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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구는 인류가 아는 가장 단순한 도형이에요.
그래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어요. 차원을 높이면 구가 전혀 다른 무언가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1956년, 프린스턴 대학교의 25살 수학자 존 밀너는 고차원 공간의 형태를 목록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쉽게 말하면, 3차원 이상의 공간에서 도형들을 분류하는 일이에요.
그런데 7차원 구면을 계산하다가 이상한 결과가 나왔어요.
겉으로 보면 우리가 아는 구면과 똑같아요.
하지만 표면을 매끄럽게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마치 같은 도시 지도인데 교통 체계가 완전히 다른 두 도시처럼요.
오늘날 매일 만지는 축구공이 사실은 보는 방식에 따라 28개의 서로 다른 공으로 존재한다고 누군가 증명한 상황.
그게 바로 밀너가 발견한 것이었어요.
수학자들은 2천 년 동안 구면은 당연히 하나뿐이라고 생각했어요.
고대 그리스 이래로 구는 가장 완벽하고 단순한 도형의 상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완벽한 도형'이 차원을 높이면 우리가 전혀 모르는 낯선 버전을 숨기고 있었던 거예요.
이것이 이국적 구면(exotic sphere)의 최초 발견이에요.
위상적으로는 같지만 미분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구면, 그러니까 모양은 같은데 표면의 성질이 다른 구라고 생각하면 돼요.

밀너는 자기 논문의 첫 번째 반대자였어요.
계산 결과가 너무 이상해서 몇 주 동안 오류를 찾았지만, 오류는 없었어요.
사실 그는 처음부터 이국적 구면을 찾으려 했던 게 아니었어요.
다양체의 분류 문제, 그러니까 고차원 도형들을 체계적으로 나누는 작업을 하다가 계산에서 이상한 숫자가 튀어나왔어요.
그의 첫 반응은 "내가 계산을 틀렸나 보다"였거든요.
시험 답안을 쓰다가 답이 너무 이상해서 세 번이나 다시 풀었는데 결국 그 이상한 답이 맞았던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나요?
밀너의 상황이 딱 그거였어요.
몇 주 동안 오류를 찾아 헤맸고, 결국 오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 결과에 이름을 붙였어요.
이국적 구면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탄생했어요.
'이국적'이라는 말은 그냥 낯설고 예상 밖이라는 뜻이에요.
수학자가 자기 발견에 이런 이름을 붙인다는 건, 그만큼 스스로도 당황했다는 증거예요.
이 발견은 미분위상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열었어요.
매끄러운 도형의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새 대륙이 열린 거예요.
그것도 처음엔 틀린 줄 알았던 계산 하나에서요.

7차원 구면에 숨어 있던 이국적 구조의 수는 28이었어요.
공교롭게도 28은 고대 그리스인들이 '완전한 수'라고 불렀던 바로 그 숫자예요.
완전수란 자기 자신을 제외한 약수들의 합이 자기 자신과 같은 수를 말해요.
28의 약수는 1, 2, 4, 7, 14이고, 이것들을 모두 더하면 28이 돼요.
수학의 전혀 다른 두 구석에서 같은 숫자가 나타난 거예요.
밀너는 이후 수학자 미셸 케르베르와 함께 7차원 구면의 이국적 구조가 정확히 28개임을 엄밀하게 증명했어요.
완전히 다른 두 퍼즐을 풀었는데 답이 똑같이 나오는 그 순간, 우연인지 아직 발견 못한 법칙이 있는 건지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바로 이거예요.
이 업적으로 밀너는 1962년 필즈상을 받았어요.
필즈상은 4년에 한 번, 40세 이하 수학자에게만 주어지는 수학계 최고 영예예요.
오늘날로 치면 노벨상에 해당해요.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밀너는 2011년 아벨상까지 수상했어요.
아벨상은 나이 제한 없이 수학 전체 업적을 평가하는 상인데, 필즈상과 아벨상을 모두 받은 수학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 극소수에 불과해요.

밀너의 발견은 칠판 위에서 끝나지 않았어요.
7차원 구면의 비밀은 물리학자들이 우주의 숨은 차원을 설명하는 도구가 되었어요.
끈 이론이라는 물리학 이론이 있어요.
우주의 가장 작은 단위가 점이 아니라 진동하는 끈처럼 생겼다는 이론인데, 이 이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우주가 10차원 이상이어야 해요.
그 고차원 공간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밀너가 열어젖힌 수학이 핵심 도구가 됐어요.
어릴 때 공놀이하며 만졌던 그 둥근 공 안에 우주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 허황된 말이 아니에요.
가장 단순한 도형에서 출발한 발견이 우주의 구조를 이해하는 언어가 된 거니까요.
밀너 본인은 한 발견에 머물지 않았어요.
90대까지 뉴욕 스토니브룩 대학교에서 연구를 이어가며, 복소역학과 대수적 K-이론이라는 전혀 다른 수학 분야에서도 근본적인 기여를 했어요.
그가 쓴 교과서들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전 세계 대학원 필독서로 쓰여요.
명징한 설명으로도 유명해요.
수학자들 사이에서 밀너의 글은 복잡한 것을 가장 깔끔하게 써내려가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요.
25살의 발견과 90대의 글쓰기 모두, 그가 평생 추구한 건 하나였던 것 같아요. 가장 단순한 형태로 가장 깊은 진실을 꺼내는 것.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이 남아요.
7차원 이외의 다른 차원에는 이국적 구면이 몇 개나 숨어 있을까요.
수학자들이 지금도 세고 있는 중이에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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