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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20년대 케임브리지 물리학과에는 비공식 단위 하나가 떠돌았다.
1 디랙, 시간당 한 단어.
동료들이 폴 디랙의 침묵을 측정하다 만들어낸 농담이었다.
강의 중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말했다. "교수님, 방정식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디랙은 잠시 바라보더니 이렇게 답했다. "그건 질문이 아니라 진술입니다."
그리고 다음 질문을 기다렸다.
회식 자리에서도 옆 사람이 말을 걸면 "예" 또는 "아니오"로만 답했다.
단 한 마디도 더 보태는 일이 없었다.
이것이 동료들 사이에서 농담의 소재가 됐을 정도이니, 그 침묵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짐작이 된다.

디랙이 이렇게 된 이유는 집에 있었다.
스위스 출신 아버지 샤를 디랙은 어린 폴에게 식탁에서 오직 프랑스어로만 말하도록 강제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아이에게 프랑스어로만 말하라는 건, 수영을 못하는 사람에게 말하면서 헤엄치라는 것과 같았다.
디랙이 찾아낸 해법은 침묵이었다.
프랑스어 문장이 떠오르지 않으면 그냥 입을 닫았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자 침묵은 습관이 됐고, 습관은 성격이 됐다.
훗날 닐스 보어,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어떻게 도는지 처음으로 설명해낸 덴마크 물리학자는 이렇게 회고했다.
"디랙은 입을 여는 것보다 침묵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걸 어린 시절에 배운 사람이에요."
디랙 본인도 자서전에서 "나는 말하지 않는 법을 가정에서 배웠다"고 적었다.
그리고 그 침묵이 어린 시절에 끝나지 않았다는 게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아버지 식탁에서 단련된 그 침묵이, 훗날 우주의 구조를 꿰뚫는 도구가 됐다.

1928년, 디랙은 전자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기술하다가 불편한 것을 발견했다.
디랙 방정식, 전자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움직일 때를 설명하는 이 식을 풀었더니 음의 에너지를 가진 해가 나왔다.
쉽게 말하면 "무게가 마이너스인 사과"가 계산 결과로 튀어나온 것이다.
동료들은 계산 오류라고 했다.
그런데 디랙은 그 해를 지우지 않았다.
"수식이 아름다우니 사실일 것이다." 그는 전자와 같은 질량에 전하만 반대인 입자, 즉 전자의 거울 쌍둥이가 우주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4년 뒤, 물리학자 칼 앤더슨이 우주에서 날아온 입자 사진에서 양전자(positron)를 발견했다.
양전자는 전자와 질량이 같고 전하만 반대인 입자로, 반물질의 첫 번째 증거였다.
지도도 나침반도 없이 "이 방향에 섬이 있다"고 말했더니 정말 섬이 있었던 셈이다.

1933년, 31세의 디랙은 양자역학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지명됐다.
그러자 그는 거절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유명해지는 게 싫어서요."
그때 나선 사람이 어니스트 러더퍼드였다.
원자 속 핵을 처음 발견한 물리학자이자 케임브리지 물리학계의 어른인 러더퍼드는 이렇게 말했다.
"거절하면 더 유명해질 겁니다." 결국 디랙은 수상을 받아들였다.
스톡홀름 시상식에서 그는 카메라를 피해 다녔다.
수상 연설은 단 5분으로, 역대 최단 기록 중 하나였다.
나중에 누군가 "왜 결혼했냐"고 묻자 돌아온 답은 이랬다. "위그너의 여동생이 멋졌으니까요."
그 이상의 말은 없었다.
반물질을 수식 하나로 예언한 사람이, 결혼 이유도 한 문장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침묵이 이토록 많은 것을 품을 수 있다면, 그게 과연 침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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