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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92년, 수학계에 이름 석 자 없던 28살 청년이 세계 최고의 물리학자가 포기한 문제를 풀어버렸어요.
그 물리학자는 에드워드 위튼이에요.
노벨상이 수학자에게 주어지지 않아서 못 받았을 뿐, 1990년 수학계 최고 영예인 필즈상을 받은 인물이에요.
1991년에 그는 양자중력과 대수기하학을 연결하는 추측을 발표했는데, 이걸 "위튼 추측"이라고 해요.
비유하자면 이런 상황이에요.
세계적인 건축가가 "이론적으로 이런 건물이 가능하다"는 스케치를 남겼는데, 아무도 실제로 지을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이름도 없는 신입 엔지니어가 나타나서 그 건물을 실제로 세워버린 거예요.
그 신입의 이름은 막심 콘체비치였어요.
독일 본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공부하던 대학원생이었는데, 당시 수학계에서는 아무도 그를 몰랐어요.
물리학의 직관이 옳다는 것을 순수 수학의 언어로 처음으로 입증해낸 사람이 바로 이 무명의 20대였어요.

아버지는 한국어를 러시아에 번역했고, 아들은 물리학을 수학으로 번역했어요.
레프 콘체비치는 소련의 저명한 한국학자예요.
오늘날 우리가 한국어를 영어로 표기할 때 쓰는 방식 중 하나인 "콘체비치 표기법"을 만든 인물이에요.
한반도의 언어를 평생 해독하는 데 바친 사람의 아들이, 우주의 기하학적 언어를 해독하는 데 평생을 바치게 된 거예요.
막심은 모스크바 근교 힘키에서 태어났어요.
10대에 전소련 수학 올림피아드에서 우승했는데, 당시 소련 올림피아드는 오늘날로 치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수준의 난이도였어요.
이후 모스크바 국립대학에 진학해서 수학을 공부했어요.
부자가 각각 완전히 다른 세계의 '번역가'가 된 셈이에요.
한 사람은 낯선 나라의 말소리를 다른 나라의 문자로 옮겼고, 다른 한 사람은 물리학자의 직관을 수학자의 증명으로 옮겼어요.
언어는 달랐지만 하는 일은 같았어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

물리학자들은 우주에 숨은 거울이 있다고 느꼈어요.
콘체비치는 그 거울의 설계도를 수학으로 그렸어요.
왼손과 오른손을 생각해봐요.
둘은 완전히 다르게 생긴 것 같지만, 거울에 비추면 똑같아요.
1994년 콘체비치가 제안한 호몰로지적 거울 대칭 추측이 바로 이런 이야기예요.
끈이론은 물리학자들이 우주의 근본 구조를 설명하려는 이론인데, 거기서 나온 직관이 있었어요.
완전히 달라 보이는 두 수학적 세계가 사실 거울상처럼 같은 구조라는 것이에요.
물리학자들은 실험과 직관으로 그렇게 "느꼈"는데, 그걸 수학으로 엄밀하게 설명할 방법이 없었어요.
콘체비치는 그 감각을 증명 가능한 체계로 바꿔놓았어요.
그는 이어서 변형 양자화 정리도 증명했는데, 이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 사이에 수학적 다리를 놓은 작업이에요.
쉽게 말하면, 뉴턴의 물리학과 양자물리학이 사실 같은 언어의 방언이라는 걸 수학으로 보여준 거예요.
물리학자들은 "느꼈던" 것이, 이제 "증명된" 것이 됐어요.
감각의 영역이었던 것이 정리(theorem)의 영역으로 넘어온 순간이었어요.

상금 300만 달러는 숫자에 불과했어요.
콘체비치가 진짜 바꾼 것은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이었어요.
그는 1998년 필즈상, 2008년 크라포드상에 이어 2012년 최초의 브레이크스루 수학상을 받았어요.
브레이크스루 수학상은 상금이 300만 달러인데, 이는 노벨상 상금의 세 배예요.
수학의 거의 모든 최고 상을 휩쓴 셈이에요.
현재 그는 프랑스 IHÉS, 즉 고등과학연구소의 정교수예요.
과거 알렉산더 그로텐디크라는 전설적인 수학자가 현대 대수기하학을 건설한 곳이에요.
그로텐디크가 새로운 수학의 터를 닦은 그 연구소에서, 콘체비치는 지금도 연구하고 있어요.
그가 열어놓은 분야에서 지금 수백 명의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연구하고 있어요.
올림픽 금메달보다 그 선수가 만들어낸 새로운 기술이 이후 모든 선수의 훈련법을 바꾼 것처럼, 콘체비치의 진짜 유산은 상이 아니라 패러다임이에요.
"수학과 물리학이 사실은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줬으니까요.
1992년 그 무명의 28살 청년이 칠판 앞에 섰을 때, 그는 아마 이걸 몰랐을 거예요.
자신이 쓴 수식 하나가 두 학문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영원히 바꿔버릴 줄은.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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