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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길버트 라일은 마음을 몸이라는 기계 속에 숨은 유령처럼 여기는 생각이 '범주 오류'라고 봤어요. 마음은 몸과 따로 떨어진 물건이 아니라, 우리가 똑똑하고 슬기롭게 행동하는 방식 그 자체라는 뜻이에요.

친구를 데리고 우리 학교를 구경시켜 준다고 생각해 볼게요. 교실도 보여 주고, 운동장도, 도서관도, 급식실도 빠짐없이 보여 줬어요. 그런데 다 둘러본 친구가 고개를 갸웃하며 이렇게 물어요. "다 좋은데, 그래서 '학교'는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조금 이상하죠? 교실과 운동장과 도서관이 모여서 이루는 게 바로 학교인데, 친구는 학교를 그것들 옆에 따로 서 있는 또 하나의 건물이라고 생각한 거예요. 영국 철학자 길버트 라일(1900년부터 1976년까지 살았어요)은 바로 이 작은 헷갈림에서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큰 질문을 풀어 갔어요. 이 글에서는 그 헷갈림의 정체와, 라일이 말한 '기계 속 유령'이 무슨 뜻인지 함께 볼게요.

라일은 이런 종류의 실수에 이름을 붙였어요. 바로 '범주 오류'예요. 말은 어렵지만 뜻은 쉬워요. 서로 종류가 다른 것을 같은 칸에 나란히 놓고 세는 실수예요.
예를 들어 볼게요. "오늘 사과 세 개, 배 두 개, 그리고 과일 한 개를 샀어." 어딘가 이상하죠? 과일은 사과나 배 옆에 따로 있는 여섯 번째 물건이 아니라, 사과와 배를 한꺼번에 묶어 부르는 말이니까요. 축구를 볼 때도 그래요. "공격수, 수비수, 골키퍼는 봤는데 '팀'은 언제 나와?"라고 물으면 안 되죠. 선수들이 함께 뛰는 그 모습이 곧 팀이거든요.
라일이 보기엔, 사람들이 '마음'을 이야기할 때 꼭 이런 실수를 한대요. 그래서 다음 비유가 나와요.

아주 오래전 철학자 데카르트(1596년부터 1650년까지 살았어요)는 사람을 두 부분으로 나눠 생각했어요. 하나는 눈에 보이는 몸이에요. 손과 발과 뇌처럼 만질 수 있는 부분, 곧 '기계'죠. 다른 하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이에요. 그 기계를 안에서 조종하는 무언가요. 마치 커다란 로봇 안에 작은 조종사가 숨어 앉아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말이에요.
라일은 이 생각을 살짝 비꼬아서 '기계 속의 유령'이라고 불렀어요. 1949년에 펴낸 『마음의 개념』이라는 책에서요. 그러면서 이게 바로 학교 이야기와 똑같은 범주 오류라고 했어요. 사람들은 몸이라는 물건 하나, 마음이라는 물건 하나, 이렇게 둘이 따로 있다고 여겨요. 하지만 마음은 몸 안에 유령처럼 숨어 있는 '또 하나의 물건'이 아니에요. 학교가 건물들 옆에 따로 선 건물이 아닌 것과 똑같아요.

여기서 오해하면 안 돼요. 라일은 마음이 없다고 말한 게 아니에요. 마음은 분명히 있어요. 다만 그게 '물건'이 아니라 '하는 방식'이라고 본 거예요.
예를 들어 "저 친구 참 똑똑해"라고 할 때, 그 친구 머릿속 어딘가에 '똑똑함'이라는 알맹이가 들어 있는 건 아니에요. 어려운 문제를 척척 풀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처음 보는 상황에도 잘 맞춰 행동하는 그 모습을 보고 우리가 똑똑하다고 말하는 거예요. '용감하다'는 말도 무서운 순간에 도망치지 않고 버티는 행동을 가리키고, '친절하다'는 말도 남을 살뜰히 챙기는 행동을 가리켜요. 마음은 이렇게 행동 속에서 드러나는 거예요. 따로 떼어 내 상자에 담아 둘 수 있는 게 아니고요.

그래서 라일은 어려운 철학 문제를 풀려면 거창한 답을 찾기 전에 우리가 매일 쓰는 말부터 잘 들여다보라고 했어요. 이걸 '일상언어 분석'이라고 불러요.
"나는 그 답을 안다", "나는 사탕을 원한다", "나는 슬픔을 느낀다" 같은 말을 우리는 매일 써요. 그런데 이 말들이 머릿속 유령이 하는 어떤 비밀스러운 일을 가리킨다고 생각하면 금세 헷갈려요. 대신 이 말을 실제로 언제, 어떻게 쓰는지 가만히 살펴보면 헷갈림이 스르르 풀린다는 거예요. 라일은 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말 속에 이미 들어 있다고 봤어요.

라일의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래요. 마음은 몸속에 숨은 유령이 아니라, 몸이 똑똑하고 용감하게 움직이는 방식이에요. 학교가 건물들 옆 또 하나의 건물이 아니라 그 건물들이 어우러진 모습인 것처럼요. 그러니 "마음이 어디 있지?" 하며 머릿속을 뒤질 게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돼요. 다른 종류의 것을 같은 칸에 넣어 세는 '범주 오류'만 피해도, 마음에 관한 많은 수수께끼가 생각보다 쉽게 풀린다는 것. 이게 라일이 우리에게 남긴 선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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