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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경세치용은 학문을 책상 위 말장난으로 두지 않고, 실제로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살리는 데 쓰겠다는 태도예요. 고염무는 경전 공부가 눈앞의 현실 문제를 하나도 풀지 못한다면 그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봤어요.
요리책을 아무리 줄줄 외워도, 정작 배고픈 사람 앞에서 밥 한 끼 못 지으면 소용이 없죠.
고염무(顧炎武, 1613년부터 1682년까지 살았어요)가 답답해한 게 딱 이 지점이었어요.
경세치용(經世致用)은 글자 그대로 '세상을 다스리고(경세) 실제에 쓴다(치용)'는 말이에요.
학문의 목적을 바깥, 그러니까 진짜 세상 쪽에 두는 거예요.
이렇게 실제 쓸모를 앞세운 학풍을 '실학(實學)'이라고 불러요.
반대편에는 마음이 어떻고 본성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만 끝없이 파고드는 공부가 있었는데, 고염무는 그런 공부가 나라가 무너지는 걸 막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고염무는 명나라가 무너지고 청나라가 들어서는 격변을 직접 겪은 사람이에요.
눈앞에서 나라가 뒤집히는 걸 본 거죠.
그런데 당시 선비들은 여전히 마음 심(心), 본성 성(性), 운명 명(命) 같은 추상적인 개념만 붙들고 토론하고 있었어요.
그가 남긴 말이 이 마음을 잘 보여줘요.
"感四国之多虞,耻经生之寡术", 즉 '나라의 많은 근심을 절감하면서, 경전이나 파는 선비들의 방책이 이토록 빈약한 것을 부끄러워했다'는 뜻이에요.
세상은 불타는데 공부하는 사람들 손에는 불 끌 물 한 바가지가 없더라는 거죠.
그래서 그는 화려한 이론(理學) 대신 소박하고 실증적인 학문이라는 뜻의 '박학(樸學)'을 내세워요.
근거는 이 한 문장에 담겨 있어요.
"形而上者谓之道,形而下者谓之器,非器则道无所寓", '눈에 안 보이는 이치를 도(道)라 하고 눈에 보이는 사물을 기(器)라 하니, 기가 없으면 도가 깃들 곳도 없다'는 뜻이에요.
쉽게 말하면, 손에 잡히는 현실을 떠난 고상한 이치란 머물 집이 없는 셈이라는 거예요.
고염무의 실학은 태도로만 그치지 않고 공부 방법 자체가 달랐어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어요.
| 방법 | 무엇을 했나 |
|---|---|
| 발로 뛰기 | 강남을 떠나 산동·산서·하북·섬서를 두루 돌아다녔어요 |
| 실제 문제 다루기 | 세금·국방·농지·물길 같은 살림살이를 파고들었어요 |
| 원자료 확인 | 남이 정리한 요약 대신 원래 기록을 직접 찾았어요 |
첫째, 그는 책상에만 앉아 있지 않았어요.
스스로 '왕래한 길이 이삼만 리요, 살펴본 책이 또 만여 권(往来曲折二三万里,所览书又得万余卷)'이라고 했을 만큼, 직접 각지를 돌며 눈으로 확인했어요.
둘째, 그 결과가 저작으로 남아요.
그의 가장 방대한 책 《천하군국이병서(天下郡國利病書)》는 120권짜리인데, 명나라의 세금·국방·둔전·수리 같은 실무를 다뤘어요.
나라가 어디서 이득을 보고 어디서 병들었는지를 정리한, 말 그대로 나라 살림 보고서예요.
평생 곁에 두고 고쳐 쓴 《일지록(日知錄)》도 그날그날 확인한 지식을 차곡차곡 쌓은 책이었고요.
셋째, 자료를 대충 베끼지 않았어요.
남이 요약한 2차 자료에만 기대는 걸 두고, 옛 동전을 녹여 새 동전을 만드는 것 같다고 꼬집었어요.
반드시 처음 나온 원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했죠.
이 꼼꼼함이 뒤에 고증학이라는 큰 흐름으로 이어지는데, 그 이야기는 따로 다룰게요.
요즘도 시험을 위한 시험, 자격증을 위한 자격증처럼 쓸모와 동떨어진 공부가 많죠.
고염무의 경세치용은 여기에 질문을 던져요.
'이 지식이 실제로 누구의 어떤 문제를 푸는가?'
그는 지식이 세상과 연결될 때 비로소 값을 갖는다고 봤어요.
그래서 량치차오는 훗날 '청학(淸學)의 개산조를 논하면 정림(고염무) 말고는 두 번째 사람이 없다'고 평했어요.
실용을 앞세운 이 학풍이 이후 학문의 물길을 바꿔 놓았다는 뜻이에요.
고염무의 경세치용 실학은 세 마디로 기억하면 좋아요.
첫째, 학문의 목적은 세상을 다스리고 실제에 쓰이는 데 있어요.
둘째, 그래서 그는 발로 돌아다니며 세금·국방·농지 같은 진짜 문제를 파고들고 《천하군국이병서》 같은 실무 저작을 남겼어요.
셋째, 눈에 보이는 현실(器)을 떠난 고상한 이치(道)는 머물 집이 없다고 믿었어요.
요리책을 외우는 사람이 아니라 밥을 짓는 사람이 되자는 것, 그의 실학은 이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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