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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사람은 소보다 힘이 약하고 말보다 느린데도 소와 말을 부리며 살아요. 순자는 그 비결을 무리 지어 사는 힘, 곧 군(群)에서 찾았고, 그 무리가 흩어지지 않는 건 각자의 몫과 자리를 나누는 일, 곧 분(分) 덕분이라고 봤어요.
교실 청소 시간을 떠올려 볼게요.
혼자서 교실 전체를 쓸고 닦으라면 하루 종일 걸리지만, 한 명은 바닥을 쓸고 한 명은 칠판을 지우고 한 명은 쓰레기를 버리기로 정하면 십 분이면 끝나요.
사람의 진짜 힘은 몸이 아니라 이렇게 '나눠서 함께하는' 방식에 있어요.
순자(본명 순황荀況)는 기원전 3세기 전국시대에 활동하며 사람의 본성보다 배움과 예(禮)를 강조한 유가 사상가예요.
그는 사람을 이렇게 봤어요.
힘으로는 소를 못 이기고 달리기로는 말을 못 따라가지만, 사람은 소와 말을 길들여 부린다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순자의 답은 간단해요.
사람은 무리를 이룰 줄 알기 때문이에요.
이 '무리 지어 사는 능력'이 바로 군(群)이고, 순자 사상에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핵심이에요.
두 글자는 짝이에요.
먼저 뜻부터 볼게요.
| 글자 | 읽기 | 뜻 |
|---|---|---|
| 群 | 군 | 무리, 함께 모여 사는 사회 |
| 分 | 분 | 나눔, 각자의 몫·자리·역할을 가르는 것 |
군은 '뭉치는 힘'이에요.
사람은 혼자 살면 자연 앞에서 한없이 약하지만, 모여 살면 집을 짓고 곡식을 기르고 짐승을 다스려요.
그런데 여기서 순자가 던지는 진짜 질문은 이거예요.
"그럼 사람은 어떻게 흩어지지 않고 계속 뭉쳐 있을까?"
답이 분(分)이에요.
그냥 모이기만 하면 먹을 것을 두고 다투다 무리가 깨져요.
하지만 누가 농사를 짓고 누가 다스리고 누가 가르칠지, 어른과 아이, 앞사람과 뒷사람의 자리를 나눠 두면 다툼이 줄고 무리가 오래가요.
순자는 사람이 남녀·노소처럼 자연히 만드는 이런 분별을 분별 변(辨)이라 부르며, 이 나눔이 있어야 무리가 성립한다고 봤어요.
다시 말해 나뉘어 있어야(分) 뭉쳐 살 수 있어요(群).
나눔은 무리를 깨는 게 아니라 무리를 지탱하는 뼈대예요.
그런데 역할을 나누기만 하면 될까요?
힘센 사람이 "내가 제일 좋은 몫 가질래" 하면 나눔은 곧 싸움이 돼요.
그래서 순자는 나눔을 옳게 세워 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봤고, 그것을 의(義), 곧 옳음이라고 했어요.
순자는 이렇게 말해요.
人有氣有生有知,亦且有義,故最為天下貴也.
풀면 "사람은 기운이 있고 생명이 있고 지각이 있으며, 게다가 옳음(義)까지 있다. 그래서 천하에서 가장 존귀하다"예요.
풀이나 물, 짐승도 기운과 생명, 지각까지는 가질 수 있지만, 옳고 그름을 따져 몫을 정당하게 나눌 줄 아는 건 사람뿐이라는 거예요.
이 옳음이 있어서 사람은 다툼 없이 역할을 나누고(分), 그 나눔 위에서 무리를 이뤄(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돼요.
순자가 사회를 배에 빗댄 유명한 말도 여기서 이어져요.
君者,舟也,庶人者,水也;水則載舟,水則覆舟.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뒤엎기도 한다"는 뜻이에요.
자리를 나눈다고 위가 아래를 함부로 대하란 게 아니라, 각자의 몫이 서로를 떠받쳐야 무리가 뜬다는 이야기예요.
여기서 오해하기 쉬워요.
"자리를 나눈다"고 하면 신분 차별처럼 들리거든요.
하지만 순자의 분은 '누가 더 잘났나'를 가르는 게 아니라 '누가 무슨 일을 맡나'를 정하는 데 가까워요.
축구팀에서 골키퍼와 공격수를 나누는 건 골키퍼가 못나서가 아니라, 역할이 나뉘어야 팀이 굴러가기 때문이잖아요.
또 순자는 이 나눔이 옳음(義) 위에 서야 한다고 못 박았어요.
그가 남긴 다른 말도 그래요.
天之生民,非為君也;天之立君,以為民也.
"하늘이 백성을 낳은 건 임금을 위해서가 아니고, 임금을 세운 건 백성을 위해서다."
자리를 높이 받은 사람일수록 그 자리는 아랫사람을 위한 몫이라는 뜻이니, 분은 지배의 핑계가 아니라 책임의 배치예요.
분과 군은 아주 먼 옛날 이야기 같지만, 사실 우리는 매일 이 원리 속에 살아요.
학교에는 선생님과 학생, 병원에는 의사와 간호사, 회사에는 저마다 다른 부서가 있어요.
각자 맡은 일이 나뉘어 있기에 그 큰 무리가 굴러가요.
만약 모두가 같은 일만 하겠다고 다투면 사회는 순식간에 멈춰요.
순자의 통찰은 이거예요.
사람은 혼자선 약하지만, 나누어 맡고 뭉쳐 사는 법을 알기에 강해요.
그리고 그 나눔이 옳음 위에 설 때에만 무리가 오래가요.
함께 살면서도 서로 다른 몫을 존중하는 일이 왜 중요한지, 이천 년 전 순자가 이미 짚어 둔 셈이에요.
순자가 말한 군(群)은 사람이 무리 지어 사는 힘이고, 분(分)은 그 무리 안에서 역할과 자리를 나누는 일이에요.
사람은 힘으로는 짐승보다 약하지만 나눠서 뭉치는 법을 알아 세상을 다스려요.
그 나눔이 다툼으로 깨지지 않는 건 옳음(義)이 있기 때문이고, 옳음 위에 선 나눔만이 무리를 오래 지탱해요.
"나뉘어야 뭉쳐 산다"는 이 한마디가 순자가 본 사람의 조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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