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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2002년 겨울, 전 세계 수학자들의 이메일 수신함에 같은 링크가 돌기 시작했다.
무료 논문 사이트에 올라온 39페이지짜리 문서가 100년 된 난제의 답이라는 소문이었다.
그 문제는 푸앵카레 추측이었다.
1904년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제기한 것으로, 쉽게 말하면 "3차원 공간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반드시 구의 형태와 같다"는 주장이다.
100년 동안 전 세계 최고의 수학자들이 달려들었지만 아무도 증명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몇 년간 아무도 해결 못 한 프로젝트가 있는데, 어느 날 익명 게시판에 완벽한 해결책이 올라온 상황과 비슷하다.
그레고리 페렐만은 이 증명을 arXiv라는 무료 공개 플랫폼에 그냥 올려버렸다.
동료 수학자의 검토도, 학술지 게재도 없었다.
수학계 최고 권위의 문제가 가장 권위 없는 장소에서 풀린 셈이었다.
세계 수학자들은 처음에 이것이 진짜인지조차 판단하지 못했다.
몇 년에 걸쳐 검증한 뒤에야 "맞다"는 결론이 나왔다.

세계 수학 대회에서 만점을 받은 소년에게 남은 과제는 하나 더 있었다.
자기 나라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1982년, 16살의 페렐만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42점 만점을 받아 금메달을 획득했다.
IMO는 전 세계 고등학생이 참가하는 수학 올림픽으로, 만점은 극히 드문 일이다.
전 세계가 이 소년을 천재로 인정했다.
하지만 당시 소련에는 유대인에 대한 차별 정책이 있었다.
페렐만은 유대계 러시아인이었고, 아무리 성적이 뛰어나도 대학 입학 자체가 막힐 수 있었다.
특별 추천을 통해서야 겨우 레닌그라드 대학교 문을 넘을 수 있었다.
전교 1등을 했는데 원하는 학교에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기분이 이랬을 것이다.
수학에서는 완벽했지만, 사회 시스템은 그의 혈통만 보았다.
그래도 그는 수학을 계속했다.

역사상 필즈상을 거부한 수학자는 딱 한 명이다.
놀라운 것은 거절 자체가 아니라 그 이유였다.
필즈상은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4년마다 한 번, 40세 이하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최고 영예다.
2006년 페렐만이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때, 그는 조용히 거절했다.
2010년에는 클레이 수학연구소의 밀레니엄 상금 100만 달러도 거절했다.
세기의 난제를 푸는 사람에게 주는 상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는 우주의 흐름을 제어하는 법을 안다. 왜 100만 달러를 쫓아가야 하는가."
하지만 그를 더 깊이 실망시킨 건 상이 아니었다.
자신의 증명을 둘러싼 학계의 공로 다툼이었다.
중국계 수학자 야우 싱퉁 그룹이 페렐만의 증명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완성했다고 주장하며 공로를 나눠 가지려 했다.
팀 프로젝트를 혼자 다 해놨는데 발표 날 다른 팀원이 자기가 한 것처럼 나서는 상황이었다.
페렐만은 수학이 아니라 수학계에 환멸을 느꼈다.
그리고 그 세계를 떠났다.

기자들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 아파트 초인종을 눌렀다.
인터폰 너머로 들린 대답은 짧았다.
"저는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페렐만은 스텍로프 수학연구소를 사직한 뒤 어머니와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인터뷰를 거절하고, 수학계와 완전히 단절했다.
이웃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는 숲을 산책하고, 빵과 우유를 사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21세기 수학의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의 일상이 동네 은퇴자의 하루와 구별되지 않는다.
전 세계가 그를 찾는 동안 그는 아무도 찾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찾지 않으면서 아무것도 잃지 않은 것처럼 살고 있다.
그가 정말로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지는 우리가 판단할 수 없다.
다만 그는 한 번도 돌아오지 않았다.
세상이 그에게 줄 수 있는 것 중 그가 원하는 것이 있기는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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