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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2013년 봄, 한 망해가던 스타트업 CEO는 회사의 가장 비밀스러운 자산을 공짜로 인터넷에 풀었다.
그것이 오늘날 전 세계 모든 서버를 굴리는 표준이 된다.
2008년, 프랑스 청년 Solomon Hykes는 미국으로 건너가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 dotCloud를 창업했다.
Heroku처럼 개발자가 코드만 올리면 서버 걱정 없이 바로 배포할 수 있는 서비스, 쉽게 말해 "당신은 코드만 짜세요, 서버는 우리가 알아서 해드릴게요"를 약속하는 회사였다.
그런데 2012년부터 자금이 말라가기 시작했다.
망해가는 식당이 비밀 레시피를 인터넷에 공짜로 풀고, 식당 문은 닫혔지만 그 레시피가 전 세계 모든 주방의 표준이 된 상황.
Hykes의 선택이 딱 그꼴이었다.
그는 회사 내부에서만 쓰던 개발 도구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기로 했고, 그것이 Docker였다.
결과는 아이러니였다.
본업인 PaaS 사업은 결국 문을 닫았다.
그 대신 전혀 다른 회사 'Docker, Inc.'가 그 폐허 위에서 태어났다.
Docker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무대는 5분짜리, 그것도 부록 같은 세션이었다.
2013년 3월 15일, 미국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PyCon US 컨퍼런스.
Hykes는 누구나 이름만 올리면 발표할 수 있는 비공식 짧은 세션, 라이트닝 토크에 이름을 올렸다.
발표 제목은 'The Future of Linux Containers', 직역하면 '리눅스 컨테이너의 미래'.
데모 코드는 단 몇 줄이었다.
컨테이너가 화면 위에서 초 단위로 뜨고 사라졌다.
TED 강연 18분도 아닌, 5분짜리 자리에서.
발표가 끝나자 청중이 술렁였다.
그날 밤 Hacker News 1위를 차지했다.
Hacker News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모여 새로운 기술 소식을 공유하고 투표하는 커뮤니티인데, 여기 1위에 오른다는 건 전 세계 개발자들이 동시에 "이거 뭐야?"를 외쳤다는 뜻이다.
일주일 만에 GitHub 별이 1만 개 쏟아졌다.
동네 강연장 5분짜리 발표 영상이 다음 날 전 세계 회사 회의실에서 재생되는 상황.
일생 동안 큰 무대를 노리던 수많은 발표자들이 못 한 일을, 5분짜리 토크가 해낸 거였다.

Docker는 컨테이너를 발명하지 않았다.
그저 인간이 쓸 수 있게 만들었을 뿐이다.
컨테이너의 핵심 개념, 하나의 컴퓨터 위에서 프로그램들을 서로 격리된 공간에 나눠 실행하는 아이디어는 이미 1979년부터 존재했다.
그해 유닉스에 chroot라는 명령어가 등장했는데, 특정 프로그램이 시스템 전체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가상의 울타리를 치는 기능이었다.
그 후로도 기술은 계속 진화했다.
2000년 FreeBSD jails, 2004년 Solaris Zones, 2008년 리눅스 LXC까지.
컨테이너는 이미 30년 역사를 가진 개념이었다.
심지어 Google은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cgroups와 Borg를 이미 굴리고 있었다.
cgroups는 리눅스 커널의 자원 격리 기능이고, Borg는 수천 대 서버에 컨테이너를 자동 배치하는 Google 내부 시스템이다.
Docker보다 훨씬 정교한 기술이 이미 존재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세상은 Docker를 기억한다.
Docker의 초기 버전은 사실 LXC 위에 얇은 껍데기를 얹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진짜 혁신은 기술이 아니라 'docker run' 한 줄이었다.
커맨드 하나로 누구나, 리눅스 전문가가 아니어도, 컨테이너를 실행할 수 있게 만들어버렸다.
자동차를 발명한 건 1886년 카를 벤츠지만, '아무나 자동차를 살 수 있게' 만든 건 1908년 헨리 포드의 모델 T다.
역사는 발명자가 아니라 대중화시킨 자를 기억한다.
Docker도 그쪽이었다.
Docker는 컨테이너의 대명사가 되었지만, 그 컨테이너를 어떻게 굴릴지에 대한 다음 전쟁에서는 처참하게 졌다.
컨테이너가 퍼지면서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컨테이너 하나를 실행하는 건 쉬워졌는데, 수백 수천 개를 어떻게 관리하냐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이 전쟁이 2014년부터 시작됐다.
Google은 자사 내부 시스템 Borg를 오픈소스로 다듬어 Kubernetes를 공개했다.
컨테이너를 여러 서버에 자동으로 배치하고, 하나가 죽으면 다른 곳에서 살려내고, 트래픽에 따라 수를 늘리고 줄이는 도구였다.
Docker는 맞불로 Docker Swarm을 내놨다.
결과는 일방적이었다.
2017년경 Kubernetes가 사실상 업계 표준이 됐다.
결국 Docker조차 같은 해 자사 제품에 Kubernetes 지원을 공식 탑재했는데, 자신이 내놓은 경쟁 제품을 사실상 포기한 선언이었다.
그리고 몰락은 회사 바깥에서 먼저 일어났다.
Solomon Hykes는 2018년 자신이 만든 회사를 떠났다.
그 다음 해인 2019년, Docker, Inc.는 기업 대상 사업부를 Mirantis라는 회사에 팔면서 사실상 해체됐다.
시장을 만든 자가 그 시장의 다음 챕터에서 변두리로 밀려난 결말.
휴대폰 시장을 만든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대에 사라진 것과 똑같은 구조다.
오늘도 우리가 쓰는 모든 클라우드 서버 안에는 Docker의 유산이 흐르고 있는데, 정작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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