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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689년 영국 의회에 한 청원서가 도착했어요.
금을 만드는 행위를 합법화해달라는 요청이었어요.
청원자는 근대 화학의 아버지 로버트 보일이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점성술을 과학으로 인정해달라"며 국회에 법안을 넣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실제로 일어난 일이에요.
보일은 1404년 헨리 4세가 만든 다중제조 금지법, 그러니까 금속을 금이나 은으로 바꾸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한 법을 폐지해달라고 의회를 설득했고, 결국 통과시켰어요.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보일은 청원서에 왜 이 법이 사라져야 하는지를 직접 논증했어요.
"금속 변환에 성공한 사람이 체포될까 두려워 기술을 숨겨버리면, 인류 전체가 손해를 본다"는 논리였어요.
교과서는 보일이 「회의적 화학자」 한 권으로 연금술을 끝장냈다고 가르쳐요.
정작 보일은 그 책을 쓰면서도 비밀 실험실에서 금속 변환 실험을 계속하고 있었어요.
1661년 출판된 이 책에서 보일이 박살낸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이에요.
흙, 물, 불, 공기, 이 네 가지로 세상 모든 물질이 이루어진다는 고대 이론이에요.
2000년 동안 아무도 건드리지 못한 그 이론을 보일은 실험 데이터로 정면 반박했어요.
하지만 보일이 공격한 건 잘못된 이론이었지, 연금술이라는 꿈 자체가 아니었어요.
마치 종교개혁자가 신을 부정한 게 아니라 부패한 교회를 공격했던 것과 같은 구도예요.
책을 낸 직후에도 보일은 수은 변환 실험 노트를 꾸준히 채워나갔어요.
보일에게 진공펌프와 가스 법칙은 부업이었어요.
본업은 따로 있었고, 그 본업의 동료는 아이작 뉴턴이었어요.
철학자의 돌이란 모든 금속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전설의 물질이에요.
보일은 평생 이것을 추적했고, 1670년대 뉴턴과 암호화된 서신을 주고받으며 수은 변환 실험 결과를 공유했어요.
두 사람이 편지에 암호를 쓴 이유는 단 하나, 이 연구가 세상에 알려지면 사회 혼란이 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게 얼마나 아이러니한 장면인지 생각해봐요.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보일의 법칙, 그러니까 "압력과 부피는 반비례한다(PV=k)"는 공식은 보일이 퇴근 후에 정리해둔 메모 같은 거예요.
회사 공식 발표문에는 한 줄도 안 나오지만 정작 본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프로젝트가 따로 있는 직장인, 딱 그 상황이에요.
보일은 죽기 전 노트에 24가지 소원을 적었어요.
300년이 지난 지금, 그 목록의 거의 전부가 우리 손안에 있어요.
Desiderata, 라틴어로 '인류가 이뤄야 할 것들'이라는 뜻이에요.
1660년대 보일이 작성한 이 목록에는 장기 이식, 비행, 잠을 줄이는 약, 영원한 빛, 위도·경도를 측정하는 도구, 통증 없는 수술이 들어 있었어요.
1960년대 SF 작가가 스마트폰·화상통화·내비게이션을 적어두고 죽었는데 우리가 그걸 들고 다니는 것과 같은 상황이에요.
그래서 보일이 연금술에 집착한 진짜 이유가 여기서 드러나요.
그는 금이 탐났던 게 아니라, 물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 자체를 원했어요.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다면, 병든 세포를 건강한 세포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고 믿었거든요.
결국 보일의 연금술은 실패했어요.
하지만 그가 Desiderata에 적어둔 꿈들은 화학·의학·공학의 언어로 300년 뒤에 실현됐어요.
근대 과학의 아버지가 비밀 실험실에서 마법을 믿었다는 사실, 그게 어쩌면 과학이 태어난 진짜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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