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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왕은 영생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줬어요.
며칠 뒤 그 영생은 왕의 손으로 되돌아왔어요.
6세기 인도, 우자인(Ujjain)의 왕 바르트리하리는 어느 날 수행자 한 명에게 특별한 과일을 받았어요.
우자인은 힌두교의 성지이자 학문과 예술이 번성한 고대 도시예요.
그 과일을 먹으면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했어요.
바르트리하리는 망설임 없이 그 과일을 왕비 핑갈라(Pingala)에게 건넸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히 살기를 바랐거든요.
그런데 핑갈라에게는 왕 몰래 만나는 남자가 있었어요.
그녀는 왕에게서 받은 과일을 그 남자에게 줬어요.
그 남자에게도 따로 사귀는 여자가 있었고, 과일은 다시 그 여자에게 넘어갔어요.
그 여자는 마침 왕의 후궁 중 한 명이었어요.
후궁은 귀한 것이라 여기고 왕에게 바쳤어요.
왕은 자신이 준 영생의 과일을 자신의 손에서 다시 받았어요.
배신이 배신을 거쳐, 사랑의 증표가 정확히 한 바퀴를 돌아온 거예요.
이 이야기는 인도 전통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에요.
하지만 이 전설이 담은 충격은 진짜예요.
가장 깊은 사랑의 증표가, 가장 큰 배신의 증거가 되어 돌아왔으니까요.
그는 깨달음을 7번 선언했고, 7번 무너졌어요.
과일이 돌아왔을 때 바르트리하리는 왕좌를 버리고 출가했어요.
왕비의 배신이 "세상의 것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가르쳐 줬거든요.
하지만 출가는 오래 가지 않았어요.
왕궁의 화려함이, 사람들의 목소리가, 익숙한 삶의 온도가 자꾸 그를 당겼어요.
결국 그는 돌아왔어요.
그리고 또 떠났어요.
이걸 7번 반복했어요.
금연을 결심하고 사흘 만에 편의점에서 담배를 집어든 경험이 있다면, 이 흔들림이 어떤 건지 바로 알 거예요.
인도의 성인 전기는 보통 한 번에 깨닫고 떠나는 영웅을 기록하는데, 바르트리하리는 달랐어요.
7번 흔들린 끝에, 그는 마침내 동생 비크라마디티야(Vikramāditya)에게 왕위를 넘겼어요.
비크라마디티야는 훗날 인도 황금시대의 전설적인 왕이 되는 인물이에요.
바르트리하리는 동굴로 들어가 여생을 보냈어요.
그래서 인도 전통은 이 7번의 실패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전해요.
흔들렸다는 기록이 오히려 그를 더 진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완벽하게 한 번에 떠난 사람의 이야기보다, 7번 돌아온 사람의 이야기가 더 오래 살아남은 거예요.
그는 여인의 입술을 천국이라 노래한 시 100편과, 그 천국을 무덤이라 노래한 시 100편을 같은 손으로 썼어요.
바르트리하리는 산스크리트어로 세 권의 시집을 남겼어요.
샤타카(Śataka)라는 이름인데, "100편의 시"라는 뜻이에요.
처세를 다룬 니티샤타카, 사랑과 욕망을 담은 슈링가라샤타카, 출가와 체념을 노래한 바이라기야샤타카 세 권이에요.
슈링가라샤타카에서 그는 연인의 눈빛을, 향기를, 살갗을 우주의 전부인 것처럼 찬미해요.
욕망을 부끄럽게 보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봐요.
그런데 바이라기야샤타카에서는 같은 대상이 완전히 다르게 등장해요.
아름다운 몸도, 달콤한 눈빛도, 결국엔 사라져 흙이 된다고 써요.
집착할 이유가 없다고 써요.
같은 사람이 쓴 게 맞나 싶을 정도예요.
하지만 이 모순이 분열이 아니에요.
그는 욕망이 나쁘다고도, 덧없다고 비웃지도 않았어요.
두 가지가 동시에 진실이라는 걸 알았을 뿐이에요.
왕좌를 7번 버리고 7번 돌아온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시예요.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사람은 욕망과 출가를 이렇게 나란히 놓지 못해요.
살면서 두 마음이 동시에 든 적이 있다면, 그게 바로 이 시집의 독자층이에요.
왕이었던 시인이 동굴에서 발견한 것은, 언어조차 한순간의 섬광으로만 의미를 드러낸다는 사실이었어요.
인도 전통은 시인 바르트리하리와 문법학자 바르트리하리를 같은 사람으로 봐요.
그는 시집뿐 아니라 《바키아파디야(Vākyapadīya)》라는 언어철학 책도 썼어요.
"문장과 단어에 관하여"라는 뜻의 이 책에서, 그는 의미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다뤄요.
당시 대부분의 학자들은 단어를 하나씩 이해하면 문장의 의미가 쌓인다고 생각했어요.
벽돌을 쌓으면 집이 완성되듯이요.
그런데 바르트리하리는 그렇지 않다고 했어요.
그는 스포타(Sphoṭa)라는 개념을 제안했어요.
스포타는 "터짐"이라는 뜻이에요.
농담을 들을 때 단어 하나하나를 처리하다가 마지막에 "아!" 하고 한꺼번에 웃음이 터지잖아요. 그 순간이 바로 스포타예요.
의미는 조각들의 조립이 아니라, 문장 전체가 한순간에 번쩍 떠오르는 것이라는 주장이에요.
이해는 항상 섬광처럼 와요.
천천히 이해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의미가 터지는 순간은 딱 하나예요.
7세기 중국의 승려 의정(義淨)이 인도를 순례하면서 이 책을 베껴 가지고 왔어요.
의정은 당나라 때 불교 경전을 구하러 인도까지 건너간 구법승이에요.
바르트리하리의 언어 이론은 그렇게 동아시아까지 흘러 들어왔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하지 않아요.
욕망과 출가 사이를 7번 오갔던 사람이, 결국 "의미는 한순간에 온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니까요.
7번의 흔들림 끝에 마지막으로 동굴 문 앞에 섰을 때, 그 순간이 그에게도 스포타였을지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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