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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러분이 사는 동네에서는 아침에 해가 뜨고 저녁에 해가 져요. 하루에 한 번씩요. 그런데 지구의 맨 위, 북극에 가면 이 당연한 일이 통째로 달라져요. 여름에는 해가 몇 달 동안 아예 지지 않아서 한밤중에도 환하고, 겨울에는 반대로 해가 몇 달 동안 뜨지 않아 계속 어두워요. 한 번 뜬 해가 하늘에서 빙글빙글 낮게 돌기만 하다가, 한참 만에 천천히 사라지는 거예요.
지금으로부터 백 년쯤 전, 인도의 한 학자가 이 북극 풍경을 떠올리며 엉뚱한 질문을 던졌어요. "인도에서 가장 오래된 책 속에, 혹시 이 북극의 풍경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을 평생 붙잡고 늘어진 사람이 바로 발라강가다라 틸라크예요.
발라강가다라 틸라크는 1856년에 태어나 1920년까지 산 인도 사람이에요. 그때 인도는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었는데, 틸라크는 "인도는 인도인의 것"이라고 당당히 외친 독립운동가였어요. 동시에 그는 옛 글과 별의 움직임을 깊이 공부한 학자이기도 했죠.
그가 평생 매달린 책이 '베다'예요. 베다는 3천 년도 더 전에 인도 사람들이 글자도 없이 입에서 입으로 외워 전한 노래이자 기도문 모음이에요. 할머니가 손주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수십 세대를 거쳐 통째로 외워 내려온 거예요. 신에게 바치는 찬송가라 보통은 종교 경전으로만 읽혀요. 그런데 틸라크는 이 오래된 노래를 조금 다른 눈으로 읽었어요. 노래 가사 속에 옛날 사람들이 진짜로 본 하늘과 날씨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고 본 거죠.
틸라크가 가장 눈여겨본 건 베다에 자주 나오는 '새벽'이었어요. 우리에게 새벽은 눈 깜짝할 사이예요. 해 뜨기 직전 하늘이 잠깐 붉어졌다가 금방 아침이 되죠. 그런데 베다의 노래는 새벽을 아주 이상하게 그려요. 새벽의 여신이 며칠씩 천천히 머문다거나, 새벽이 여러 번 줄지어 찾아온다고 노래해요. 어떤 구절은 신들의 하루 낮과 밤이 우리의 한 해만큼 길다고도 말하고요.
틸라크는 여기서 무릎을 쳤어요. '그냥 잠깐인 새벽을 왜 이렇게 길게 노래했을까? 진짜로 새벽이 길게 이어지는 곳에 살던 기억이 노래에 남은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긴 새벽과 긴 낮, 긴 밤이 실제로 있는 곳은 지구에서 딱 한 군데, 북극 근처였어요. 그래서 1903년에 '베다 속 북극의 고향'이라는 책을 펴내, 베다를 지은 사람들의 먼 조상이 원래 북극 가까이 살다가 빙하기에 날씨가 추워지자 따뜻한 남쪽 인도로 내려왔다고 주장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는 틸라크의 북극 이야기를 그대로 믿지는 않아요. 긴 새벽을 노래한 구절도, 꼭 북극이 아니라 그냥 시적인 과장이거나 계절의 변화를 멋지게 표현한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시 한 구절을 근거로 "우리 조상이 북극에 살았다"까지 밀고 가기엔 증거가 너무 약한 거예요.
그래도 이 책이 헛된 건 아니에요. 종교 경전을 처음으로 천문학과 지리학의 눈으로 다시 읽어 보려 한 시도였으니까요. 답이 틀렸더라도, 오래된 글에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 준 셈이에요. 좋은 질문은 틀린 답을 내놓아도 다음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기거든요.
틸라크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있어요. 그는 도서관에 앉아 책만 읽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독립운동을 하다 영국에 붙잡혀, 인도에서 멀리 떨어진 미얀마의 감옥에 6년이나 갇혔어요. 보통은 절망할 그 시간에, 틸라크는 그 안에서 또 한 권의 두꺼운 책을 썼어요. '기타 라하스야'예요.
이 책에서 그는 인도의 오래된 가르침을 이렇게 풀어냈어요. "참된 깨달음은 산속에 숨어 가만히 있는 게 아니라, 세상 속에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데 있다." 결과에 욕심부리지 말되, 옳은 일은 손 놓지 말고 행동으로 옮기라는 거예요. 이렇게 '행동하는 것 자체가 수행'이라는 생각을 '행위의 요가', 어려운 말로 카르마 요가라고 불러요. 감옥에 갇혀서도 펜을 놓지 않은 그의 삶이 바로 그 가르침의 증거였죠.
틸라크는 오래된 베다의 새벽 노래에서 북극의 흔적을 읽어 내려 한 사람이에요. 그 답이 맞았는지는 지금도 물음표로 남아 있지만, 익숙한 경전을 완전히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본 용기는 그대로 남아요. 게다가 그는 머릿속 생각에만 머물지 않고, 감옥에서까지 "가만히 있지 말고 행동하라"고 외친 사람이었어요. 북극설이 맞든 틀리든, 끝까지 질문하고 끝까지 행동한 그 태도야말로 우리가 오래 기억할 만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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