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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프레게의 뜻과 지시체는,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라도 그 대상을 떠올리는 방식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에요. '지시체'는 말이 가리키는 실제 대상이고, '뜻'은 그 대상에 닿는 서로 다른 길이에요.

아주 옛날 사람들은 해가 뜨기 전 동쪽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고 '샛별'이라 불렀어요. 또 해가 진 뒤 서쪽 하늘에 밝게 뜨는 별은 '개밥바라기'라 불렀고요. 둘은 뜨는 시간도, 뜨는 방향도 달랐으니, 오랫동안 사람들은 당연히 서로 다른 별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둘은 똑같은 하나의 별, 바로 금성이었어요. 이 짧은 이야기 안에 오늘 우리가 풀 수수께끼가 통째로 들어 있어요. 어떻게 이름은 둘인데 별은 하나일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사람들은 왜 그걸 한참 뒤에야 알아챘을까요?

독일 수학자 고틀로프 프레게는 이 수수께끼를 단 두 단어로 깔끔하게 나눠 풀었어요.
하나는 '지시체'예요. 말이 진짜로 가리키는 대상이지요. '샛별'의 지시체도 금성, '개밥바라기'의 지시체도 금성이에요. 그러니 두 이름이 가리키는 대상은 완전히 똑같아요.
다른 하나는 '뜻'이에요. 같은 금성이라도 '새벽에 보이는 별'로 다가가느냐, '저녁에 보이는 별'로 다가가느냐는 다르잖아요. 이렇게 대상에 다가가는 방식, 대상이 우리에게 나타나는 모습이 바로 뜻이에요.
친구 집으로 비유해 볼게요. 친구 집이라는 한 장소에 가는 길은 여러 갈래예요. 큰길로 빙 돌아가는 버스 길도 있고, 골목으로 질러가는 지름길도 있어요. 도착지는 하나(지시체)지만, 거기에 닿는 길(뜻)은 여러 개일 수 있는 거죠.

조금 더 친근한 예를 들어 볼까요. 만화 속 '클라크 켄트'와 '슈퍼맨'은 사실 같은 한 사람이에요. 가리키는 대상, 곧 지시체는 똑같죠. 하지만 '안경 쓴 평범한 기자'라는 길로 그를 떠올리는 것과 '하늘을 나는 영웅'이라는 길로 떠올리는 건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이 두 길의 차이가 바로 뜻의 차이예요.
그래서 영화에서 누군가 "클라크 켄트가 바로 슈퍼맨이야"라고 외치는 장면이 깜짝 놀랄 소식이 되는 거예요. 두 이름이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는 사실을, 그동안 아무도 몰랐으니까요.

"샛별은 샛별이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가요? 너무 당연해서 하품이 나와요. 그런데 "샛별은 개밥바라기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 정말?" 하고 놀라게 돼요. 실제로 이건 옛 천문학자들에게 꽤 멋진 발견이었어요.
이상하지 않나요? 둘 다 결국 '금성은 금성이다'라는 같은 말 아닌가요? 가리키는 대상만 보면 완전히 똑같으니까요. 그런데 한쪽은 시시하고, 한쪽은 새로운 소식을 줘요. 프레게는 바로 그 차이가 '뜻'에 있다고 봤어요. 두 이름은 같은 금성을 가리키지만 금성에 닿는 길이 서로 달라서, 그 두 길이 결국 한 곳에서 만난다는 사실이 새로운 정보가 되는 거예요.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지시체)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던 빈틈을, 뜻이라는 개념이 메워 준 셈이지요.

고틀로프 프레게는 1848년에 태어나 1925년까지 살았던 독일의 수학자예요. 그는 '수리논리학'과 '분석철학'이라는 두 분야의 창시자로 불려요. 어려운 말 같지만 쉽게 풀면, 생각과 말을 수학처럼 또박또박 따져 보는 방법을 처음으로 닦아 놓은 사람이에요. 1892년에 쓴 '뜻과 지시체에 대하여'라는 짧은 논문 한 편에서 오늘 이야기한 구분을 내놓았는데, 이 글은 백 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철학 수업 첫머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요. 정작 살아 있는 동안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그가 닦아 둔 길 위로 훗날 많은 철학자들이 걸어왔답니다.

샛별과 개밥바라기는 이름이 둘이어도 별은 하나, 금성이에요. 프레게는 여기서 '지시체'(말이 가리키는 실제 대상)와 '뜻'(그 대상에 닿는 길)을 또렷이 갈라놓았어요. 도착지가 같아도 가는 길은 다를 수 있다는 이 단순한 생각 하나가, 왜 어떤 말은 시시하고 어떤 말은 깜짝 놀랄 소식이 되는지를 설명해 줘요. 다음에 누군가 같은 것을 다른 이름으로 부를 때, 그 이름들이 어떤 서로 다른 '길'을 따라 같은 곳에 닿고 있는지 한번 떠올려 보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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