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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빅뱅 이론을 세운 이 남자는, 원래 카약 한 대로 흑해를 몰래 건너려다 폭풍에 떠밀려 돌아온 탈출 실패자였어요.
1932년 여름, 조지아 가모프는 이미 소련 과학원 최연소 회원이었어요.
서른 살에 세계적 물리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이 왜 고무보트 수준의 카약에 몸을 실었을까요?
소련은 과학자들의 해외 출국을 통제했어요.
외국 학회에 초청받아도 여권을 쥐여주지 않았거든요.
오늘날로 치면 이직하고 싶은데 회사가 여권을 쥐고 놔주질 않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가모프는 직접 방법을 찾기로 했어요.
아내와 함께 러시아 남부 크림반도에서 카약을 빌려, 250km 떨어진 터키 해안을 향해 노를 저었어요.
하지만 5일 만에 폭풍이 덮쳤어요.
결국 원점으로 돌아왔죠.
이듬해에는 러시아 북부 백해에서 노르웨이 방향으로 다시 시도했지만 또 실패였어요.
결국 탈출은 엉뚱한 방식으로 이루어졌어요.
1933년, 벨기에에서 열린 솔베이 회의에 초청받으면서 합법적으로 소련 밖으로 나왔고, 그냥 돌아가지 않았어요.
솔베이 회의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들이 모이는 초청 학술 모임이에요.
가모프는 거기서 조용히 "저 안 돌아갈게요"를 실천했어요.
우주 탄생을 최초로 수식으로 설명한 이 논문은, 그리스 문자 농담을 맞추려고 저자 한 명을 끼워 넣은 작품이었어요.
1948년, 가모프와 제자 랄프 알퍼(박사과정 학생)는 빅뱅 직후 수소와 헬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설명하는 논문을 완성했어요.
우주의 첫 몇 분을 수학으로 풀어낸 기념비적인 성과였죠.
그런데 가모프는 저자 이름을 보다가 갑자기 웃음이 났어요.
알퍼(Alpher)는 그리스 문자 α(알파), 자기 이름 가모프(Gamow)는 γ(감마)와 발음이 비슷했거든요.
"α와 γ 사이에 β(베타)가 없으면 아쉽잖아."
그래서 가모프는 논문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물리학자 한스 베테를 공저자 중간에 끼워 넣었어요.
베테는 β(베타)와 발음이 같았거든요.
알퍼-베테-가모프, 즉 α-β-γ 완성이었어요.
만우절인 1948년 4월 1일, 이 논문은 학술지 피지컬 리뷰에 실렸어요.
가모프에게는 완벽한 장난이었죠.
하지만 진짜 저자인 알퍼는 분노했어요.
박사 논문의 공로가 자기보다 훨씬 유명한 베테의 이름에 가려질 게 뻔했거든요.
실제로 그렇게 됐어요.
친구가 졸업 논문에 유명 교수 이름을 장난으로 끼워 넣어서 정작 본인 공은 가려진 상황이에요.
우주의 시작을 설명한 논문이 그런 방식으로 세상에 나왔어요.
20세기 생물학의 가장 큰 수수께끼를 푼 첫 힌트는, 빅뱅을 연구하던 남자가 넥타이와 함께 보낸 편지에서 나왔어요.
1953년, 왓슨과 크릭이 DNA 이중나선 구조를 발표했어요.
생물학계는 흥분했고, 가모프는 물리학자로서 그 소식을 들었어요.
그런데 가모프는 가만있지 않았어요.
그는 왓슨과 크릭에게 편지를 한 통 보냈어요.
편지 안에는 이런 아이디어가 담겼어요. "DNA에 4가지 염기가 있고, 단백질은 20가지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지잖아. 세 글자짜리 코돈을 쓰면 4³=64가지 조합이 나오니까 20가지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이건 오늘날 유전 암호의 핵심 원리예요.
DNA가 어떻게 단백질을 만드는지를 설명하는 아이디어고, 그 출발점이 빅뱅 전문가의 편지였어요.
가모프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이 문제를 함께 연구할 모임을 만들었는데, 이름이 RNA 타이 클럽이었어요.
회원 수는 딱 20명이었어요.
아미노산이 20가지니까, 회원 각자가 아미노산 하나씩을 상징했어요.
그리고 녹색 모직 넥타이와 금색 핀을 수제로 주문 제작해서 회원증 대신 나눠줬어요.
크릭과 왓슨, 심지어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까지 가입했어요.
전공이 전혀 다른 사람이 옆 분야 문제를 풀어버리고, 굿즈까지 맞춘 팬클럽을 만든 셈이었어요.
우주 탄생의 증거가 발견된 날, 20년 전에 그것을 예측했던 남자에게는 전화 한 통 걸려오지 않았어요.
1948년, 가모프와 알퍼, 동료 허먼은 한 가지를 계산했어요.
빅뱅이 실제로 일어났다면, 당시의 엄청난 열기가 식으면서 우주 전체에 흔적을 남겼을 거라는 거예요.
그 흔적이 우주배경복사예요. 우주 전체를 감싸는 아주 약한 전파 잔광이고, 온도는 약 5K(영하 268도 무렵)일 거라 예측했어요.
그런데 1964년, 벨 연구소의 두 물리학자 아르노 펜지어스와 로버트 윌슨이 안테나 잡음을 분석하다가 이상한 신호를 발견했어요.
어느 방향을 향해도 사라지지 않는 3K짜리 전파였어요.
처음에는 비둘기 배설물 때문인 줄 알고 안테나를 청소했어요.
그래도 신호는 남아있었어요.
결국 이게 가모프가 20년 전에 예측한 바로 그 우주배경복사였어요.
1978년, 펜지어스와 윌슨은 이 발견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어요.
이론적으로 먼저 예측한 가모프와 알퍼는 수상자 명단에 없었어요.
가모프는 그 상을 보지도 못했어요.
1968년, 알코올로 인한 간부전으로 세상을 떠났거든요.
예순네 살이었어요.
대중은 가모프를 빅뱅 이론가로 기억하지 않았어요.
대신 'Mr. 톰킨스' 시리즈로 기억했어요.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그림책처럼 풀어쓴 과학 동화로, 수십 년간 베스트셀러였거든요.
카약을 타고 국경을 건너려 하고, 논문에 알파벳 농담을 심고, 넥타이 클럽을 만들고, 동화를 쓴 물리학자.
우주의 시작을 계산하면서도 끝까지 진지하지 않았던 이 남자가, 어쩌면 과학을 가장 잘 이해했던 사람이었을지도 몰라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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