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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우리는 보통 철학자라고 하면 조용한 방에서 턱을 괴고 골똘히 생각만 하는 사람을 떠올려요. 머릿속으로 깊이깊이 파고들면 세상의 진리에 닿을 수 있다고요. 그런데 오늘 만날 사람은 여기에 살짝 고개를 저은 인물이에요. 이암블리코스라는, 지금으로부터 약 1700년 전에 살았던 철학자예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아무리 똑똑하게 생각해도, 머리만으로는 가장 높은 곳에 닿을 수 없다고요. 무슨 뜻일까요.

이암블리코스는 대략 245년부터 325년까지, 지금의 시리아 땅에서 살았던 후기 고대 철학자예요. 그 시절 지중해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던 철학 흐름이 하나 있었는데, '신플라톤주의'라고 불렸어요. 이름이 어렵지만 뜻은 단순해요. 오래전 철학자 플라톤의 생각을 이어받아,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고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새롭게 풀어낸 학파예요. 이암블리코스는 이 흐름을 배운 사람이었고, 나중에는 자기 학교를 열어 제자들을 가르쳤어요.

신플라톤주의의 세계관을 쉽게 그려 볼게요. 세상을 아주 높은 건물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맨 꼭대기에는 '하나'라고 부르는, 모든 것의 근원이 있어요. 너무 밝아서 똑바로 볼 수도 없는 빛 같은 거예요. 그 빛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한 층 한 층 세상을 만들어요. 맨 아래층에 우리가 사는 물질 세계가 있고요. 우리 영혼은 원래 위층에서 내려온 손님이라,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늘 꼭대기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거예요.
이암블리코스는 이 건물에 층을 더 촘촘하게 그려 넣었어요. 꼭대기와 우리 사이가 너무 멀어서, 그 사이를 잇는 신과 영적 존재들의 계단을 아주 세밀하게 나눴거든요. 한 번에 옥상까지 뛰어오를 순 없으니,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야 한다고 본 거죠.

자, 여기서 그의 가장 큰 생각이 나와요. 앞선 철학자들은 대개 이렇게 가르쳤어요. 조용히 생각에 잠겨 마음을 맑게 닦으면, 영혼이 저절로 위층으로 올라간다고요. 그런데 이암블리코스는 달랐어요. 우리 영혼은 몸속으로 너무 깊이 내려와 버려서, 생각하는 힘만으로는 그 무거운 계단을 다 오를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가 내놓은 답이 바로 '의례'였어요. 정해진 기도를 올리고, 신성한 물건을 다루고, 노래를 부르고, 몸으로 정성껏 예식을 치르는 일이에요. 이걸 '신적인 일'이라는 뜻의 말로 불렀어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아무리 헤엄을 잘 알아도 깊은 바다에서는 구명조끼와 밧줄이 필요하잖아요. 이암블리코스에게 의례란, 사람의 힘으로 닿을 수 없는 곳에 신들이 먼저 내려 준 밧줄 같은 거였어요. 사람이 위로 기어오르는 게 아니라, 위에서 손을 내밀어 끌어올려 주는 거죠.

이 생각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에요. 포르피리오스라는, 당시 아주 유명했던 선배 철학자가 있었어요. 그는 의례 같은 건 미신에 가깝고 진짜 중요한 건 깨끗한 마음과 사색이라고 봤어요. 이암블리코스는 여기에 정면으로 답하는 글을 썼는데, 흔히 '신비에 관하여'라고 불리는 책이에요. 거기서 그는 말해요. 의례는 미신이 아니라, 우주가 짜인 질서에 맞춰 신과 이어지는 진지한 길이라고요. 두 사람의 이 논쟁은 '철학은 생각인가, 아니면 삶 전체로 하는 실천인가'라는 오래된 물음을 또렷하게 보여 줘요.

이암블리코스의 생각은 그 시대에 큰 영향을 남겼어요. 뒤를 이은 신플라톤주의 철학자들, 그리고 짧게나마 로마를 다스리며 옛 신앙을 되살리려 했던 율리아누스 황제도 그의 길을 따랐어요. 그래서 그는 철학을 책상 위 논리에서 끌어내려, 우주의 모습과 종교적 의례까지 하나로 엮은 사람으로 기억돼요. 생각과 믿음, 머리와 몸이 따로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고 본 셈이죠.

이암블리코스는 약 1700년 전 시리아에서 신플라톤주의를 배운 철학자였어요. 그는 세상을 빛이 흘러내리는 층층 건물처럼 보았고, 그 사이를 잇는 계단을 누구보다 촘촘히 그렸어요. 무엇보다, 가장 높은 곳에는 생각만으로 닿을 수 없으니 기도와 의례라는 밧줄을 잡아야 한다고 했죠. 그래서 그를 떠올릴 때 이 한 문장이 남아요. 진리는 머리로만 오르는 계단이 아니라, 온몸으로 손을 맞잡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게 이암블리코스가 우리에게 건넨 물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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