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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28년 가을, 14살 청나라 소년이 짐 보따리 하나만 들고 도쿄 항구에 내렸어요.
그 소년의 이름은 오청원(吳清源), 훗날 일본에서 '바둑의 신'이라 불리게 될 인물이에요.
오청원은 1914년 중국 푸젠성에서 태어났어요.
청나라가 무너진 직후 가족이 베이징으로 이주했고,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 소년이 바둑을 두는 방식은 너무 특별했어요.
세고에 겐사쿠(瀬越憲作), 당시 일본 바둑계를 이끌던 거물 기사가 오청원의 소문을 듣고 직접 베이징까지 찾아왔어요.
그리고 이 14살 신동을 일본으로 초청했어요.
오청원은 부모도, 친구도, 말도 통하지 않는 나라로 혼자 떠났어요.
지금으로 치면, 겨우 중학교 2학년짜리가 가족 없이 외국에 홀로 건너가 낯선 집안의 식구가 된 거예요.
게다가 그 나라는 청나라를 집어삼킨 일본이에요.
망한 나라의 가난한 소년이 적국의 바둑 양자로 들어간 셈이었어요.

두 청년이 1933년에 한 일은 300년 바둑 역사를 한 번에 갈아엎는 것이었어요.
19살 오청원과 21살 기타니 미노루(木谷實), 일본 바둑계가 주목하던 두 천재가 손을 잡았어요.
이 둘이 들고나온 건 신포석(新布石)이에요.
신포석이란 '바둑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관한 혁명이에요.
300년간 최고수들이 지켜온 정석은 반드시 바둑판 중앙 가까운 특정 자리, 화점이나 소목에 먼저 착점하는 것이었어요.
체스에 비유하면 이래요.
모든 그랜드마스터가 수백 년간 외워온 오프닝 교과서를, 갓 데뷔한 둘이 "이거 다 틀렸어"라며 쓰레기통에 던진 거예요.
그리고 새 교과서를 썼어요.
일본 바둑계 원로들은 어이없어했어요.
하지만 오청원과 기타니는 이론 대신 바둑판 위에서 증명했어요.
결국 일본 바둑계 전체가 이 두 청년이 새로 그린 지도를 따라가기 시작했어요.
300년 된 지식이 19살, 21살 청년 두 명에게 뒤집히는 데 걸린 시간은 단 한 권의 책이었어요.

오청원과 십번기(十番棋)를 둔 일본 기사들은 지면 등급이 깎였어요.
그리고 일곱 명이 차례로 깎였어요.
십번기는 같은 두 기사가 10판을 연속으로 두는 승부예요.
권투로 치면 챔피언 벨트를 걸고 단 한 번의 시합이 아니라 열 번의 경기 전체를 치르는 거예요.
그런데 이 시스템에는 잔혹한 규칙이 하나 있었어요.
패자의 등급이 한 단계 내려가요.
호선(互先)은 두 기사가 대등하게 두는 관계, 정선(定先)은 약한 쪽이 항상 흑돌을 쥐어야 하는 불리한 조건이에요.
십번기에서 지면, 이 강등이 공식 기록으로 영구히 남았어요.
1939년부터 1956년까지, 일본 최고수들이 한 명씩 차례로 도전했어요.
기타니, 가리가네, 후지사와, 하시모토, 이와모토, 사카타, 다카가와.
하지만 일곱 명 모두 오청원에게 졌어요.
챔피언이 지면 챔피언 직위가 내려가는 시스템에서, 외국인 한 명이 일본 챔피언을 일곱 번 연속으로 끌어내린 거예요.
일본 바둑계 입장에서는 자국 최강자가 해마다 외국인에게 강등당하는, 설명하기 곤란한 시대였어요.

바둑의 신이라 불린 그가 1961년 도쿄 거리에서 오토바이 한 대에 치였어요.
그것이 사실상 그의 전성기가 끝나는 순간이었어요.
사실 그 전에도 이상한 일이 한 번 있었어요.
1947년, 오청원은 일본 신흥 종교 단체 지우(璽宇) 교단에 가입했어요.
지우는 당시 일본에서 신자들이 거리에서 행상하며 포교하던 집단이에요.
일본 바둑계 전체를 강등시킨 사람이 약 1년간 바둑판 대신 거리를 돌아다닌 거예요.
그런데 결국 교단을 떠나 바둑판으로 돌아왔고, 1956년까지 십번기를 이어갔어요.
어떤 이유로 교단에 들어갔는지, 왜 떠났는지는 기록이 많지 않아요.
그리고 1961년 8월, 도쿄 거리에서 오토바이가 그를 덮쳤어요.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어요.
이후 그의 바둑은 눈에 띄게 달라졌어요.
사카타 에이오(坂田栄男)와의 십번기에서 오청원은 처음으로 졌어요.
사카타는 오청원이 이미 한 번 강등시켰던 기사였어요.
17년간 단 한 명에게도 지지 않았던 십번기 기록이 그렇게 끝났어요.
오청원은 2014년 11월, 100세로 세상을 떠났어요.
전쟁 중에 바둑을 두고, 사이비 교단을 드나들고, 오토바이에 치이고, 그러면서도 반세기를 버텨낸 사람이에요.
그를 결국 멈춘 건 어떤 일본 기사도 아니었고, 시간이었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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