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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순자의 천인분이(天人分異)는 하늘과 사람의 몫을 갈라 보는 생각이에요. 하늘은 의지도 목적도 없이 늘 같은 질서로 도는 자연일 뿐이라, 잘되고 못되고는 하늘의 뜻이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지요.
날씨 앱을 떠올려 볼까요.
비가 오는 건 앱이 저를 미워해서가 아니라 기압과 습도가 어떤 조건이 되면 그냥 오는 거예요.
순자가 본 하늘(天)도 딱 이래요.
화도 안 내고 상도 안 주고, 정해진 패턴대로 조용히 돌아가는 커다란 자연 시스템이지요.
그래서 순자는 "하늘의 일"과 "사람의 일"을 딱 나눠 놓자고 해요.
이게 바로 천인분이, 하늘과 사람의 몫을 구분한다는 생각이에요.
하늘은 계절을 돌리고 만물을 낳는 자기 일을 하고, 사람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는 거죠.
비가 안 온다고 하늘을 원망하며 손 놓고 있을 게 아니라, 물을 대고 저장할 방법을 사람이 마련하라는 태도예요.
순자(荀子)는 본명이 순황(荀況)인 유가 사상가로, 기원전 3세기 무렵 활동했어요(연도는 기록마다 조금씩 엇갈려요).
젊어서 당대 최고의 학문 중심지였던 제나라 직하학궁에서 공부한 사람이지요.
그 시절 사람들은 흔히 하늘을 무서운 어른처럼 여겼어요.
가뭄이 들거나 일식이 생기면 "하늘이 노해서 우리를 벌준다"고 겁을 먹었죠.
마치 시험을 망친 게 다 조상님이 화나서라고 믿는 것과 비슷해요.
순자는 이런 생각이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고 봤어요.
하늘 눈치만 보다가 정작 자기가 할 일을 안 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하늘을 두려운 신에서 담담한 자연으로 끌어내린 거예요.
순자의 이 태도를 한 문장으로 보여 주는 말이 있어요.
天道有常,不為堯存,不為桀亡
하늘의 도는 항상됨이 있어, 요(堯) 때문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걸(桀) 때문에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요임금은 훌륭한 성군이었고 걸왕은 못된 폭군이었어요.
그런데도 하늘은 착한 임금이라고 봐주거나 나쁜 임금이라고 멈추지 않아요.
사계절은 착한 사람 밭에나 나쁜 사람 밭에나 똑같이 찾아오지요.
하늘에는 상벌 감정이 없고 오직 늘 같은 질서(常)만 있다는 뜻이에요.
이게 왜 중요할까요.
하늘이 상벌을 안 준다면, 내 삶이 잘 풀리고 안 풀리고는 하늘 손이 아니라 내 손에 있다는 이야기가 되거든요.
순자는 이 지점에서 사람에게 책임과 힘을 돌려줘요.
그럼 홍수나 흉년 같은 재앙은 하늘이 내린 벌일까요.
순자는 아니라고 잘라 말해요.
그는 이런 걸 인요(人祅), 곧 사람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라고 불렀어요.
예를 들어 볼게요.
농사철을 놓치고, 둑을 관리 안 하고, 나라 살림을 엉망으로 꾸리면 그 결과로 굶주림과 혼란이 와요.
이건 하늘이 화살을 쏜 게 아니라 사람이 할 일을 안 한 대가예요.
청소를 미루다 방이 엉망이 된 걸 두고 "방이 나를 벌준다"고 하지 않잖아요.
순자가 보기에 진짜 무서운 건 하늘의 이변이 아니라, 정치가 어지럽고 사람이 도리를 저버리는 인요였어요.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이 나와요.
하늘이 사람 일에 관여를 안 한다면, 비 오게 해 달라고 지내는 기우제는 다 헛일일까요.
순자의 대답이 아주 담백해요.
기우제를 지낸다고 신비한 힘으로 비가 오는 건 아니래요.
다만 그 의식이 아름답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주기 때문에 지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죠.
운동회 응원처럼요.
응원한다고 경기 실력이 갑자기 느는 건 아니지만, 다 같이 목소리를 모으면 마음이 하나가 되잖아요.
순자는 의식을 미신이 아니라 사람을 묶어 주는 문화로 본 거예요.
하늘을 이렇게 담담하게 내려놓으면 사람이 초라해질 것 같지요?
그런데 순자는 오히려 반대로 갑니다.
사람을 아주 높이 세워요.
人有氣有生有知,亦且有義,故最為天下貴也
사람은 기(氣)가 있고 생명이 있고 지각이 있으며, 또한 의(義)가 있다. 그러므로 천하에서 가장 존귀하다.
돌에는 기운만 있고, 풀에는 생명이 더 있고, 짐승에는 지각까지 있어요.
그런데 사람에게는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의(義)가 하나 더 있지요.
하늘이 다 해 주길 기다리는 대신, 사람은 이 힘으로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삶을 가꿔 갈 수 있어요.
하늘과 사람을 나눴기 때문에, 도리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해지는 셈이에요.
| 구분 | 하늘(天)의 몫 | 사람(人)의 몫 |
|---|---|---|
| 하는 일 | 계절을 돌리고 만물을 낳음 | 다스리고 가꾸고 대비함 |
| 성격 | 의지·감정 없는 항상된 질서 |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의(義) |
| 잘못의 책임 | 상벌을 주지 않음 | 인요, 스스로 부른 재앙 |
순자의 천인분이는 하늘과 사람의 몫을 갈라 보자는 생각이에요.
하늘은 상벌 감정 없이 늘 같은 질서로 도는 자연일 뿐(天道有常)이고, 재앙은 하늘의 벌이 아니라 사람이 할 일을 안 해 생긴 인요라고 봤지요.
기우제 같은 의식도 신비한 효력이 아니라 사람을 묶어 주는 힘 때문에 값지다고 했고요.
하늘을 두려움에서 내려놓은 대신, 옳고 그름을 아는 사람을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존재로 세웠다는 점, 이 하나만 기억하면 천인분이의 핵심을 잡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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