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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빠드마삼바바는 왕궁에서 쫓겨난 뒤 시체 더미 위에서 잠을 잔 사람이에요.
8세기 우디야나, 지금의 파키스탄 스왓 계곡 일대에 있던 고대 왕국의 왕자였는데, 모든 게 한 번의 사고로 끝나버렸어요.
인드라부티 왕의 양자로 자란 그는 의도치 않게 왕의 대신 아들을 죽이고 말았어요.
그러자 왕국은 가차 없이 그를 추방했어요.
하루아침에 왕자는 유랑자가 됐어요.
오늘날로 치면, 명문대 입학을 목전에 둔 청년이 사고 하나로 모든 것을 잃고 거리로 나앉은 것과 같아요.
보통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무너졌겠죠.
그런데 빠드마삼바바는 가장 위험하고 불결한 곳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갔어요.
그가 향한 곳은 시체장이었어요.
시신을 노천에 방치하는 인도의 화장터인데, 산 사람이 자발적으로 드나드는 곳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는 인도 8대 시체장을 떠돌며 8년을 수행했어요.
왕자 자리를 빼앗긴 그 사고가, 결국 그를 가장 극단적인 수행자로 만든 거예요.
가장 안전한 자리를 잃은 사람이, 가장 위험한 곳에서 자신을 찾아낸 셈이에요.

왕은 빠드마삼바바를 죽이려고 7일 동안 불을 피웠어요.
7일째 되는 날, 화형대 자리에는 호수가 있었어요.
수행을 이어가던 빠드마삼바바는 자호르 왕국에서 만다라바 공주를 만났어요.
자호르 왕의 딸로, 16세에 출가를 원했던 여성이에요.
두 사람은 동굴에서 함께 수행했어요.
그 소식을 들은 자호르 왕은 분노했어요.
왕은 두 사람을 잡아 거대한 화형대에 묶고 불을 붙였어요.
7일 동안 멈추지 않고 불을 지폈어요.
그런데 7일째 되던 날, 화형대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호수가 생겼어요.
두 사람은 호수 한가운데 연꽃 위에 앉아 있었어요.
죽이려고 피운 불이 도시 전체를 적시는 물로 변한 거예요.
이 호수는 전설이 아니에요.
오늘날 인도 히마찰프라데시주에 실제로 존재하는 레와살사르 호수예요.
현지에서는 '차소 페마', 즉 연꽃 호수라고 불려요.
분노한 왕이 처벌하려 했는데 오히려 그를 성자로 만들어버린 거예요.
결국 왕은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었어요.
화형에 처하려던 사람이 직접 항복한 셈이에요.

빠드마삼바바는 티베트 악령들을 죽이지 않았어요.
그들에게 직책을 줬어요.
8세기, 티베트 왕 트리송 데첸은 불교를 티베트에 뿌리내리게 하려 했어요.
인도의 대학자 산타라크시타를 초청해 사원을 짓게 했는데, 산타라크시타는 당시 인도 나란다 사원의 최고 학승이었어요.
그런데 밤마다 공사가 무너지고 가축이 쓰러졌어요.
티베트 토착 신앙의 신령들이 방해하는 거였어요.
학문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산타라크시타가 빠드마삼바바를 추천했어요.
빠드마삼바바는 티베트로 건너가 신령들을 하나하나 직접 대면했어요.
굴복시킨 뒤, 죽이는 대신 '불법의 수호신'으로 임명했어요.
오늘날로 치면, 신임 경영자가 반대파를 해고하는 대신 임원 자리를 줘서 자기 편으로 만든 것과 같아요.
결국 779년, 삼예 사원이 완공됐어요.
티베트 최초의 불교 사원이에요.
적을 처단하지 않고 편입시킨 이 방식이, 1200년이 지나도록 티베트 불교의 뿌리가 됐어요.

빠드마삼바바는 가르침을 책으로 남기지 않았어요.
미래에 발견될 보물로 숨겨뒀어요.
말년에 그는 제자이자 배우자였던 예셰 초걀과 함께 수많은 가르침을 감췄어요.
예셰 초걀은 티베트 출신 여성 수행자로, 그의 모든 가르침을 암기해 기록한 사람이에요.
두 사람은 가르침을 산, 동굴, 호수, 심지어 허공에 숨겼어요.
이 숨겨진 가르침을 테르마라고 해요.
'보물 가르침'이라는 뜻인데, 작가가 책을 출판하지 않고 도서관 곳곳에 원고를 숨겨 100년 뒤 누군가가 발견하도록 설계한 것과 같아요.
발견하는 사람은 정해진 시기에 찾아낼 운명을 타고난다고 여겼어요.
그리고 빠드마삼바바는 죽지 않았어요.
'잠불링 코파', 즉 구리 빛깔 산이라는 정토로 떠났다고 전해져요.
정토는 불교에서 깨달은 존재가 머무는 영적 세계예요.
그가 숨긴 테르마를 찾아내는 사람들을 테르통, 즉 보물 발견자라고 불러요.
그리고 1200년이 지난 지금도 새로운 테르마가 발견되고 있어요.
그가 떠난 지 열두 세기가 넘었는데, 아직 그의 가르침은 다 꺼내지지 않았어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 동굴 벽 속에 그의 말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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