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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물리학에서 가장 가혹한 평가는 "틀렸다"가 아니에요.
"틀리지도 않았다"예요.
이 표현을 만든 사람이 볼프강 파울리예요.
1925년, 스물네 살의 파울리는 배타 원리를 발표해요.
같은 양자 상태에 두 전자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는 법칙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물질이 왜 서로 통과하지 않고 딱딱하게 유지되는지를 설명하는 열쇠예요.
아인슈타인은 그를 보고 말했어요.
"내가 본 가장 영리한 학생이야."
그런데 파울리는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어요.
동료가 허술하게 쓴 논문을 받아 들면 빨간 펜을 들었거든요.
그때 나온 말이 독일어로 "Das ist nicht einmal falsch", 직역하면 "이건 틀리지도 않았다"예요.
틀렸다는 건 적어도 검증이 가능하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뭔 소린지 알 수조차 없다면, 그건 논문이 아니에요.
그 날카로움 때문에 사람들은 파울리를 '물리학의 양심'이라 불렀어요.

함부르크의 물리학자 오토 슈테른은 자기 실험실에 한 사람의 출입만 금지했어요.
노벨상을 받게 될 친구, 파울리였어요.
이게 단순한 농담이 아니에요.
동료들 사이에는 '파울리 효과'라는 표현이 진짜로 통용됐어요.
파울리가 근처에만 있으면 정밀 측정 장비가 이유 없이 고장 났거든요.
슈테른이 그를 실험실에서 쫓아낸 건 그래서예요.
측정 결과를 믿을 수가 없었던 거예요.
결국 이 소문은 파울리 본인에게도 닿았어요.
1948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융 연구소 개소식이 열렸어요.
심리학자 칼 융이 세운 기관이에요.
개소식 도중 아무 이유 없이 도자기 꽃병이 깨졌어요.
파울리는 이걸 가볍게 넘기지 않았어요.
노트를 꺼내 "진짜 파울리 효과 발생"이라고 진지하게 적었어요.
'물리학의 양심'으로 불리던 사람이 자기 이름이 붙은 초자연 현상을 무시하지 않은 거예요.
그 이유가 다음 이야기에 있어요.

양자역학을 만든 남자가 매일 밤 자기 꿈을 노트에 적었어요.
그리고 그 노트를 정신분석가에게 보냈어요.
어머니의 자살, 그리고 8개월 만에 끝난 첫 결혼.
파울리는 1932년 무렵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어요.
그가 문을 두드린 곳이 정신분석가 칼 구스타프 융이었어요.
융은 당시 꿈을 연구하고 있었어요.
꿈에 나타나는 상징들이 인간의 무의식을 드러낸다고 봤거든요.
파울리는 그 연구에 최적의 파트너가 됐어요.
파울리는 자기가 꾼 꿈을 1000여 개 가까이 직접 기록해 융에게 보냈어요.
융은 그중 400개를 책으로 엮었어요.
책 제목은 '심리학과 연금술'이에요. 꿈을 통해 인간 무의식의 상징을 연구한 저서예요.
그런데 융은 저자를 밝히지 않았어요.
책 속에서 파울리는 그냥 '어떤 과학자'로 나와요.
하지만 파울리는 그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두 사람은 함께 동시성(synchronicity) 개념을 발전시키기도 했어요.
동시성이란, 아무 인과관계 없이 의미 있어 보이는 두 사건이 동시에 벌어지는 현상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친구 생각을 하는 순간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오는 것처럼요.
AI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엔지니어가 자기 꿈을 점쟁이에게 보내는 것처럼 이상해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파울리에게 과학과 무의식은 같은 미지의 영역이었어요.
그리고 그 두 영역이 만나는 지점에는 항상 숫자 하나가 있었어요.

1958년 12월, 파울리는 방문한 친구에게 말했어요.
"여기서 못 나갈 것 같네."
그가 입원한 취리히 적십자병원의 병실 번호는 137호였어요.
파울리는 평생 미세구조상수 1/137에 집착했어요.
전자기 상호작용의 세기를 나타내는 무차원 숫자예요.
무차원이라는 건 어떤 단위계를 써도 값이 변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인간이 만든 측정 체계와 완전히 무관한 숫자예요.
왜 이 숫자가 그 값인지, 파울리는 끝내 설명할 이론을 찾지 못했어요.
그게 죽을 때까지 그를 괴롭혔어요.
그는 이렇게 농담하곤 했어요.
"신을 만나면 첫 번째 질문이 있어. 왜 137이 137이냐고."
농담이지만, 농담이 아니에요.
137호실에 입원한 날, 간호사가 병실 번호를 알려줬어요.
파울리는 잠시 멈췄어요.
그리고 친구에게 말했어요. "여기서 못 나갈 것 같네."
며칠 뒤, 그는 137호실에서 사망했어요.
평생 이 숫자가 왜 그 값인지 밝히려 했던 사람이 그 숫자가 붙은 방에서 생을 마쳤어요.
우연일까요, 동시성일까요.
파울리라면 아마 노트를 꺼냈을 거예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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