을 위한 정치였는지를 함께 본 거예요.
후왕 사상은 '옛것을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오히려 '배울 거면 확인할 수 있는 것부터 제대로 배우자'는 태도에 가까워요.
막연히 "옛날이 좋았지"라며 흐릿한 이상을 우기기보다, 지금 눈앞에 또렷한 사례를 딛고 배우라는 거죠.
공부할 때도, 일을 배울 때도 비슷해요.
전설처럼 부풀려진 옛 이야기보다 가까이서 검증된 방법을 먼저 익히는 편이 실속 있잖아요.
순자는 이 실용적인 눈으로 '누구를 본받을까'라는 오래된 물음에 답한 셈이에요.
후왕 사상은 바른 정치와 예의 모범을 아득한 옛 성왕에게서만 찾지 말고, 기록이 또렷한 가까운 시대의 왕에게서 배우자는 순자의 생각이에요.
옛 선왕의 자취는 흐려졌지만 후왕의 제도는 확인할 수 있고, 그 후왕의 도는 옛 도를 이어받은 것이라 배움이 끊기지 않는다고 봤지요.
단, 본받을 후왕은 백성을 위해 다스린 왕이라는 조건이 붙어요.
'흐린 이상보다 또렷한 모범을 딛고 배운다' — 이 한마디로 기억하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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