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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성즉리(性卽理)는 사람 마음속 본성(性)이 다름 아닌 우주의 이치(理) 그 자체라는 말이에요. 그래서 우리가 착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밖에서 정해준 규칙이 아니라, 태어날 때 이미 내 안에 심겨 있다는 뜻이죠.
도토리 하나를 손에 쥐어 볼게요.
이 작은 알맹이 안에는 이미 커다란 참나무가 될 설계도가 통째로 들어 있어요.
아직 잎도 뿌리도 없지만, 될 방향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죠.
주희(1130년~1200년)가 말한 성즉리도 이런 그림이에요.
여기서 성(性)은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지닌 본성이고, 이(理)는 하늘과 세상 만물이 그렇게 굴러가는 이치예요.
'성이 곧 이다'라는 말은, 내 본성과 우주의 이치가 따로 있는 두 개가 아니라 실은 같은 하나라는 뜻이에요.
부모에게 효도하고 싶은 마음, 남의 아픔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왜 생길까요?
주희는 그게 밖에서 배운 예절이 아니라, 하늘의 이치가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고 봤어요.
사실 이 말을 처음 꺼낸 사람은 주희보다 앞선 정이(程頤, 호는 이천)예요.
주희는 이 말을 이렇게까지 높이 평가했어요.
伊川性即理也,自孔孟後無人見得到此,亦是從古無人敢如此道。
이천이 말한 '성이 곧 이(性卽理)'라는 것은, 공자·맹자 이후 아무도 여기까지 보지 못했고 예로부터 누구도 감히 이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왜 이렇게 감격했을까요?
옛날부터 '사람은 원래 착하다'는 맹자의 말이 있었지만, 그게 왜 그런지 딱 부러지게 설명하긴 어려웠어요.
성즉리는 그 빈칸을 채워 줬죠.
사람이 착한 건 우연이나 기분이 아니라, 본성 자체가 우주의 이치이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주희는 이 한마디를 발판 삼아 유학 전체를 튼튼한 뼈대로 다시 세웠어요.
주희 자신의 말을 그대로 옮겨 볼게요.
조금 어렵지만 풀이와 같이 읽으면 뜻이 환해져요.
性者,人所受之天理。性只是理,萬理之總名。此理亦只是天地間公共之理,稟得來便為我所有。
성(性)이란 사람이 부여받은 천리이다. 성은 다만 이(理)일 뿐이며 만 가지 이치를 총칭하는 이름이다. 이 이치는 다만 천지간의 공공한 이치인데, 그것을 품부받으면 곧 나의 것이 된다.
마지막 문장이 핵심이에요.
이치는 원래 온 세상이 함께 나눠 쓰는 '공공의 것'인데, 내가 사람으로 태어나면서 그 한 몫을 받아 내 것이 된다는 거죠.
마치 커다란 햇빛이 창문마다 들어와 저마다의 방을 밝히는 것과 같아요.
빛은 하나지만, 내 방에 든 빛은 내 것이 되잖아요.
여기서 누구나 궁금해져요.
본성이 그렇게 완벽한 이치라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왜 있을까요?
주희는 사람의 성을 두 겹으로 나눠 이 문제를 풀었어요.
| 구분 | 뜻 | 비유 |
|---|---|---|
| 본연지성(本然之性) | 이치 그대로의 깨끗한 본성 | 원래 맑은 물 |
| 기질지성(氣質之性) | 타고난 기질에 물든 본성 | 흙탕이 섞인 물 |
물 자체는 원래 맑아요.
그런데 어떤 그릇에 담기느냐, 진흙이 얼마나 섞였느냐에 따라 뿌옇게 보이죠.
본성인 이치는 누구나 똑같이 맑지만,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과 욕심이 그 위를 흐리게 만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주희는 흐린 물을 가라앉혀 다시 맑게 하듯, 공부와 수양으로 본래의 이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봤어요.
그가 평생 강조한 말이 바로 이거예요.
聖賢千言萬語,只是教人明天理、滅人欲。
성현의 온갖 말씀은 다만 사람들에게 천리(天理)를 밝히고 인욕(人欲)을 없애도록 가르치는 것일 뿐이다.
성즉리는 700년 넘게 동아시아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떠받친 생각이에요.
조선의 선비들이 왜 그렇게 자기 마음을 갈고닦았는지도 여기서 시작돼요.
착함의 근거를 하늘이 아니라 규칙이나 벌에서 찾았다면, 감시가 없을 때는 흐트러지기 쉬웠을 거예요.
하지만 성즉리는 '착함의 씨앗이 이미 네 안에 있다'고 말해 줘요.
물론 이 생각에는 그늘도 있었어요.
훗날 청나라 학자 대진(戴震)은 '이치'라는 이름으로 사람을 억누른다며 '이로써 사람을 죽인다(以理殺人)'고 매섭게 비판하기도 했죠.
정해진 이치를 앞세워 약한 사람을 옭아맬 위험이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에요.
그래도 '내 안에 이미 좋은 것이 있으니 그걸 흐리지 않게 지키자'는 마음가짐은, 지금 우리에게도 조용히 힘이 되어 줘요.
성즉리는 사람의 본성(性)이 곧 우주의 이치(理)라는 주희의 핵심 명제예요.
도토리 안에 참나무 설계도가 들어 있듯, 착하게 살 이유가 밖이 아니라 내 안에 이미 심겨 있다는 뜻이죠.
다만 타고난 기질과 욕심이 그 맑은 본성을 흐리게 하기에, 흐린 물을 가라앉히듯 공부와 수양으로 본래의 이치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희는 가르쳤어요.
오늘 하루, 내 안에 이미 있는 맑은 마음 한 조각을 떠올려 보면 이 오래된 말이 조금 가깝게 느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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