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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오늘 우리가 생물 교과서 첫 페이지에서 배우는 단어 '세포(cell)'는,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라 죽은 나무껍질에서 시작됐어요.
1665년, 로버트 훅은 현미경으로 코르크 조각을 들여다봤어요.
거기서 작은 칸들이 빼곡하게 늘어선 모습이 보였어요.
훅은 그 칸들이 수도원 수도사들의 작은 방처럼 생겼다고 생각했고, 수도사 방을 뜻하는 단어 'cell'이라는 이름을 붙였어요.
이 발견을 담은 책이 『마이크로그라피아』예요.
벌레, 깃털, 식물을 현미경으로 30배 확대해 그린 그림들로 가득한 책으로, 당시 런던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어요.
그런데 진짜 반전이 있어요.
훅 자신은 그 칸들이 생명의 기본 단위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어요.
그냥 코르크가 칸막이 구조로 생겼다고 관찰한 것뿐이었거든요.
200년이 지난 뒤에야 과학자들이 모든 생물이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그리고 그 이름은 훅이 코르크에 붙여준 별명을 그대로 가져다 썼어요.
죽은 나무껍질에 붙은 별명이 생물학 교과서 첫 페이지에 올라간 거예요.

훅이 발명한 게 너무 많아서 후대 학자들조차 어디까지가 그의 업적인지 정리하지 못했어요.
1662년, 훅은 왕립학회의 '실험 큐레이터'로 임명됐어요.
왕립학회는 영국 최초의 공식 과학자 모임으로, 당시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던 학술 기관이었어요.
그런데 훅의 직함에는 아주 가혹한 조건이 붙어 있었어요.
매주 정기 모임마다 새로운 실험 3~4개를 직접 시연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일회성이 아니에요.
그가 죽기 직전까지, 거의 40년 동안 이어졌어요.
오늘날로 치면 한 유튜버가 40년간 매주 새 실험 영상 3개를 올려야 하는 계약을 맺은 셈이에요.
그러면 어떤 영상이 누구 것인지 기억하기도 어렵겠죠.
결국 훅의 손에서 나온 것들이 쌓였어요.
용수철이 늘어나는 힘을 설명하는 '훅의 법칙', 바람의 세기를 재는 풍속계, 시계 정밀도를 높인 균형 스프링, 진공 펌프 개량까지요.
그리고 나중에 뉴턴을 뒤흔들 아이디어 하나도요.

뉴턴의 가장 유명한 명언은, 사실 훅을 비웃은 말이었을지도 몰라요.
1679년, 훅은 아이작 뉴턴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내용은 이랬어요: 행성이 움직이는 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힘 때문이라는 제안이었어요.
지금 우리가 만유인력의 핵심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 개념이에요.
7년 뒤, 뉴턴은 『프린키피아』를 발표했어요.
근대 물리학의 기초가 된 책으로, 행성 운동 법칙이 수학적으로 완벽하게 정리돼 있었어요.
훅은 자신의 아이디어가 도용됐다고 격분하며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어요.
뉴턴은 끝까지 인정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 다툼이 한창이던 무렵, 뉴턴이 훅에게 쓴 편지에 이런 문장이 등장했어요.
"저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에 더 멀리 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겸손의 격언으로 외우는 그 문장이에요.
하지만 학계에서 주류가 된 해석은 달라요.
뉴턴은 키가 작고 등이 굽은 훅을 향해, '당신 같은 사람은 거인이 아니에요'라고 비꼰 것이라는 거예요.
회사 동료가 내 기획안으로 발표를 한 뒤, 사람들 앞에서 "저는 거인의 어깨 덕분에 멀리 봤어요"라고 웃으며 말하는 상황과 비슷해요.
그게 겸손인지 비꼼인지는, 당하는 사람이 제일 잘 알겠죠.

오늘날 우리는 뉴턴의 얼굴은 알지만, 훅의 얼굴은 한 점도 몰라요.
1703년 훅이 세상을 떠났어요.
불과 몇 달 뒤, 뉴턴이 왕립학회 회장으로 취임했어요.
훅이 40년간 매주 실험을 시연하며 떠받쳤던 바로 그 학회였어요.
그다음에 일어난 일이 더 이상해요.
왕립학회가 새 건물로 이사할 때, 훅의 초상화가 옮겨지지 않았어요.
그 후로 지금까지 어떤 진본 초상화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인터넷에서 '로버트 훅 초상화'를 검색하면 그림이 나와요.
하지만 그건 모두 후대 사람들이 상상해서 그린 그림이에요.
실제 훅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지금 지구상에 아무도 없어요.
훅은 1666년 런던 대화재 이후 도시 재건 검사관으로 임명됐어요.
런던 대화재는 도시의 80%를 태운 재난으로, 훅은 불타고 남은 런던의 거리와 건물들을 직접 측량하고 재건 계획에 참여했어요.
그렇게 오늘날 런던의 절반을 만든 사람의 얼굴이, 같은 도시의 기록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예요.
한 회사를 40년간 떠받친 직원이 퇴사 다음 날 단체 사진과 사내 게시판에서 모두 지워진 것처럼요.
훅이 이름 붙인 '세포', 훅이 설명한 용수철 법칙, 훅이 측량한 런던 거리는 지금도 우리 곁에 있는데요.
정작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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