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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삶의 부조리는 세상에 무슨 큰일이 나서 생기는 게 아니라, 내 삶을 진지하게 살아 내는 '안쪽 시선'과 그 삶을 멀찍이서 "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라고 바라보는 '바깥 시선'이 동시에 있는데, 둘 중 하나도 버릴 수 없어서 생겨요.
시험 공부를 몇 시간 하다가 문득 "이걸 왜 하고 있지, 우주적으로 보면 아무 상관도 없잖아" 하는 생각이 든 적 있나요?
그러면서도 다음 날 또 자리에 앉아 공부하고요.
미국 철학자 토머스 네이글(1937년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출생)이 말한 '삶의 부조리(the absurd)'가 바로 이 순간이에요.
네이글은 부조리를 두 가지가 부딪치는 상태라고 봤어요.
하나는 우리가 매일 진짜 진지하게 산다는 사실이에요.
밥을 챙겨 먹고,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고, 꿈을 위해 애쓰죠.
다른 하나는 우리에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이 모든 게 결국 무슨 의미가 있지?"라고 물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거예요.
이 물음엔 딱 떨어지는 답이 없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다시 진지하게 살아가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갖고 있고 어느 쪽도 끌 수 없다는 것, 그게 부조리예요.
네이글은 사람 안에 서로 다른 두 시선이 있다고 설명해요.
이해를 돕는 게 그의 유명한 1974년 논문 「박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What Is It Like to Be a Bat?)」예요.
그는 이렇게 말해요.
"an organism has conscious mental states if and only if there is something that it is like to be that organism."
쉽게 풀면, 어떤 생명체에게 '그것이 되어 본다는 게 어떤 느낌인' 무언가가 있을 때 그 생명체에게 의식이 있다는 뜻이에요.
박쥐는 초음파로 세상을 느껴요.
우리가 아무리 박쥐를 과학으로 낱낱이 분석해도, '박쥐로 사는 그 안쪽 느낌'만은 바깥에서 붙잡을 수 없어요.
이렇게 오직 나만 겪는 1인칭 안쪽 시선이 하나예요.
반대로 나를 우주의 한 점처럼 멀리서 내려다보는 시선도 있어요.
네이글은 이걸 1986년 책 제목으로도 삼아 '아무 데도 아닌 곳에서 본 풍경(The View from Nowhere)'이라 불렀어요.
| 두 시선 | 안쪽 시선(주관) | 바깥 시선(객관) |
|---|---|---|
| 보는 자리 | 나로서 직접 겪음 | 나를 멀리서 내려다봄 |
| 삶을 대하는 태도 | 진지하게 몰입 | "무슨 소용?"이라 물음 |
| 박쥐 비유 | 박쥐로 사는 느낌 | 박쥐를 관찰하는 과학 |
부조리는 이 두 시선이 한 사람 안에서 만나 어긋날 때 생겨요.
몰입하는 나와 뒤로 물러난 내가 같은 삶을 두고 다른 소리를 하는 거죠.
여기서 많은 사람이 "의미가 없으니 다 그만두자"로 넘어가요.
하지만 네이글의 답은 달라요.
뒤로 물러나 "소용없어"라고 말하는 그 시선조차, 결국 진지하게 사는 나 없이는 나올 수가 없거든요.
그러니 삶을 내던질 이유가 되지 못해요.
네이글은 부조리 앞에서 영웅처럼 비장해지거나 절망에 빠지기보다, 살짝 웃어넘기는 아이러니로 대하자고 해요.
개미가 열심히 짐을 나르는 모습을 우리가 귀엽게 바라보듯, 나 자신을 그렇게 바라보면서도 계속 짐을 나르는 거예요.
큰 우주가 내 삶을 인정해 주지 않아도, 겪는 일 그 자체에 이미 무게가 있다고 봤어요.
"The additional positive weight is supplied by experience itself"라는 그의 말처럼, 그 무게는 결과가 아니라 겪는 경험 자체가 주는 거예요.
첫째, 박쥐 논문을 "마음과 몸은 완전히 다른 두 물질"이라는 옛 이원론으로 읽으면 안 돼요.
네이글의 실제 논점은 세계에 1인칭이 박혀 있다는 형이상학 주장이 아니라, 어떤 마음 상태를 이해하려면 그 상태를 직접 겪어 봐야 한다는 '조건'에 관한 거예요.
둘째, 그의 2012년 책 『Mind and Cosmos』가 창조론자들에게 호평받았다고 해서 그가 창조론자인 건 아니에요.
네이글은 스스로를 무신론자라 밝혔고, 오히려 "I want atheism to be true"라고까지 썼어요.
신이 없기를 바란다는 뜻이에요.
네이글의 '삶의 부조리'는 세상이 잘못돼서가 아니라, 진지하게 사는 안쪽 시선과 멀리서 되묻는 바깥 시선을 우리가 둘 다 가진 데서 나와요.
답은 절망도 포기도 아니에요.
두 시선의 어긋남을 웃으며 안고, 그래도 오늘의 짐을 나르는 것.
겪는 일 자체에 이미 무게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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