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철학
일상에 적용 가능한 철학적 사고
"인간은 자신이 만들어낸 것에 얽매이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것을 초월할 수 있는 존재인가?"
이 질문은 수많은 철학적 사유의 근간을 이루지만, 20세기 초 프랑스의 한 철학자는 이 질문을 '시간'이라는 렌즈를 통해 독창적으로 탐구했습니다. 앙리 베르그송(Henri Bergson)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그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시간의 본질에 대한 통념을 뒤흔들며 현대 철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과연 베르그송이 말한 '시간'은 무엇이었으며, 그의 생각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줄까요?
베르그송은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시간'이 실제 경험하는 시간과 다르다고 주장했습니다. 과학적, 공간적 시간은 마치 길게 늘어뜨린 막대기처럼 측정 가능하고 분할 가능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우리는 시계를 보며 1초, 1분, 1시간을 이야기하고, 이 단위들을 통해 삶의 사건들을 배열합니다. 하지만 베르그송은 이것이 '지속(durée)'이라고 불리는, 우리의 실제 의식 경험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지속'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가고 변화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가 서로 융합되어 있는 역동적인 흐름 그 자체입니다. 마치 음악의 각 음표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앞뒤의 음과 함께 전체 멜로디를 형성하듯, 우리의 의식 경험은 분리될 수 없는 연속적인 흐름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지속'이야말로 인간의 창조성과 자유의 근원이라고 보았습니다.
베르그송의 사상 중 특히 흥미로운 것은 '창조적 진화(évolution créatrice)'라는 개념입니다. 이는 다윈의 진화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면서도, 진화의 과정이 단순한 자연 선택이나 우연의 결과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그는 진화의 배후에는 모든 생명체를 더 복잡하고 의식적인 형태로 이끌고자 하는 '생명력(élan vital)'이라는 근본적인 추진력이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생명력은 마치 씨앗에서 나무가 자라나는 것처럼, 예측 불가능한 새로운 형태와 의식을 끊임없이 창조해냅니다. 따라서 진화는 미리 정해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창조적인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그의 관점은 생명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베르그송은 지성(intellect)이 사물을 분석하고 분해하는 데 뛰어나지만, '지속'과 같은 살아있는 실재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으로 '직관(intuition)'을 제시했습니다. 직관은 지성처럼 분석적인 과정 없이, 사물이나 현상과 하나가 되어 그 본질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마치 우리가 타인의 감정을 말없이 이해하거나, 예술 작품의 깊은 의미를 순간적으로 느끼는 것처럼 말입니다. 베르그송에게 직관은 단순한 느낌이나 예감이 아니라, '지속'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 그 자체로 경험함으로써 얻어지는 심오한 앎의 방식이었습니다. 그는 과학적 지성이 제공하는 외부적이고 분석적인 지식과 더불어, 직관을 통한 내면적이고 생동감 있는 앎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는 흔히 시간을 멈추고 싶거나,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베르그송은 우리에게 시간을 붙잡으려 하기보다, 그 흐름 속에 온전히 몸을 맡기고 창조적인 생명력과 함께 나아가는 삶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그의 사상은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의 본질을 탐구하게 하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창조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 베르그송이 말한 '지속' 속에서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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