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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여러분이 즐겨 하는 게임을 만든 사람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보통은 게임 회사에 다니는 개발자를 상상하게 되죠. 그런데 어릴 때 게임을 만들던 한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는 전 세계 과학자들이 오십 년 가까이 풀지 못한 수수께끼를 컴퓨터로 풀어냈어요. 그리고 2024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죠.
신기한 건, 이 사람이 화학 실험실에서 흰 가운을 입고 평생 시험관을 흔들던 사람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가 바로 데미스 허사비스예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처음부터 따라가 볼게요.

데미스 허사비스는 197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어요. 어릴 때부터 체스를 아주 잘 둬서, 열세 살에는 또래 중 세계에서 손꼽히는 실력을 갖췄어요. 머릿속으로 수십 수 앞을 내다보는 일이 그에겐 놀이였던 거죠.
게임도 무척 좋아했어요. 그래서 열일곱 살에는 직접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 큰 인기를 끌기도 했고요. 그런데 게임을 만들수록 한 가지 궁금증이 자랐어요. "사람처럼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풀려고 그는 대학에서 컴퓨터를 공부하고,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하는 학문인 뇌과학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어요. 게임과 컴퓨터와 뇌, 이 세 가지가 한 사람 안에서 만난 셈이에요.

2010년, 허사비스는 딥마인드라는 회사를 세웠어요. 사람처럼 배우는 인공지능을 만드는 회사였죠.
이 회사가 만든 알파고라는 프로그램이 2016년에 세계 최고의 바둑 기사 이세돌과 대결했어요. 바둑은 둘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우주의 별보다 많다고 할 만큼 어마어마해서,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다들 생각했어요. 그런데 알파고가 다섯 판 중 네 판을 이겼어요. 전 세계가 깜짝 놀랐죠. 컴퓨터가 단순히 계산만 빠른 게 아니라, 스스로 전략을 익힐 수 있다는 걸 처음으로 똑똑히 보여 준 사건이었거든요.

허사비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더 어려운 문제로 눈을 돌렸어요. 바로 단백질이에요.
단백질이 뭔지 쉽게 그려 볼게요. 우리 몸속에는 아주 작은 기계 같은 것들이 수없이 일하고 있어요. 음식을 소화시키고, 상처를 아물게 하고, 피 속에서 산소를 나르는 일을 다 이 작은 기계들이 해요. 그게 바로 단백질이에요.
단백질은 처음엔 구슬을 길게 꿴 목걸이처럼 생겼어요. 그런데 이 목걸이가 저절로 꼬불꼬불 접히면서 입체적인 덩어리로 바뀌어요. 종이접기와 비슷하죠. 그리고 어떤 모양으로 접히느냐에 따라 그 단백질이 맡는 일이 정해져요.
문제는 이거예요. 구슬이 어떤 순서로 꿰어졌는지는 쉽게 알아낼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접혀서 어떤 모양이 될지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었어요. 접히는 방법이 상상도 못 할 만큼 많거든요. 단백질은 실제로는 눈 깜짝할 새보다도 짧은 순간에 척 접히지만, 사람이 그 모양을 알아내려면 몇 년씩 매달려야 했어요. 이 수수께끼와 씨름하는 데만 거의 오십 년이 걸렸죠.

딥마인드는 알파폴드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이미 모양이 밝혀진 수많은 단백질을 컴퓨터에게 보여 주면서, 구슬 순서와 접힌 모양 사이에 숨은 규칙을 스스로 익히게 했죠. 그랬더니 알파폴드는 구슬 순서만 보고도 접힌 모양을 척척 알아맞히기 시작했어요. 사람이 몇 년 걸리던 일을 몇 분 만에 해낸 거예요.
알파폴드는 지금까지 알려진 단백질 거의 전부, 약 이억 개의 모양을 예측해서 전 세계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게 공개했어요.
이게 왜 그렇게 대단할까요? 병이 왜 생기는지 알려면 몸속 단백질이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알아야 하고, 새로운 약을 만들 때도 마찬가지예요. 그동안 꽉 막혀 있던 연구의 문이 한꺼번에 활짝 열린 셈이죠. 이 공로로 허사비스는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어요. 화학자가 아니라 인공지능을 만든 사람이 화학상을 받은, 보기 드문 일이었답니다.

데미스 허사비스의 이야기는, 게임과 체스를 좋아하던 사람이 인공지능으로 과학의 가장 까다로운 문제 하나를 풀어낸 과정이에요. 단백질이라는 작은 몸속 기계가 어떤 모양으로 접히는지, 사람이 오십 년 가까이 끙끙대던 수수께끼를 알파폴드가 빠르게 풀어냈고, 그 덕분에 그는 2024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죠.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파고든 호기심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걸, 그의 이야기가 조용히 알려 줘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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