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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감시받는 인간을 평생 분석한 철학자는 정작 자신의 사후 한 줄까지 통제하려 했어요.
미셸 푸코는 1984년 6월 25일 숨을 거두기 직전, "Pas de publication posthume", 그러니까 "사후 출판 없음"이라는 유언을 남겼어요.
자기 손으로 완성하지 않은 것은 세상에 나오지 말라는 뜻이었죠.
그런데 지금 서점에 가면 푸코의 이름이 붙은 책이 13권짜리 강의록으로 빼곡하게 꽂혀 있어요.
심지어 그가 가장 망설였던 원고 하나는 사후 34년이 지난 2018년에야 조용히 출판됐어요.
유언은 완전히 무시됐죠.
이상한 일이에요.
푸코가 평생 주장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저자의 죽음"이었거든요.
저자가 글을 완성하는 순간 그 글은 저자의 것이 아니라 독자의 것이 된다는 생각, 그게 그의 핵심 철학이었어요.
하지만 막상 자기 원고 앞에서는 달랐어요.
그는 자신이 허락하지 않은 것은 세상에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죽음을 앞두고도 그 통제를 놓지 않으려 했다는 점이, 그를 알면 알수록 더 흥미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요.

판옵티콘을 처음 만난 건 오래된 문헌 속이 아니라 1971년 파리 교도소 앞 인도였어요.
판옵티콘이란 18세기 영국 철학자 제러미 벤담이 설계한 원형 감옥이에요.
중앙에 감시탑 하나를 세우면, 죄수는 언제 감시받는지 알 수 없어서 스스로 행동을 통제하게 돼요.
오늘날로 치면, 출입 카드와 CCTV를 의식해 사무실에서 자연스럽게 행동을 조심하게 되는 그 감각이죠.
그런데 푸코가 이 개념을 1975년 『감시와 처벌』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기 4년 전, 그는 직접 파리 교도소 앞에 서 있었어요.
1971년 푸코는 GIP(감옥정보그룹, Groupe d'information sur les prisons)를 만들었어요.
수감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직접 증언을 모으고, 교도소 앞에서 시위를 벌인 조직이었죠.
그러니까 푸코의 가장 유명한 책은 도서관이 아니라 경찰과 마주 선 거리 위에서 출발했어요.
이론보다 현장이 먼저였던 사람이에요.

지식과 권력의 결탁을 해부한 철학자는 자신의 진단명만은 끝내 말하지 않았어요.
1983년 무렵부터 푸코는 눈에 띄게 쇠약해졌어요.
하지만 그는 자신이 HIV/AIDS에 걸렸다는 사실을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인정하지 않았어요.
1984년 6월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병원이 발표한 공식 사인은 '패혈증'이었어요.
그가 AIDS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공개된 건 사후의 일이었어요.
생각해보면 이상해요.
푸코는 평생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가 권력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 사람이거든요.
'정신병'이라는 진단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불편해하는 사람을 분류하고 관리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봤어요.
막상 자신이 진단을 받았을 때, 그는 그 이름으로 불리기를 거부했어요.
병명이 알려지는 순간, 그 단어 하나가 자신의 모든 삶과 철학을 덮어버릴 것을 알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와중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성의 역사』 원고를 다듬고 있었어요.
그의 유언은 30년에 걸쳐 조용히 깨졌고, 그가 가장 경계한 '저자 푸코'는 죽은 뒤에 오히려 더 커졌어요.
푸코의 동반자 다니엘 드페르와 출판사 갈리마르는 1990년대부터 강의록을 차례로 세상에 내놨어요.
콜레주 드 프랑스는 푸코가 1970년부터 사망 직전까지 매년 공개 강의를 했던 파리의 학술 기관이에요.
그 강의들이 녹취록으로 정리되어 13권짜리 시리즈가 됐어요.
그리고 2018년, 결정적인 책이 나왔어요.
푸코가 끝내 출판을 망설이며 손에 쥐고 있던 『성의 역사』 4권 『육체의 고백』이 드디어 서점에 등장한 거예요.
사후 34년 만이었어요.
아이러니한 건, 저자가 텍스트의 의미를 통제할 수 없다고 평생 주장한 사람이 여기 있다는 점이에요.
죽은 뒤에도 '미셸 푸코'라는 이름은 표지마다 더 크게 찍혔고, 그의 권위는 되려 불어났어요.
자기 철학의 가장 열렬한 반례가 결국 자기 자신이 됐어요.
그렇다면 저자의 죽음을 가장 믿지 못한 사람은, 어쩌면 푸코 자신이었던 건 아닐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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