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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726년, 몽테스키외는 가문이 30년 동안 지켜온 법원 관직을 팔았어요.
그 돈으로 그는 떠났어요.
삼촌에게서 물려받은 자리였어요.
보르도 고등법원의 종신 부원장직, 쉽게 말하면 가문 세습 판사 자리예요.
가문의 권위와 수입이 그 자리 하나에 묶여 있었어요.
하지만 몽테스키외는 그걸 팔았어요.
삼촌이 물려준 종신 교수 자리를 받자마자, 대학 시스템을 갈아엎을 책을 쓰겠다고 그 자리를 팔아 배낭여행을 떠난 사람과 같아요.
그 돈으로 영국, 이탈리아, 헝가리를 3년간 여행했어요.
사법부 자리를 지킬 사람이, 그 자리를 팔아서 사법부를 새로 설계할 책을 쓰러 떠난 거예요.
이게 몽테스키외의 첫 번째 선택이었어요.

1721년 파리를 뒤흔든 베스트셀러의 저자는, 자기 이름을 책에 넣을 수 없는 처지였어요.
그 저자가 바로 몽테스키외예요.
책 이름은 「페르시아인의 편지」예요.
두 명의 페르시아 귀족이 파리를 여행하면서 고향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풍자 소설이에요.
그 편지 속에 프랑스 왕정, 가톨릭 교황, 귀족 사교계의 위선이 전부 담겨 있었어요.
책은 1년 안에 10여 쇄를 찍었어요.
당시 기준으로 폭발적인 반응이었어요.
그런데 그 시점에 몽테스키외는 보르도 고등법원의 현직 부원장이었어요.
현직 사법부 고위 인사가, 익명으로 왕정과 교회를 조롱하는 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를 낸 거예요.
신원이 들통나면 직위와 자유를 동시에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그는 썼어요.

1748년 책이 인쇄돼 나왔을 때, 몽테스키외는 자기가 쓴 글자를 더 이상 또렷이 읽을 수 없었어요.
20년이 걸린 책이었어요.
그 책이 「법의 정신」이에요.
입법, 행정, 사법을 세 개의 독립된 권력으로 나눠야 한다는 삼권분립을 처음으로 체계화한 정치철학서예요.
오늘날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안 된다"는 개념이 이 책에서 처음 정리됐어요.
20년 동안 시력이 서서히 꺼져갔어요.
몽테스키외는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썼어요.
"내 눈은 거의 안 보인다."
자료 정리는 비서들과 가족이 대신 도왔어요.
그러면서도 그는 책 안에 이런 말을 남겼어요.
"한 권의 책을 위해 일생을 바칠 만하다."
어두운 방에서 20년을 버텨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에요.
결국 그는 자기 글자를 더 이상 또렷이 볼 수 없는 눈으로, 그 책을 세상에 내보냈어요.

1751년 바티칸은 몽테스키외의 책을 금서로 지정했어요.
36년 뒤, 미국 제헌회의는 같은 책을 펼쳐놓고 헌법을 썼어요.
가톨릭 교황청은 「법의 정신」을 금서 목록에 올렸어요.
특정 책을 읽거나 소지하는 것을 교회가 공식으로 금지한 목록이에요.
종교 비판과 권력 분립 사상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거예요.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 변론」을 써서 직접 반박했어요.
하지만 그는 1755년 파리에서 사망했어요.
자신의 책이 어떤 운명을 맞이할지 끝까지 보지 못했어요.
그로부터 32년 뒤, 1787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제헌회의가 열렸어요.
제임스 매디슨과 알렉산더 해밀턴은 「연방주의자 논고」를 발표했어요.
미국 헌법의 설계 원칙을 85편의 글로 정리한 문서인데, 거기서 그들이 가장 자주 인용한 사상가가 몽테스키외였어요.
입법, 행정, 사법의 삼권분립은 미국 헌법 1·2·3조의 골격이 됐어요.
유럽이 책을 묻으려 한 그 순간, 대서양 건너 신생 공화국은 그 책을 헌법의 설계도로 쓰고 있었어요.
몽테스키외는 그 결과를 알지 못한 채 죽었어요.
시력을 잃어가며 쓴 책이, 죽고 나서 한 나라를 설계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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