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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존 솔즈베리는 12세기 잉글랜드의 정치철학자로, 법을 무시하고 백성을 짓누르는 폭군은 죽여도 정당하다고 자신의 책 폴리크라티쿠스에서 주장했어요. 왕에게도 넘으면 안 되는 선이 있다고 본 거예요.

"폭군을 죽이는 것은 정당할 뿐 아니라 옳고 마땅한 일이다." 지금부터 약 860년 전, 한 성직자가 이렇게 썼어요.
왕의 권력이 하늘처럼 떠받들어지던 시대에 말이죠.
이 글에서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이렇게 위험해 보이는 말을 했는지 차근차근 풀어 볼게요.
그 사람이 바로 존 솔즈베리예요.
1120년쯤 잉글랜드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했고, 나중에는 캔터베리 대주교의 비서로 일했어요.
비서라고 하면 작아 보이지만, 사실은 왕과 교회가 부딪치는 한복판에서 권력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이었어요.
그는 1159년에 폴리크라티쿠스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은 중세 유럽에서 정치를 본격적으로 따져 본 거의 첫 작품으로 꼽혀요.
1180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존 솔즈베리는 나라를 사람 몸에 비유했어요.
왕은 머리, 신하들은 심장, 군인들은 두 손, 농민들은 발이라는 식이죠.
몸이 건강하려면 머리가 발을 함부로 짓밟으면 안 되겠죠?
머리도 몸 전체를 위해 일해야 해요.
나라도 똑같다고 본 거예요.
그래서 그는 왕과 폭군을 칼같이 나눴어요.
둘 다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있지만, 속은 완전히 달라요.
표로 보면 이래요.
| 구분 | 왕 | 폭군 |
|---|---|---|
| 법과의 관계 | 자기도 법을 지킴 | 법 위에 군림함 |
| 권력의 목적 | 백성의 행복 | 자기 욕심 |
| 다스리는 방식 | 정의와 설득 | 두려움과 폭력 |
쉽게 말하면, 좋은 반장과 나쁜 반장의 차이 같은 거예요.
좋은 반장은 자기도 교실 규칙을 지키면서 친구들을 돕지만, 나쁜 반장은 규칙 위에 자기가 있다고 여기고 친구들을 겁줘요.
존 솔즈베리에게 폭군은 바로 그 나쁜 반장이었어요.

여기서 그의 가장 과감한 생각이 나와요.
그는 폭군이란 백성과 맺은 약속을 먼저 깨뜨린 사람이라고 봤어요.
왕의 자리는 백성을 지키라고 주어진 건데, 거꾸로 백성을 해친다면 이미 왕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 그런 폭군을 없애는 일은 죄가 아니라 오히려 옳은 일이라고 했어요.
이건 당시로서는 정말 깜짝 놀랄 말이었어요.
왕은 신이 세워 준 존재라 거스르면 안 된다고들 믿었으니까요.
그런데 존 솔즈베리는 왕에게도 넘으면 안 되는 선이 있고, 그 선을 넘으면 보호받을 자격을 잃는다고 본 거예요.
권력이 무조건 옳은 게 아니라는 생각의 씨앗이죠.

그렇다고 그가 "마음에 안 들면 누구든 없애라"고 말한 건 아니에요.
오히려 조건을 여럿 달았어요.
먼저 독약을 쓰는 건 안 된다고 했어요.
몰래 독을 타는 건 비겁하고 더러운 방법이라고 봤거든요.
또 자기가 충성을 맹세한 상대라면 그 약속을 깨면서까지 손대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
약속을 지키는 일 자체를 무척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그는 폭군은 결국 신의 심판을 받는다고도 했어요.
사람이 성급하게 나서기보다,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어쩔 수 없이 생각할 수단이라는 뜻이죠.
그래서 그의 주장은 "폭군은 죽여도 된다"는 한마디로만 기억하면 절반만 아는 거예요.
진짜 핵심은 권력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쪽에 가까워요.

오늘날 우리는 대통령도 법을 지켜야 하고, 잘못하면 자리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해요.
권력자도 규칙 아래에 있다는 이 생각을, 우리는 너무 당연하게 여기죠.
하지만 거의 모든 권력이 법 위에 있던 800여 년 전에, 누군가는 "아니, 권력에도 선이 있다"고 또박또박 적어 두었어요.
존 솔즈베리의 글은 그 당연함이 사실은 오래전부터 쌓여 온 고민의 결과라는 걸 알려 줘요.

존 솔즈베리는 폴리크라티쿠스에서 왕과 폭군을 나누고, 법을 짓밟고 백성을 해치는 폭군은 더 이상 왕이 아니라고 했어요.
그래서 폭군을 없애는 일이 정당할 수 있다고 봤지만, 독약 금지와 약속 존중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함께 달았죠.
결국 그가 남긴 가장 큰 메시지는 폭군 제거 자체가 아니라, 아무리 높은 권력에도 넘으면 안 되는 선이 있다는 거예요.
권력자도 법 아래 있어야 한다는 오늘의 상식, 그 뿌리 하나를 여기서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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