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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64년 10월, 한 작가가 노벨상을 거절했다.
돈도 명예도 싫어서가 아니었다.
그것을 받는 순간 자신이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스웨덴 한림원이 장폴 사르트르를 수상자로 발표한 날, 상금은 25만 크로나였다.
오늘날로 치면 수십억 원이 하룻밤 사이에 그의 앞에 놓였다.
그는 정중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거절 서한을 보냈다.
사르트르의 논리는 이랬다.
"작가가 제도의 이름을 달면, 그 글은 더 이상 작가의 것이 아니야."
회사 임원이 되는 순간 회사를 비판하기 어려워지듯, 노벨상 수상자가 되면 '노벨상 수상자'로서 써야 한다는 뜻이었다.
이 거절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1945년 레지옹 도뇌르 훈장(프랑스 최고 훈장)도, 콜레주 드 프랑스(프랑스 최고 권위의 학술기관) 교수직도 마다했다.
명예와 돈이 한꺼번에 굴러왔는데, 그 자체가 그가 평생 경고해온 '제도화'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결혼하지 않았다.
그것이 그들의 가장 긴 약속이었다.
1929년, 21세의 사르트르가 21세의 시몬 드 보부아르에게 이상한 제안을 했다.
보부아르는 훗날 『제2의 성』을 써 페미니즘의 토대를 닦은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다.
제안의 조건은 세 가지였다.
결혼은 하지 않는다. 서로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한다. 그리고 다른 연애도 허용한다.
청첩장 대신 '평생 함께하지만 법적 부부는 되지 않겠다'는 카드를 받는 셈이었다.
그런데 이 '2년 계약'이 끝나지 않았다.
1980년 사르트르가 숨을 거둘 때까지 51년 동안 이어졌다.
결혼식도, 이혼 절차도 없었다.
그리고 1980년, 보부아르는 그의 옆자리에 묻혔다.
같은 묘에.
사르트르에게 결혼은 '사회가 정해준 관계의 틀'이었다.
그 틀 안에 자신의 사랑을 가두는 것은, 노벨상이라는 이름표를 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책상에서 글만 쓰던 철학자가 폭탄의 표적이 됐다.
그가 쓴 것은 칼럼 한 편이었다.
1950년대 말, 알제리 독립 전쟁이 터졌다.
알제리는 당시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독립을 원하는 알제리인들과 이를 막으려는 프랑스군 사이에 전쟁이 벌어졌다.
사르트르는 프랑스 식민 통치를 공개 비난하며 알제리 독립을 지지했다.
프랑스 시민들이 격분했다.
"사르트르를 총살하라"는 구호가 거리를 채웠다.
그리고 1961년, OAS라는 극우 비밀무장조직이 그의 파리 아파트에 폭탄을 던졌다.
OAS는 프랑스의 알제리 지배를 지키려는 무장세력이었다.
폭발은 1년 뒤 또 한 번 반복됐다.
SNS에 정부 비판 글을 올렸더니 집 앞에 사제폭탄이 놓이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드골 대통령은 사르트르의 체포를 거부했다.
"볼테르를 바스티유에 가둘 수는 없다"고 했다고 전해진다.
볼테르는 18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비판 사상가다.
드골이 사르트르를 그와 같은 반열에 올린 셈이었다.
폭탄이 터진 뒤에도 사르트르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침묵은 공모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권력 편에 서는 선택이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먼저 태어나고, 그다음에 자기 자신을 만든다.
사르트르가 1945년 한 문장으로 한 세대의 청년들을 뒤흔든 말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파리는 폐허 위의 도시였다.
수백만 명이 죽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왜 살아야 하는가"를 물었다.
그 해 10월, 사르트르는 파리의 한 강연장에 섰다.
청중이 너무 많이 몰려 강연장이 무너질 뻔했다.
앞줄에서 여성 한 명이 기절했다.
그가 그날 선언한 것이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L'existence précède l'essence)"였다.
어렵게 들리지만 비유로 생각하면 간단하다.
칼은 만들어지기 전부터 '자르는 것'이라는 목적이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목적 없이 먼저 세상에 던져지고, 그 뒤에 어떤 사람이 될지 스스로 결정한다.
다시 말해,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는 핑계라는 뜻이다.
매 순간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지 선택하고 있고, 그 선택들이 쌓여 나 자신이 된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자유를 선물이 아닌 짐이라고 봤다.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았다."
그가 남긴 말이다.
선택하지 않는 것도 선택이고,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것이다.
그렇게 보면 그의 거절들이 달라 보인다.
훈장도, 노벨상도, 결혼도 거부한 것은 취향이 아니었다.
강연장에서 선언한 문장을 삶 전체로 실천한 것이었다.
오늘 당신이 한 선택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고 싶다는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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