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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1964년 10월 22일, 노벨 아카데미는 이미 수상자를 발표한 뒤였다.
그런데 수상자 본인이 뒤늦게 답장을 보내왔다.
받지 않겠다고.
장폴 사르트르는 9월에 이미 거절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그 편지가 아카데미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스웨덴 아카데미는 사르트르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공식 발표해버렸다.
26만 크로나, 당시 시세로 약 5만 달러의 상금도 함께 거절됐다.
그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작가는 어떤 제도에도 편입되어서는 안 된다."
노벨상은 그 자체로 권위 있는 제도이고, 수상하는 순간 작가는 그 제도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었다.
회사에서 최고 인사상을 주겠다는데 시상식 전에 이미 "안 받겠습니다" 이메일을 보내놓은 상황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런데 회사는 이미 사내 공지를 올려버렸다.
노벨상은 그때까지 '주는 것'이었지, '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르트르는 그 전제를 뒤집은 첫 번째 인물이 됐다.
그 이후, 스웨덴 아카데미는 수상자에게 사전에 수락 의사를 묻기 시작했다.

20세기 최고의 지성이라 불린 남자는, 파리 거리를 걸을 때마다 자기 어깨 위에 게가 앉아 있다고 느꼈다.
그는 그것이 진짜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래도 보였다.
1935년 봄, 사르트르는 친구이자 정신과 의사인 다니엘 라가슈에게 메스칼린 주사를 맞았다.
메스칼린은 강력한 환각 효과를 내는 물질인데, 사르트르가 자원한 것은 연구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인간의 상상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탐구하는 책을 쓰고 있었고, 직접 경험해보겠다고 나섰다.
주사 한 방이 수십 년짜리 악몽의 시작이었다.
환각 자체는 몇 시간 만에 끝났지만, 그 뒤로 몇 년간 거대한 바닷가재와 게와 문어가 자기 뒤를 따라다니는 환각이 사르트르를 괴롭혔다.
결국 1950년대에 그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에게 상담을 받으러 갔다.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고 외치던 철학자, 즉 인간은 어떤 운명에도 묶여 있지 않으며 자유롭게 자신을 만들어 나간다고 설파하던 사르트르가, 정작 자기 뇌가 만들어낸 게 한 마리를 어깨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철학과 신경계는 다른 문제였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대신 1929년 가을, 두 사람은 2년짜리 계약서 한 장을 썼다.
그 계약은 51년간 갱신됐다.
1929년 당시 사르트르는 스물넷이었고, 시몬 드 보부아르는 스물하나였다.
보부아르는 훗날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말로 유명해진 철학자이자 작가다.
두 사람이 맺은 합의는 이랬다. 서로를 '본질적 사랑'으로 삼되, 다른 누군가와의 '우연적 사랑'은 각자 자유롭게 허용한다. 단, 서로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이런 것이었다.
"우리가 서로 제일 중요하다는 건 변하지 않아. 근데 다른 사람 만나는 건 자유야. 대신 다 말해줘야 해."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잔혹한 실험이었다.
자신이 만나는 사람 이야기를 연인에게 일일이 털어놓는 것은, 투명성이 동시에 고통이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도 두 사람은 이 계약을 지켰다.
결혼하지 않은 채로 51년이 지났고, 1980년 사르트르가 먼저 세상을 떠난 뒤 6년 후 보부아르도 같은 파리의 몽파르나스 묘지에 묻혔다.
나란히.

1980년 4월 19일 오후, 파리 몽파르나스로 향하는 거리는 자동차가 아닌 사람들로 막혔다.
누구도 그들을 부르지 않았다.
4일 전인 4월 15일, 사르트르가 세상을 떠났다.
프랑스 정부는 공식 국장을 제안하지 않았고, 사르트르 본인도 생전에 모든 공적 예우를 거부해왔다.
브루세 병원에서 몽파르나스 묘지까지 약 3킬로미터의 장례 행렬.
SNS도 없던 시절이었다.
공식 안내도 없었다.
그런데 약 5만 명이 걷기 시작했다.
20세기 프랑스에서 지식인 장례로는 최대 규모였다.
훈장도 거절했고, 노벨상도 거절했고, 국가가 주는 모든 공식 타이틀을 거절했던 사람의 마지막 길을, 국가가 아닌 거리가 채웠다.
어쩌면 그게 사르트르가 평생 원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제도가 인정해줘서가 아니라, 읽은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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