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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513년 2월 피렌체 감옥에서, 마흔네 살 공무원은 천장에서 여섯 번 떨어졌어요.
그리고 그는 자신을 매단 가문에 편지를 썼습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14년간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 실무를 책임진 제2서기관이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외교부 국장급, 프랑스 왕과 교황, 체사레 보르자와 직접 협상하던 인물입니다.
그런데 1512년,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를 다시 장악해요.
메디치는 피렌체를 수십 년간 지배해온 귀족 가문으로, 공화국 체제를 무너뜨리고 귀환한 참이었어요.
마키아벨리는 그 즉시 해임됩니다.
14년 일한 직장이 하루아침에 날아간 거죠.
그리고 이듬해 2월, 그는 메디치 암살 음모 연루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체포돼요.
감옥에서 받은 고문의 이름은 스트라파도(strappado)입니다.
팔을 뒤로 묶어 천장에 매달았다가 그대로 떨어뜨리는 방식인데, 이걸 여섯 번 반복했어요.
그런데 고문이 끝나고 그가 한 일이 정말 기가 막혀요.
마키아벨리는 감옥 벽에 풍자시를 써서 메디치 가문에 보냅니다.
"내 이가 나비처럼 떨어져 나갔다"고, 농담을 하면서요.
해고된 외교관은 시골 선술집에서 푸주한과 주사위를 던지다가, 저녁이 되면 방으로 들어가 궁정복으로 갈아입었어요.
이건 비유가 아니라, 그가 친구에게 직접 쓴 편지의 내용입니다.
석방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 남쪽 시골 농장 산탄드레아로 추방돼요.
1513년 12월, 그는 친구 프란체스코 베토리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자신의 하루를 묘사합니다.
아침엔 나무꾼과 다투고, 낮엔 선술집에서 제분업자, 푸주한과 카드게임을 하며 싸운다고요.
그러다 저녁이 되면 뭔가 달라져요.
"흙투성이 옷을 벗고 궁정과 왕궁에 들어갈 때의 옷으로 갈아입은 뒤" 서재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리고 거기서 고대 책을 읽으며 "네 시간 동안 고대인들과 대화"합니다.
14년간 유럽 최고 권력자들과 협상하던 외교관이, 이제 닭장 옆 농가에서 혼자 정장을 차려입는 거예요.
독자도 없는 책들과 밤새 씨름하면서요.
그런데 그 "네 시간의 대화" 기록이, 훗날 전 세계가 읽게 될 《군주론》의 원고입니다.
세상이 악의 교본이라 부른 그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일자리를 달라는 청원이 적혀 있었어요.
500년 동안 권모술수의 바이블로 읽힌 《군주론》의 진짜 정체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마키아벨리는 1513년 완성한 원고를 로렌초 데 메디치에게 바쳐요.
자신을 해임하고 고문한 바로 그 가문의 새 지도자입니다.
헌정사 첫 줄에는 이렇게 적혀 있어요.
"가장 비천하고 가장 낮은 신분의 자가 왕자들의 통치에 대해 감히 논하는 것을 무례로 여기지 마소서."
그리고 헌정사 말미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저의 오래되고 끊임없는 충성심을 증언해 줄 사람을 찾아주신다면."
14년 경력의 외교관이 쓸 수 있는, 사실상의 구직 문구예요.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메디치는 그에게 아무런 답도 주지 않았어요.
자리도 없었고, 편지 한 통도 없었습니다.
그가 평생 섬기고 싶어 한 공화국은, 돌아오자마자 그를 거절했어요.
마키아벨리 인생에서 가장 잔인한 반전이 여기에 있습니다.
1527년 5월, 메디치 가문이 피렌체에서 다시 쫓겨나요.
공화국이 복원됐고, 마키아벨리는 즉시 14년 전 자신이 맡았던 제2서기관 자리에 지원합니다.
이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하지만 새 공화국 평의회는 그를 거부합니다.
이유는 하나였어요. 그가 《군주론》을 메디치에게 바쳤기 때문입니다.
공화주의자들 눈에 그는 이미 '메디치 쪽 사람'으로 낙인찍혀 있었어요.
평생 공화정을 믿었던 사람이, 살아남으려고 군주에게 청원서를 썼다가, 바로 그 청원서 때문에 공화국에서 퇴짜를 맞은 거예요.
마키아벨리는 한 달 뒤인 6월 21일 복통으로 숨을 거둡니다.
58세였어요.
《군주론》은 그가 죽고 5년이 지난 1532년에야 처음 인쇄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 책은 단 한 번도 그에게 일자리를 가져다주지 못했어요.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 이 원고가, 500년 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정치서 중 하나가 됐다는 걸 그는 알았을까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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