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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노벨상 수상자가 "옆에 있으면 바보가 된 것 같다"고 고백한 사람이 있어요.
고백한 쪽이 노벨상 수상자였습니다.
핵물리학자 한스 베테는 존 폰 노이만을 이렇게 표현했어요.
"폰 노이만의 두뇌는 인간의 것이 아니라, 인간보다 한 단계 위 종족의 것이다."
베테 자신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사람이었어요.
유진 위그너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역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였고, 폰 노이만의 오랜 동료였는데, 이렇게 회고했죠.
"나는 폰 노이만 옆에서 수학을 포기했다."
시험장에서 옆자리 학생이 30분 만에 나가버릴 때 느끼는 그 막막함, 아시죠?
20세기 최고의 과학자들이 매일 느낀 감정이 정확히 그것이었어요.
폰 노이만은 6세에 8자리 나눗셈을 암산했고, 전화번호부 한 페이지를 읽고 그대로 암송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프린스턴에서 딱 한 가지에 불만이 있었어요.
옆집 파티 소음이었습니다.
그 옆집 주인은 핵폭탄의 수학을 설계하는 중이었어요.
폰 노이만의 프린스턴 자택 파티는 전설이었습니다.
와인, 음악, 유머가 넘치는 그 모임에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몰려들었고, 주변 이웃들은 매주 소음에 시달렸어요.
그 이웃 중 한 명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그런데 맨해튼 프로젝트 속 폰 노이만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요.
맨해튼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원자폭탄을 개발한 비밀 계획인데, 폰 노이만은 거기서 내폭렌즈 설계의 핵심 수학을 담당했어요.
폭탄이 안으로 압축되며 폭발하도록 정밀하게 계산하는 일이었습니다.
전쟁 후에는 더 나아갔어요.
소련을 먼저 핵공격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거든요.
파티에서 가장 웃기고, 동료들에게 가장 다정했던 사람이 냉정하게 수백만 명의 죽음을 계산하고 있었다는 게 이 사람의 모순이에요.

지금 이 글을 읽는 기기가 스마트폰이든 노트북이든, 그 안에는 1945년에 쓰인 메모 한 장의 설계가 들어 있어요.
그 문서의 이름은 EDVAC 보고서 초안이에요.
101쪽짜리 이 문서가 제안한 것은 단순하지만 혁명적인 아이디어였어요.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같은 메모리에 저장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모든 컴퓨터는 이 방식대로 작동해요.
명령어와 데이터를 한 공간에 두고, 필요할 때 꺼내서 쓰는 거예요.
이걸 폰 노이만 구조라고 부르는데, 2026년 현재 지구상 거의 모든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이 구조 위에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보고서에는 문제가 있었어요.
공동 연구자였던 에커트와 모클리의 이름 없이 폰 노이만 단독 명의로 외부에 유출되어버린 거예요.
특허 분쟁과 학계 갈등이 터졌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인 일이 벌어졌어요.
이름 논쟁 때문에 특허 자체가 무효화되어, 이 설계가 누구나 쓸 수 있게 풀려버린 거예요.
덕분에 컴퓨터 산업은 한 회사의 독점 없이 전 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습니다.
팀 프로젝트에서 내 작업이 다른 사람 이름으로 나가버린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그 "실수"가 산업 전체의 운명을 바꾼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확률을 누구보다 잘 계산한 남자가 마지막으로 베팅한 대상은 신이었어요.
1957년, 폰 노이만은 골암으로 죽어가고 있었어요.
평생 불가지론자처럼 살았던 그가 가톨릭 신부를 병실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종부성사를 받았어요. 종부성사는 가톨릭에서 임종을 앞둔 신자에게 하는 의식이에요.
이것이 왜 아이러니냐면, 폰 노이만이야말로 게임 이론의 창시자이기 때문이에요.
게임 이론은 합리적인 선택을 수학으로 계산하는 학문이에요.
"어떤 선택이 기대값이 가장 높은가"를 따지는 거예요.
17세기 철학자 블레즈 파스칼은 이런 논증을 남겼어요.
"신이 있다면 믿는 사람은 천국을 얻고, 없다면 손해는 없다. 신이 없다면 믿어도 잃는 건 없고, 있는데 안 믿으면 지옥이다. 그러니 믿는 쪽에 베팅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걸 파스칼의 내기라고 부르는데, 신의 존재를 믿음으로써 기대값을 최대화하는 논증이에요.
게임 이론의 창시자가 죽음 앞에서 정확히 그 논리를 따른 거예요.
아니면 그냥 두려웠던 걸 수도 있어요.
아무도 모릅니다. 그가 말하지 않았으니까요.
"평소 난 절대 안 그래"라고 하던 것을, 극한의 순간에 결국 하게 되는 경험이 있잖아요.
세상에서 가장 합리적인 남자라도 죽음 앞에서는 계산기를 내려놓았는지, 아니면 끝까지 계산기를 들고 있었는지.
그 병실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그의 두뇌만이 알겠죠.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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