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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토머스 스캔런은 어떤 행동이 옳은지 가릴 때, 그 행동을 허용하는 규칙을 누구도 합당하게 거부할 수 없다면 그 행동은 옳다고 봤어요. 상대가 "그건 나한테 너무 부당해"라고 정당하게 못 물리치는 규칙이 도덕의 기준이 된다는 뜻이에요.
친구들끼리 게임 규칙을 정한다고 해볼게요.
누군가 "이긴 사람이 진 사람 간식을 다 뺏자"라고 하면, 진 사람은 당연히 "그건 너무해, 못 받아들여"라고 말할 수 있어요.
아무도 정당하게 반대할 수 없는 규칙만 남긴다면, 그게 모두가 함께 살아갈 공정한 규칙이 되겠죠.
미국 철학자 토머스 스캔런(Thomas M. Scanlon, 1940년생)이 1998년 책 『What We Owe to Each Other』, 우리말로 '우리가 서로에게 지는 것'에서 한 말이 바로 이거예요.
그는 어떤 행동을 이렇게 정리했어요.
"An act is wrong if and only if any principle that permitted it would be one that could reasonably be rejected by people."
풀이하면, 그 행동을 허용하는 원칙을 사람들이 '합당하게 거부할 수 있다면' 그 행동은 그르다는 거예요.
반대로 아무도 합당하게 못 거부하면 그 행동은 괜찮은 거고요.
스캔런은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자라, 1962년 프린스턴을 졸업하고 1968년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어요.
재미있게도 처음엔 수리논리학을 연구하다가 나중에 윤리학과 정치철학으로 방향을 틀었죠.
1984년부터 하버드에서 오래 가르쳤고, 1993년에는 맥아더 펠로우로도 뽑혔어요.
그가 이어받은 흐름은 존 롤스, 칸트, 루소로 이어지는 '계약주의(contractualism)'예요.
도덕을 '사람들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규칙'으로 보는 관점이죠.
스캔런이 특히 중요하게 여긴 건, 우리가 왜 옳은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었어요.
그의 답은 "the positive value of a way of living with others", 곧 '남과 더불어 사는 삶이 지닌 좋은 가치' 때문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떳떳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산다는 것, 그 자체가 값지다는 거죠.
한 가지 짚고 넘어갈 점이 있어요.
이 이론은 도덕 전체를 설명하지 않아요.
스캔런은 이걸 '우리가 서로에게 지는 것'이라는 한정된 영역이라고 못 박았어요.
낯선 사람에게도 지는 기본 의무를 다루는 것이지, 친구나 가족에 대한 특별한 애정, 자연을 대하는 태도 같은 더 넓은 도덕은 별개로 봤어요.
"많은 사람이 좋으면 그게 옳다"고 보는 공리주의와는 결정적으로 달라요.
스캔런은 여러 사람의 이익을 한데 합산(aggregation)하는 걸 허용하지 않아요.
판단은 언제나 '한 사람 한 사람' 단위로 이루어져요.
예를 들어 아홉 명이 즐겁자고 한 명에게 큰 고통을 주는 규칙이 있다고 해봐요.
공리주의는 '아홉의 기쁨이 한 명의 고통보다 크니 괜찮다'고 셈할 수 있어요.
하지만 스캔런은 그 한 명이 "나한테는 너무 부당해"라고 합당하게 거부할 수 있으면 그 규칙은 탈락이라고 봐요.
숫자로 뭉쳐 밀어붙이지 못하는 거죠.
| 질문 | 공리주의 | 스캔런의 계약주의 |
|---|---|---|
| 무엇이 기준? | 전체 행복의 총합 | 아무도 합당하게 거부 못 할 원칙 |
| 누구를 보나? | 이익을 다 합산 | 개인 한 명씩 따로 |
| 소수 희생은? | 총합이 크면 허용될 수 있음 | 그 사람이 거부하면 안 됨 |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 우리가 늘 쓰는 감각이에요.
"이 규칙을 상대 입장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고 묻는 순간, 우리는 이미 스캔런처럼 생각하는 거예요.
새치기를 하면 안 되는 이유도, 뒷사람이 "그건 나한테 부당해"라고 정당하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 책은 미국 시트콤 《더 굿 플레이스》에도 여러 번 나와요.
시즌1 6화 제목이 바로 이 책 제목이고, 마지막 회에서도 계약주의 개념이 중요하게 쓰였어요.
그만큼 '우리가 서로에게 무엇을 빚지고 있나'라는 물음이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린다는 뜻이겠죠.
스캔런의 핵심은 한 문장이에요.
모두가 함께 지킬 규칙을 찾으려 할 때, 누구도 합당하게 거부할 수 없는 원칙을 따르면 그 행동은 옳다는 거예요.
여럿의 이익을 합쳐 소수를 밀어내지 않고, 언제나 상대 한 사람에게 떳떳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 묻는 태도.
그게 우리가 서로에게 지고 있는 몫이라고 스캔런은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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