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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러시아 최고 수학과를 두 번 퇴학당한 청년이, 학사 학위 없이 하버드 박사가 됐어요.
1966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블라디미르 보에보드스키는 모스크바 국립대 수학과에 입학했지만, 수업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어요.
결국 두 번 퇴학당했고, 졸업장도 없었어요.
그런데 그가 학생 시절 직접 쓴 논문이 미국 수학자들 사이에서 돌기 시작했어요.
"이 사람 누구야?" 하고 찾아보니, 학위도 없는 러시아 청년이었어요.
그래서 1990년 하버드대가 학사 학위 없이 박사 과정에 받아들이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어요.
동네에서 "학교도 안 나온 형"이 알고 보니 하버드 박사가 된 셈이에요.
그는 1992년, 26살에 박사 학위를 손에 쥐었어요.
가장 권위 있는 수학자가 되는 길의 첫 단추가 '제도에서 쫓겨남'이었다는 게 이미 이상한 이야기예요.
12년 전 모스크바대를 두 번 쫓겨난 그가, 베이징에서 수학계의 노벨상을 받았어요.
2002년 베이징 국제수학자대회에서 36세의 보에보드스키는 필즈상을 받았어요.
필즈상은 4년에 한 번, 만 40세 이하 수학자에게만 주는 상으로, 노벨상이 없는 수학계에서 가장 높은 영예예요.
그가 받은 이유는 '모티브 코호몰로지'를 구축한 공로였어요.
수학에는 서로 완전히 다른 언어를 쓰는 두 분야가 있었어요.
도형을 다루는 위상수학과, 방정식을 다루는 대수기하학이에요.
보에보드스키는 이 두 분야를 하나로 이어주는 새로운 번역기를 만들었어요.
이 번역기는 20세기 최고 수학자로 불리는 알렉산더 그로텐디크가 1960년대에 꿈꿨지만 완성하지 못한 이론이었어요.
그로텐디크는 현대 수학의 언어 자체를 새로 만든 사람으로, 수학계에서 아인슈타인 같은 존재예요.
보에보드스키는 그 꿈을 이어받아 완성했고, 덤으로 1970년에 제기된 30년 묵은 난제 '밀너 추측'까지 풀어냈어요.
한 번도 클럽 정식 회원이 된 적 없는 사람이 그 클럽의 평생 공로상을 받은 격이에요.
쫓겨났던 청년이 수학계 정점에 서기까지 딱 12년이 걸렸어요.
필즈상을 받은 그가 어느 날, 자기 옛 논문이 틀렸다는 걸 인정했어요.
동료가 지적한 지 15년이 지난 뒤였어요.
1989년, 보에보드스키는 동료 미하일 카프라노프와 함께 논문을 발표했어요.
주제는 '∞-그루포이드'라는 개념의 구성이었어요.
쉽게 말하면 무한히 복잡한 대수 구조를 어떻게 만드는지에 대한 이론으로, 당시 수학계에서 꽤 영향력 있는 결과로 받아들여졌어요.
그런데 1998년, 프랑스 수학자 카를로스 시몬슨이 반례 논문을 발표했어요.
"이 구성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보에보드스키는 무시했어요.
그리고 2013년, 그가 직접 자기 연구를 검토하다 시몬슨이 옳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15년이 걸렸어요.
그것도 그 사이에 자신의 다른 논문 여러 편이 그 잘못된 결과를 인용해 위로 계속 쌓아 올라가 있었어요.
회사 매출 보고서를 15년 동안 잘못된 공식으로 만들어왔다는 걸 임원이 어느 날 발견한 상황이에요.
그런데 더 섬뜩한 건, 이게 그 임원만의 실수가 아니라는 거예요.
수학계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 수십 년 동안 그 위에 계속 논문을 쌓아왔으니까요.
보에보드스키는 이 경험 이후 불편한 질문을 품기 시작했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수학을 어떻게 믿을 수 있지?"
수학자의 직관을 의심하기 시작한 그는, 컴퓨터에게 수학을 맡기기로 했어요.
자기 오류 사건 이후 보에보드스키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어요.
"인간 수학자가 검증할 수 없는 수학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
그는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에서 2009년부터 'Univalent Foundations(일가 기초론)'이라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수학의 모든 정리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다시 쓰는 작업이에요.
평생 손글씨로 살아온 작가가 노년에 "AI가 검수해주지 않으면 내 글을 못 믿겠다"며 시스템을 만든 격이에요.
지금까지 수학 증명은 사람이 읽고 사람이 검토했어요.
하지만 현대 수학은 너무 복잡해져서, 논문 하나를 제대로 검토하려면 그 분야에 수십 년을 쏟아부은 전문가도 수개월이 걸려요.
그러니 오류가 15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예요.
보에보드스키는 Coq이라는 증명 보조 프로그램을 활용했어요.
Coq은 수학자가 쓴 증명을 컴퓨터가 한 줄씩 검사해주는 도구예요.
사람의 판단이 아니라 기계의 논리로 수학의 정확성을 보증하겠다는 시도였어요.
그는 2017년 9월 30일, 51세에 동맥류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어요.
프로젝트는 미완으로 남았어요.
평생 사람의 천재성으로 살아온 수학자가 마지막엔 "사람을 못 믿겠다"며 기계에 수학을 맡겼어요.
그런데 어쩌면 그게 역설적으로 가장 정직한 수학자의 모습이었을지 몰라요.
자신의 오류를 직면하고, 그 불편함에서 도망치지 않고, 수학 자체를 다시 설계한 사람.
필즈상 수상자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15년이 걸렸다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은 얼마나 더 오래 버티고 있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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