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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집트의 왕이 지름길을 물었을 때, 유클리드는 단 한 문장으로 거절했어요.
기원전 300년 무렵, 알렉산드리아는 그리스계 왕 프톨레마이오스 1세가 다스리는 도시였어요.
오늘날로 치면 실리콘밸리와 하버드를 합쳐 놓은 곳, 세계 최고의 도서관과 학자들이 몰려든 지식의 수도였죠.
그리고 그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수학 교사가 바로 유클리드였어요.
어느 날 왕이 유클리드를 불러 물었어요.
"《원론》을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없소?"
오늘 말로 바꾸면 이래요. "이 보고서, 요약본만 봐도 되지 않나요?"
유클리드의 대답은 짧았어요.
"기하학에는 왕도(王道)가 없습니다."
왕도란 왕만을 위한 특별한 지름길이에요. 그 길이 없다고, 세상에서 가장 강한 권력자의 얼굴을 보며 직접 말한 거예요.
왕은 반박하지 못했어요.
수학의 논리 앞에서는 왕관도 예외가 없다는 걸, 유클리드는 당연하다는 듯 내뱉은 거니까요.

유클리드에게 지식을 돈과 바꾸려는 자는 제자가 아니라 손님이었어요.
한 학생이 첫 번째 정리를 배우자마자 손을 들었어요.
"선생님, 이걸 배우면 무슨 이득이 있습니까?"
요즘 말로 하면 "이 강의 들으면 연봉이 얼마나 올라요?"예요.
유클리드는 잠시 그 학생을 바라봤어요.
그리고 노예를 불렀어요.
"이 자에게 동전 한 닢을 주어라. 배운 것에서 반드시 이득을 봐야 하는 사람이니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은 쫓겨났어요.
유클리드에게 수학이란 쓸모를 따지기 이전의 것, 즉 생각하는 능력 자체를 키우는 훈련이었거든요.
"이걸로 뭘 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이, 그에게는 마치 "이 근육 운동이 당장 싸움에서 이기게 해줘요?"라고 묻는 것만큼 어리석게 들렸을 거예요.
그런데 가장 재밌는 역설이 있어요.
지식의 쓸모를 경멸했던 유클리드의 책이, 결국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분야에서 실제 '쓸모'를 증명하게 돼요.

유클리드가 언제 태어나고 죽었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의 책은 2300년간 한 번도 서점에서 사라진 적이 없어요.
《원론(Elements)》은 총 13권짜리 수학책이에요.
삼각형, 원, 평행선 같은 도형의 성질을 단 다섯 개의 기본 가정에서 출발해 465개의 명제를 증명해낸 책이죠.
1482년 구텐베르크 인쇄기가 보급된 뒤, 이 책은 1000종이 넘는 판본으로 찍혀 나왔어요.
아인슈타인은 12살 때 이 책을 읽고 "신성한 소책자"라고 불렀어요.
링컨은 40대 변호사 시절 법정 논리를 연습하기 위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어요.
수학책을 변론 준비로 쓴 거예요. 이유는 단순해요. 이 책이 수학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을 논리적으로 쌓아 올리는가"를 가르치는 책이었기 때문이에요.
가장 이상한 점은, 저자 유클리드의 생몰년이 아직도 불확실하다는 거예요.
이름 없는 신인이 쓴 참고서가 2300년간 전 세계 교실에서 표준 교재로 쓰인 셈이에요.
저자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책은 살아남았어요.

유클리드가 스스로도 께름칙해했던 한 줄이, 2000년 뒤 우주의 곡률을 설명하게 돼요.
《원론》에는 다섯 개의 공준이 나와요.
공준이란 "이것만큼은 증명 없이 참으로 받아들이자"는 약속이에요.
첫 네 개는 짧고 명쾌해요. "두 점 사이에 직선을 그을 수 있다", "원은 중심과 반지름으로 그릴 수 있다" 이런 식이죠.
그런데 다섯 번째가 이상하게 길어요.
"한 직선 밖의 점을 지나, 그 직선과 평행한 직선은 오직 하나다."
다른 넷과 달리 유독 복잡하고 어색해서, 유클리드 자신도 꺼림칙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수학자들은 이후 2000년 동안 이 공준을 나머지 넷으로 증명하려 했어요.
증명할 수 있다면 공준 목록에서 빼도 되니까요.
하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19세기, 로바체프스키라는 러시아 수학자가 전혀 다른 질문을 던졌어요.
"증명이 안 된다면, 이걸 부정해도 모순이 생기지 않는 거 아닐까?"
결국 그는 5번째 공준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 위에서 완전히 새로운 기하학을 세웠어요.
독일 수학자 리만도 같은 방향에서 나아갔어요.
그는 곡면 위에서 작동하는 기하학을 만들었고, 평행선이 하나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수학적으로 보여줬어요.
이게 바로 비유클리드 기하학이에요. 유클리드의 규칙을 깨뜨린 기하학이라는 뜻이에요.
그로부터 100년 뒤,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할 때 리만의 기하학을 뼈대로 썼어요.
우주 공간은 질량에 의해 휘어진다는 이론이에요. 그 이론의 수학 언어가, "평행선이 하나가 아닐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서 나온 거예요.
유클리드의 가장 약한 고리가, 결국 가장 위대한 발견의 씨앗이 됐어요.
교과서의 사소한 오탈자처럼 보이던 한 줄이 2000년 뒤 우주의 형태를 설명하는 열쇠가 된 거예요.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어떤 공준이, 또 누군가에게 틀릴 수 있는 가설로 밝혀질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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