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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순자는 이름과 사물이 원래부터 짝지어져 있는 게 아니라, 왕이 정하고 사람들이 함께 쓰기로 약속하면서 굳어진 것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이름을 바로 세우는 일은 곧 사회를 바르게 다스리는 일이었죠.
순자(荀況, 순황)는 기원전 3세기 무렵 활동한 유가 사상가예요.
사람의 본성을 그대로 두면 거칠어진다고 보아 예(禮)와 배움을 강조한 사람이죠.
이 글에서는 그가 남긴 여러 이야기 중에서 딱 하나, 〈정명(正名)〉편에서 말한 '이름과 말' 이야기만 들여다볼게요.
'정명(正名)'은 글자 그대로 '이름을 바로잡는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이름은 사람 이름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붙는 말을 가리켜요.
'개'라는 말, '임금'이라는 말, '착하다'라는 말 전부요.
순자는 이 말들이 흐트러지면 세상이 흔들린다고 봤어요.
그래서 말을 제자리에 놓는 일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죠.
순자의 생각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여기예요.
그는 이름(名)이 그 사물에 딱 맞는 '진짜 이름'을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고 봤어요.
쉽게 말해 이름에는 처음부터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는 멍멍 짖는 동물을 '개'라고 불러요.
그런데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는 '도그'라고 부르죠.
개라는 소리가 그 동물에 원래부터 붙어 있던 게 아니라는 뜻이에요.
누군가 처음 '이건 개라고 부르자'고 정하고, 사람들이 다 같이 그렇게 부르기로 약속하니까 굳어진 거예요.
순자는 이 정하는 일을 왕이 맡고, 그 뒤로는 사람들 사이 약속으로 정착된다고 설명했어요.
신호등을 떠올리면 쉬워요.
빨간불이 '멈춤'인 데에는 하늘이 정한 이유가 따로 없어요.
다 같이 빨강은 멈춤이라 약속했으니까 지키는 거죠.
만약 어떤 사람은 빨강을 '가라'로 쓴다면 길이 엉망이 될 거예요.
순자에게 말도 똑같았어요.
그럼 이름이 그냥 약속일 뿐이라면, 아무렇게나 불러도 되는 걸까요?
순자는 절대 아니라고 했어요.
그가 말과 이름에 매달린 이유는 딱 하나,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기 위해서였어요.
순자는 말을 쓰는 목적이 결국 나라를 도덕적으로 다스리는 데 있다고 못 박았죠.
생각해 보세요.
'착하다'와 '나쁘다'라는 말이 사람마다 다른 뜻이면 어떻게 될까요?
누구는 새치기를 나쁘다 하고, 누구는 착하다고 우기면 규칙을 세울 수가 없어요.
어른과 아이, 위와 아래를 가리키는 말이 뒤죽박죽이면 서로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알 수 없고요.
순자에게 예(禮)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하는 분별(辨), 곧 남녀와 노소를 가르는 구별을 확인해 주는 것이었어요.
이 구별을 담는 그릇이 바로 말이었죠.
그러니 말이 흐트러지면 예도 무너지고, 나라도 어지러워진다고 본 거예요.
그래서 순자에게 이름을 바로잡는 일은 말장난이 아니라, 사람들이 서로를 오해 없이 대하고 함께 살아가게 하는 바탕이었어요.
여기서 어려운 질문이 하나 남아요.
이름이 약속일 뿐이라면, 그 약속의 옳고 그름은 어디서 올까요?
순자는 왕이 말을 정한다고 했지만, 왕이 마음대로 정한다고 다 옳은 것은 아니겠죠.
사실 이건 오늘날 순자를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가장 큰 논쟁거리예요.
순자가 말한 '도(道)', 곧 사람이 따라야 할 바른 길이 원래부터 있어서 '발견하는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인지가 갈리거든요.
순자는 도가 하늘의 도도 아니고 땅의 도도 아니며 사람이 도라고 여기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 구절을 근거로 '사람이 만든다'고 읽는 학자도 있고, 다른 구절들과 어긋난다며 반대하는 학자도 있어요.
아직 정답은 없어요.
다만 순자가 말과 이름을 그저 편한 약속 정도로 가볍게 본 게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무거운 질문과 이어 놓았다는 점만은 분명해요.
순자의 정명 이야기는 지금 봐도 낯설지 않아요.
우리도 말이 뒤엉키면 다툼이 생기는 걸 자주 겪으니까요.
같은 '공정'이라는 말을 서로 다른 뜻으로 쓰면 대화가 겉돌고, 규칙을 정하기 어려워지죠.
순자라면 이럴 때 '먼저 말부터 제자리에 놓자'고 했을 거예요.
이름은 하늘이 준 게 아니라 우리가 함께 정한 약속이니, 그 약속을 또렷하게 다듬는 일이 곧 함께 잘 사는 길이라는 거죠.
순자의 정명은 세 가지로 기억하면 돼요.
첫째, 이름은 사물과 원래부터 짝지어진 게 아니라 왕이 정하고 사람들이 약속으로 굳힌 것이에요.
둘째,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불러도 되는 건 아니고, 말을 바로 세우는 목적은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는 데 있었어요.
셋째, 그래서 순자에게 말을 다루는 일은 사람들이 서로 오해 없이 살아가게 하는 바탕이었죠.
이름은 약속이지만, 그 약속을 또렷이 지키는 일은 결코 가볍지 않았어요.
그게 순자가 남긴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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