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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르베그는 적분을 발명한 게 아니라, 적분의 정의를 거꾸로 뒤집었어요.
1902년, 27살의 무명 수학자가 100쪽짜리 논문 하나로 200년 가까이 쌓인 수학의 정설을 흔들어버렸거든요.
그 정설은 리만 적분이에요.
19세기 수학자 베른하르트 리만이 만든 방법인데, 함수 그래프 아래 넓이를 구하기 위해 x축 방향으로 얇게 잘라서 더하는 방식이에요.
200년 동안 수학자들은 이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리만 적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어요.
너무 '착한 함수'에만 작동한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디리클레 함수가 있는데, 유리수(1/2, 3/4 같은 분수)에서는 1, 무리수(√2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수)에서는 0을 반환하는 함수예요.
이런 함수는 리만 방식으로는 적분 자체가 불가능해요.
수학자들은 이런 함수를 "병적인 함수"라고 불렀고, 그냥 포기했어요.
르베그는 포기하는 대신 질문을 바꿨어요.
"x축으로 자를 게 아니라, y축으로 자르면 어떨까?"
동전 무더기를 세는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봐요.
손에 잡히는 순서대로 한 개씩 세는 게 리만 방식이고, 먼저 1000원짜리끼리, 500원짜리끼리 묶어서 세는 게 르베그 방식이에요.
결과는 같지만, 동전이 무한히 섞여 있을 때는 르베그 방식만이 답을 줘요.
이 논문의 제목은 Intégrale, longueur, aire, 프랑스어로 "적분, 길이, 넓이"예요.
그리고 이게 27살 무명 수학자의 첫 번째 작품이었어요.

르베그를 세상에 알린 사람도 보렐이었고, 르베그를 평생 못마땅해한 사람도 보렐이었어요.
에밀 보렐은 르베그보다 5살 위인 프랑스 수학자로, 훗날 국회의원까지 지낸 인물이에요.
1898년, 보렐은 집합의 '크기'를 수학적으로 측정하는 방법인 보렐 측도를 제안했어요.
측도란 "이 숫자들의 집합이 수직선 위에서 얼마나 많은 자리를 차지하는가"를 재는 도구예요.
르베그는 이 아이디어를 받아 더 넓은 범위에 적용할 수 있는 르베그 측도로 일반화했어요.
보렐이 초안을 썼고, 르베그가 그걸 훨씬 완성도 높게 다듬어 세상에 내놓은 셈이에요.
그런데 르베그는 논문에서 보렐의 기여를 충분히 언급하지 않았어요.
아니, 보렐의 눈에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할 수도 있어요.
이후 두 사람은 수십 년에 걸쳐 학회와 논문에서 미묘하게 부딪쳤어요.
보렐은 공개적으로 따지지는 않았지만, 우선권 문제를 두고 평생 불만을 품었어요.
같은 회사에서 시니어가 만든 초안을 주니어가 훨씬 멋지게 완성해 발표하자, 시니어가 그 일을 평생 마음에 담아두는 것과 꼭 같은 모양이었어요.
수학의 세계도 사람 사는 곳이에요.

르베그는 자기 적분이 너무 멀리 가버리는 게 싫었어요.
1910년대부터 후배 수학자들이 르베그가 만든 도구를 가져다 훨씬 추상적인 공간으로 확장하기 시작했거든요.
오스트리아의 요한 라돈과 영국의 퍼시 다니엘은 르베그 적분을 일반적인 측도 공간으로 끌어올렸어요.
측도 공간이란 실수 공간이 아니더라도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추상적인 구조예요.
르베그는 이 흐름을 "병적인 사변"이라고 불렀어요.
그는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이 방향의 연구를 권하지 않았어요.
콜레주 드 프랑스는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연구기관으로, 교수직은 프랑스 학자가 오를 수 있는 최고 명예 중 하나예요.
하지만 그 자리에서도 르베그는 자기 손을 벗어나 진화하는 이론을 불편해했어요.
자기가 만든 SNS 앱이 의도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용되는 걸 보고 "이건 내가 만든 게 아니야"라며 등을 돌리는 창업자와 비슷했어요.
그런데 결과는 잔인했어요.
르베그 적분의 진짜 위력은 르베그가 거부한 바로 그 추상화에서 폭발했거든요.
오늘 당신이 클릭한 모든 그래프 뒤에는 르베그가 있어요.
러시아의 수학자 안드레이 콜모고로프는 1933년, 르베그가 거부한 추상 측도론 위에서 현대 확률론의 공리 체계를 세웠어요.
공리 체계란 수학의 건물을 지을 때 가장 바닥에 까는 기초 벽돌 같은 거예요.
그 위에서 무엇이 만들어졌는지를 보면 놀라워요.
양자역학에서 입자의 상태를 계산하는 힐베르트 공간이 르베그 적분을 기반으로 해요.
MP3 파일의 음악 압축, 주식 옵션 가격 계산, 머신러닝 모델의 학습 과정까지 모두 같은 뿌리예요.
주식 가격이 무작위로 튀는 변동성을 수학으로 다룰 수 있게 된 것도, 음성을 디지털 신호로 분해해 통화 품질을 높인 것도, 전부 "울퉁불퉁한 함수를 적분하는 법"을 찾아낸 그 100쪽짜리 논문에서 시작됐어요.
르베그는 1941년에 세상을 떠났어요.
자기 이론이 만들어낸 세계의 절반도 채 보지 못한 채였어요.
그가 "병적인 사변"이라고 불렀던 것들이,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스마트폰을 작동시키고 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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