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당신의 머릿속에선 몇 가지 생각이 동시에 돌아가고 있다.
오늘 저녁 뭐 먹지.
아까 그 사람이 한 말은 무슨 뜻이었을까.
아, 택배 언제 오지.
읽고 있는 글자 위로 다른 생각이 자꾸 끼어든다.
약 2천 년 전, 인도의 어떤 남자도 정확히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그는 이 현상에 아주 재미있는 이름을 붙였다.
"치타 브리티" — 직역하면 "마음의 소용돌이"다.
현대의 명상 선생님들은 이걸 좀 더 귀엽게 부른다.
"몽키 마인드", 원숭이 마음이라고.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 보면 안다.
머릿속 원숭이는 가만히 있질 못한다.
나뭇가지에서 나뭇가지로, 생각에서 생각으로 쉴 새 없이 점프한다.
어제의 후회에서 내일의 걱정으로, 다시 지금의 배고픔으로.
우리가 "집중이 안 돼"라고 말할 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그 인도 남자의 이름은 파탄잘리다.
그가 쓴 196줄짜리 메모, 즉 《요가 수트라》의 첫 번째 줄은 이렇게 시작한다.
"요가스 치타 브리티 니로다하."
요가란, 마음의 움직임을 멈추는 것이다.
이게 왜 혁명적이었을까.
당시 인도에서 수행이란 대부분 신에게 제사를 지내거나, 고행으로 몸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그런데 파탄잘리는 말했다.
문제는 바깥이 아니라 안에 있다고.
신전에 바칠 제물을 준비할 게 아니라, 머릿속 원숭이를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그게 요가의 시작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파탄잘리에 대해 놀라울 만큼 아는 게 없다.
인도 신화에서 파탄잘리는 꽤 드라마틱하게 등장한다.
비슈누 신이 잠들 때 침대가 되어주는 거대한 뱀, 아디셰샤가 있다.
천 개의 머리를 가진 이 뱀이 인간 세상의 고통을 보고 마음이 아파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기로 결심한다.
그 화신이 파탄잘리라는 전설이다.
그래서 인도의 오래된 조각상에서 파탄잘리를 찾으면, 상체는 사람이고 하체는 똬리를 튼 뱀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설은 이쯤 해두고 역사를 보자.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파탄잘리가 실제로 살았던 시기는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4세기 사이 어딘가로 추정된다.
범위가 무려 600년이나 된다.
어떤 학자는 산스크리트 문법서를 쓴 파탄잘리와 같은 인물이라고 하고, 어떤 학자는 전혀 다른 사람이라고 한다.
이름이 같은 인도 학자가 여러 명이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파탄잘리가 요가를 발명한 건 아니라는 것.
요가의 개념은 이미 수백 년 전 우파니샤드라는 경전들에 흩어져 있었다.
파탄잘리가 한 일은 그 조각들을 모아서 체계적인 매뉴얼로 정리한 것이다.
마치 요리법이 할머니들의 기억 속에만 있던 시절에, 누군가 처음으로 레시피북을 쓴 것과 같다.
그 레시피북이 겨우 196줄이다.
산스크리트어로 된 짧은 문장, 즉 "수트라"를 엮은 것인데, 수트라는 원래 "실"이라는 뜻이다.
실처럼 짧고 압축적이어서 스스로는 의미가 모호하지만, 스승이 풀어서 설명해주면 방대한 지혜가 펼쳐지는 구조다.
2천 년간 수많은 스승이 이 196개의 실을 풀어 설명해왔고,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자,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온다.
당신이 "요가"라고 하면 떠올리는 것은 뭔가.
아마 매트 위에서 몸을 구부리고, 다리를 꼬고, 어려운 자세를 취하는 모습일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 해변에서 물구나무를 서는 사람들.
그게 요가의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파탄잘리의 설계도를 펼쳐보면, 몸을 쓰는 자세 연습은 전체 8단계 중 겨우 3번째에 등장한다.
마치 8층짜리 건물에서 3층만 보고 건물 전체를 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 여덟 계단을 아쉬탕가라고 부른다.
"아쉬타"는 여덟, "앙가"는 갈래라는 뜻이다.
하나씩 올라가 보자.
1층: 야마 — 세상과의 약속이다.
남을 해치지 않기, 거짓말하지 않기, 탐내지 않기 같은 윤리 규칙.
쉽게 말하면 "사회생활의 기본"이다.
2층: 니야마 —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깨끗함, 만족, 자기 수련, 공부, 겸손 같은 개인 습관.
쉽게 말하면 "자기관리의 기본"이다.
3층: 아사나 — 드디어 몸이다.
우리가 요가 학원에서 배우는 그 자세들.
그런데 파탄잘리는 아사나에 대해 딱 세 줄만 썼다.
"안정되고 편안한 자세"면 된다고.
인스타그램에서 본 화려한 곡예는 파탄잘리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아사나의 진짜 목적은 오래 앉아서 명상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었다.
4층: 프라나야마 — 숨이다.
호흡을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연습.
이건 다음 장에서 자세히 이야기하자.
5층: 프라티아하라 — 감각을 안으로 거두는 것이다.
스마트폰 알림, TV 소리, 옆자리 사람의 수다 — 이런 외부 자극에 끌려다니지 않는 연습.
거북이가 다리를 등껍질 안으로 넣듯, 감각을 안으로 모으는 것이다.
6층: 다라나 — 한 곳에 집중하기.
7층: 디야나 — 집중이 끊기지 않고 흐르는 상태, 즉 명상.
8층: 사마디 — 명상이 깊어져서 나와 대상의 구분이 사라지는 경지.
6층부터 8층까지는 계단이라기보다 하나의 강이 점점 깊어지는 과정에 가깝다.
집중이 명상이 되고, 명상이 깊어지면 완전한 몰입이 된다.
운동선수들이 말하는 "존"에 들어간 상태, 화가가 그림을 그리다 시간을 잊는 상태가 사마디의 맛보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요가 학원에서 땀 흘리며 하는 것은, 이 거대한 건물의 3층을 열심히 꾸미고 있는 셈이다.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 다섯 층이 더 있다는 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을 만든다.
4층에 있던 프라나야마, 즉 호흡 조절로 돌아가 보자.
"프라나"는 생명 에너지, "아야마"는 확장이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면 숨을 의식적으로 다루는 기술이다.
파탄잘리는 2천 년 전에 말했다.
숨을 다스리면 마음이 고요해진다고.
그런데 현대 과학이 이 말에 뒤늦게 동의하기 시작했다.
2017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연구팀이 쥐의 뇌간에서 "호흡 조율기"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 그룹을 발견했다.
이 세포들은 호흡 속도를 각성 중추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하면, 숨이 빠르면 뇌에 "지금 위험해!"라는 신호를 보내고, 숨이 느리면 "괜찮아, 안전해"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천천히, 길게 내쉬는 호흡을 하면 뇌가 속는다.
뇌는 "아, 지금 안전한 상황이구나"라고 판단하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킨다.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근육이 이완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가 줄어든다.
명상, 즉 디야나도 마찬가지다.
하버드 의대의 사라 라자 박사 연구팀은 8주간 매일 명상을 한 사람들의 뇌를 MRI로 촬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전두엽 피질(판단과 집중을 담당하는 부위)의 회백질이 두꺼워졌고, 편도체(공포와 불안 반응의 중심)는 작아졌다.
8주 만에 뇌의 물리적 구조가 바뀐 것이다.
2천 년 전에 "숨을 다스리고 마음을 고요히 하면 고통에서 벗어난다"고 쓴 사람이 있었다.
2천 년 후에 과학자들이 MRI 기계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파탄잘리가 이 장면을 봤다면 아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196줄에 다 써놨잖아."
한 가지 더.
이런 변화에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지 않다.
하루에 10분, 눈을 감고 숨을 세는 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다.
들숨에 넷을 세고, 날숨에 여섯을 센다.
이게 프라나야마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다.
앱도 필요 없고, 매트도 필요 없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다.
파탄잘리의 여덟 계단을 다시 보면, 1층과 2층은 매트 위가 아니라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야마의 "아힘사"는 남을 해치지 않는 것인데, 이건 주먹을 쓰지 말라는 뜻만이 아니다.
단톡방에서 험담하지 않는 것, 화가 나도 상처 주는 말을 참는 것, 자기 자신에게 "넌 왜 이것밖에 못 하니"라고 말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한다.
시험 전날 밤을 떠올려 보자.
머릿속 원숭이가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다 망할 거야" "왜 더 일찍 시작 안 했지" "차라리 포기할까."
이때 프라나야마를 꺼내 쓸 수 있다.
눈을 감고 넷을 세며 숨을 들이쉬고, 여섯을 세며 내쉰다.
세 번만 반복해도 심장이 조금 느려지는 걸 느낀다.
원숭이가 잠깐 멈춘다.
친구와 크게 싸운 뒤를 생각해 보자.
분노가 뜨겁게 올라오고, 카톡으로 한 방 날리고 싶은 충동이 온다.
이때 프라티아하라, 즉 감각을 안으로 거두는 연습이 쓸모가 있다.
핸드폰을 잠시 뒤집어 놓고, 자기 호흡 소리에만 집중한다.
30초면 충분하다.
그 30초가 "보내면 후회할 메시지"와 "보내지 않아서 다행인 메시지"의 차이를 만든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람에 치여 짜증이 날 때.
야마의 첫 번째 원칙을 떠올린다.
해치지 않기.
혀끝까지 올라온 욕을 삼키는 것, 그것도 요가다.
파탄잘리가 설계한 요가는 원래 이런 것이었다.
매트 위에서 1시간 하는 운동이 아니라, 매 순간 마음을 다루는 기술.
화가 올라올 때 3초 멈추는 것.
불안이 밀려올 때 숨을 세는 것.
충동적인 행동 대신 한 박자 쉬는 것.
그러니까 결론은 이렇다.
2천 년 전, 우리가 이름도 정확히 모르는 한 인도 남자가 야자수 잎에 196줄을 적었다.
"마음은 원숭이처럼 날뛴다. 하지만 훈련하면 잠재울 수 있다."
그 메모가 수천 년을 건너 대륙을 넘어, 지금 당신이 사는 도시의 요가 학원 간판이 되었다.
하지만 진짜 요가는 간판 안에만 있지 않다.
매트를 펴지 않아도 된다.
레깅스를 입지 않아도 된다.
눈을 감고, 숨을 세고, 원숭이를 잠재우는 그 순간이 요가다.
파탄잘리가 196줄에 담고 싶었던 건, 결국 이 한 문장이었을지 모른다.
네 마음은 네가 다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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