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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2022년 필즈상 수상자의 고등학교 수학 성적은 6등급이었다.
9등급 만점에서 6등급, 즉 하위권이다.
필즈상은 4년마다 단 두 명에서 네 명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다.
노벨상이 없는 수학계에서 이 상이 노벨상 역할을 한다.
40세 미만이어야만 받을 수 있고, 2022년 수상자 중 한 명은 한국인이었다.
그의 이름은 허준이다.
수능에서 수학 6등급을 받았고,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자퇴와 복학을 반복했다.
학점은 바닥이었고, 장래희망은 시인이었으며, 과학잡지 기자도 꿈꿨다.
한국 입시 시스템이 "수학 못하는 아이"로 분류한 사람이 전 세계 수학자 중 최고로 선정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 답은 하나의 강의실에서 시작된다.

강의실에 남은 학생은 한 명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수학을 가장 못하는 학생이었다.
서울대 시절 허준이는 우연히 한 노교수의 강의를 청강했다.
히로나카 헤이스케, 1970년 필즈상을 받은 일본인 수학자였다.
"특이점 해소 이론"이라는 분야의 대가로, 굉장히 어렵기로 유명한 수업을 열었다.
수강생들은 수업이 거듭될수록 하나둘 사라졌다.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끝까지 남은 학생이 있었다.
히로나카는 그 청년에게 자신의 미해결 문제를 던졌다.
허준이는 그 문제에 매달리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수학에 빠져들었다.
"그게 수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였어요"라고 그는 나중에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수학적 배경이 부족했기에 기존의 틀에 갇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방식이 그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그 낯섦이 나중에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그의 대학원 지원서 대부분은 휴지통으로 갔다.
학점이 너무 낮았다.
5년 뒤, 그가 보낸 논문은 50년간 아무도 풀지 못한 문제의 답이었다.
허준이는 히로나카의 추천서 하나에 기대어 겨우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에 입학했다.
대부분의 학교가 낮은 학점을 이유로 거절했다.
그 추천서가 없었다면 그는 수학자가 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대학원에서 그는 리드 추측이라는 문제에 달려들었다.
쉽게 말하면, 지도를 색칠할 때 필요한 색의 수를 다항식으로 나타냈을 때 그 계수들이 특정한 패턴을 이룬다는 예측이다.
1968년에 제기된 이후 조합론, 그러니까 경우의 수와 배열을 다루는 수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수십 년간 달라붙었지만 아무도 풀지 못했다.
허준이가 꺼낸 도구는 호지 이론이었다.
호지 이론은 복잡한 기하학적 공간의 구조를 분석하는 대수기하학의 도구로, 조합론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다.
조합론 전문가들이 조합론 도구로 수십 년 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조합론 비전문가가 전혀 다른 분야의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전문성의 부재가 오히려 무기가 된 순간이었다.
이미 익숙한 길만 알고 있는 사람은 새로운 길을 내려 하지 않는다.
그는 익숙한 길을 몰랐기 때문에,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들어섰다.

필즈상 수상자의 하루 일과를 들으면 놀랄 것이다.
소파에 눕는다. 산책을 한다. 멍하니 천장을 본다.
이것이 그의 연구 방법이다.
허준이는 하루에 서너 시간만 집중적으로 사고하고, 나머지 시간은 산책하거나 그냥 눕는다고 밝혔다.
그는 수학적 사고를 "느리게 걷는 것"에 비유했다.
빠른 계산이 수학이 아니라, 올바른 관점을 찾는 것이 수학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한국 수학 교육이 요구하는 것과 정반대다.
수능 수학은 빠른 풀이를 요구한다. 정해진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문제를 맞혀야 한다.
그 기준으로 허준이는 하위권이었다.
하지만 실제 수학은 다른 게임이다.
정답을 빨리 찾는 게 아니라, 아직 아무도 모르는 답을 찾는 일이다.
그 일에는 빠름이 아니라 깊음이 필요하다.
2022년, 프린스턴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던 허준이는 필즈상을 받았다.
시인이 되고 싶었고, 수학을 못해서 대학원에서 퇴짜를 맞았던 그 청년이었다.
수능이 "이 아이는 수학을 못한다"고 적은 성적표와, 전 세계 수학자들이 수여한 트로피가 지금쯤 어딘가에 나란히 있을 것이다.
수학을 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어쩌면 처음부터 잘못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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