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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원효가 평생 가장 달게 마신 물은 해골에 고인 빗물이었어요.
661년, 원효는 친구 의상과 함께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어요.
당시 불교의 중심지는 당나라였고, 더 깊은 공부를 하려면 그리로 가야 했죠.
가는 길이 멀었던 첫날 밤, 비를 피해 들어간 곳이 흙으로 만든 옛 무덤이었어요.
한밤중에 갈증이 났어요.
손에 뭔가 잡혔고, 그 안에 물이 고여 있었어요.
원효는 꿀꺽꿀꺽 마셨는데, "이렇게 달고 시원한 물이 세상에 있었나" 싶을 정도였대요.
그런데 아침이 됐어요.
그 그릇이 해골이었어요.
원효는 그 자리에서 토했어요.
어젯밤과 똑같은 물인데, 해골이라는 걸 아는 순간 시체 썩은 물이 돼버린 거예요.
어두운 방에서 손에 잡힌 컵을 시원하게 비웠는데, 아침에 보니 어제 닦던 걸레의 짠물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과 같아요.
원효는 구역질을 하면서도 동시에 뭔가를 깨달았어요.
"물이 변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변한 거잖아."

원효는 당나라에 닿기도 전에 배워야 할 것을 다 배웠다고 판단했어요.
해골물 사건 다음 날, 원효는 의상에게 말했어요.
"나는 여기서 돌아갈게."
의상은 그대로 당으로 떠났고, 원효는 혼자 신라로 발길을 돌렸어요.
원효가 그 순간 깨달은 것이 바로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예요.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만들어낸다'는 뜻이에요.
같은 물이 마음에 따라 꿀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했으니, 진리를 찾으러 굳이 바다를 건널 이유가 없었던 거예요.
비싼 비행기표를 끊고 공항 탑승구 앞에 섰다가, 책 한 줄을 읽고 "여기서 더 갈 필요가 없다"며 그대로 돌아 나오는 상황이에요.
웃기는 것 같지만, 이후 역사가 그게 맞는 판단이었다고 증명했어요.
신라로 돌아온 원효는 100권이 넘는 불경 주석을 썼고, 중국과 일본의 스님들이 그 책을 읽으러 신라까지 찾아왔어요.

원효는 깨달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승복을 벗는 것이었어요.
신라로 돌아온 원효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상한 노래를 불렀어요.
"누가 자루 빠진 도끼를 빌려주겠는가?"
당시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이를 들은 태종무열왕이 알아챘어요.
태종무열왕은 삼국통일의 기반을 닦은 신라의 왕이에요.
왕은 원효를 요석궁으로 보냈어요.
요석궁은 과부가 된 공주, 요석공주가 머무는 별궁이었어요.
둘은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설총이에요.
설총은 나중에 한자의 소리를 빌려 우리말을 적는 이두를 정리한 학자가 됐어요.
깨달음이 깊어질수록 세속과 멀어지는 게 보통이에요.
그런데 원효는 반대였어요.
깨달은 직후 스스로 계율을 깨고 결혼한 거예요.
원효는 그 뒤 자신을 소성거사(小姓居士)라고 낮춰 불렀어요.
'보잘것없는 재가 불자', 즉 승려가 아닌 평범한 불교 신자라는 뜻이에요.
스님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은 거죠.
명문대 박사과정을 수석으로 마친 사람이 졸업식 다음 날 학위를 반납하고 평범한 동네 사람으로 돌아간 셈이에요.

원효는 끝내 절로 돌아가지 않고 시장으로 갔어요.
100여 권의 불경 주석을 쓴 신라 최고의 불교 이론가가 만년에 한 일은, 큰 표주박을 목에 걸고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는 거였어요.
그 표주박을 무애박이라고 불러요.
'아무것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원효는 무애박을 두드리며 무애가(無㝵歌)를 불렀어요.
노래의 내용은 간단했어요.
"나무아미타불."
글을 모르는 백성에게 이 한 마디만 외우면 된다고 가르쳤어요.
아미타불은 서방 극락정토를 다스리는 부처님이에요.
나무아미타불은 '그 부처님께 귀의합니다'라는 뜻이죠.
복잡한 경전을 이해 못해도, 이 한 마디를 진심으로 외우면 충분하다는 거예요.
동아시아 최고의 불교 학자가 거리의 광대처럼 노래하며 다닌 거예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어느 날부터 동네 어린이집을 돌며 동요로 상대성이론을 가르치는 모습이랄까요.
원효는 평생 두 방향을 오간 사람이에요.
가장 어려운 말로 가장 깊이 생각하고, 가장 쉬운 말로 가장 많은 사람에게 전했어요.
해골물 한 모금을 마신 스님이 시장 광대가 되기까지, 그 사이에 천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생이 있었어요.
원효가 두드리던 표주박 소리는 지금도 어딘가에서 들리는 것 같지 않나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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