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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corpus reipublicae(코르푸스 레이푸블리카이)는 나라 전체를 살아 있는 하나의 몸으로 본 12세기 사상가 존 솔즈베리의 비유예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저마다 맡은 자리에서 도울 때 나라가 건강하게 움직인다는 생각이지요.

여러분의 몸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머리는 생각하고, 손은 일하고, 발은 걸어 다니죠.
어느 한 곳만 아파도 온몸이 힘들어져요.
약 900년 전 영국 솔즈베리에서 태어난 존 솔즈베리는 나라도 꼭 이 몸과 같다고 봤어요.
그는 대주교 토머스 베켓의 비서를 지내고 나중에 프랑스 샤르트르의 주교가 된 사람인데, 이 생각을 1159년에 펴낸 『폴리크라티쿠스』라는 책에 담았어요.
라틴어로 "코르푸스 레이푸블리카이", 우리말로 옮기면 "나라라는 몸"이라는 뜻이에요.
임금도, 군인도, 농부도 모두 한 몸의 일부라는 거죠.

솔즈베리는 나라 안의 사람들을 몸의 부위에 하나하나 맞춰 봤어요.
글로만 읽으면 헷갈리니 표로 정리해 볼게요.
| 몸의 부위 | 나라에서 맡은 사람 |
|---|---|
| 머리 | 임금 |
| 심장 | 조언하는 신하들 |
| 눈, 귀, 혀 | 재판관과 지방 관리 |
| 손 | 군인과 일꾼 |
| 배 | 살림을 맡은 관리 |
| 발 | 농사짓고 물건 만드는 백성 |
| 영혼 | 성직자 |
발이 없으면 몸이 설 수 없듯이, 솔즈베리는 가장 낮아 보이는 농부와 일꾼이 사실 나라를 떠받치는 발이라고 말했어요.
머리가 아무리 똑똑해도 발이 무너지면 한 걸음도 못 가니까요.
누구 하나 쓸모없는 사람이 없다는 따뜻한 생각이었죠.

몸에서 머리가 제일 높은 자리에 있지만, 그 머리가 손과 발을 괴롭히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온몸이 병들고 말아요.
솔즈베리는 임금도 똑같다고 봤어요.
좋은 임금은 법을 스스로 지키고 백성을 돌보는 "머리"예요.
임금은 법 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법을 가장 잘 따라야 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반대로 법을 무시하고 제 욕심대로 백성을 짓밟는 임금은 "폭군"이라고 불렀어요.
그는 한 걸음 더 나갔어요.
폭군은 몸을 망치는 병 같은 존재라서, 끝내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 한 거예요.
임금의 힘에 이렇게까지 선을 그은 사람은 중세에 흔치 않았어요.

지금 우리는 임금이 다스리는 나라에 살지 않아요.
하지만 "나라는 한 몸"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살아 있어요.
교실을 떠올려 보세요.
반장, 청소 당번, 모둠 친구들이 저마다 할 일을 나눠 맡아야 하루가 굴러가죠.
누구 하나 빠지면 금세 표가 나고요.
힘 있는 사람이 약한 사람을 함부로 대하면 안 된다는 생각, 가장 평범한 사람도 공동체를 떠받치고 있다는 생각은 900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대로 통해요.

존 솔즈베리는 나라를 머리부터 발까지 이어진 하나의 몸으로 보았어요.
임금은 머리, 백성은 발이지만 어느 쪽도 혼자서는 살 수 없지요.
그리고 머리가 몸을 괴롭히면, 다시 말해 임금이 폭군이 되면 그 힘에도 끝이 있다고 말했어요.
권력은 높은 자리가 아니라 무거운 책임이라는 것, 그게 정치체론이 오늘 우리에게 남긴 한 문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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