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코멘트
0
개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루바이야트는 오마르 하이얌이 썼다고 전해지는 4행시 모음이에요. 그런데 1000편 넘게 그의 이름표가 붙어 있어도, 학자들은 정작 그가 직접 쓴 건 200편도 안 될 거라고 봐요. 누가 진짜 지었는지 흐릿한, 주인이 헷갈리는 시집인 셈이죠.
먼저 이름부터 풀어 볼게요.
'루바이야트(رباعیات)'는 페르시아어로 '네 줄짜리 시들'이라는 뜻이에요.
딱 네 줄로 끝나는 짧은 시 한 편을 여러 편 모아 놓은 묶음이죠.
우리로 치면 짧은 노래 가사를 잔뜩 모은 애창곡집 같은 거예요.
한 곡 한 곡은 짧지만, 모아 놓으면 한 사람의 마음결이 보이는 그런 모음집이에요.
이 시들의 주인으로 알려진 사람이 오마르 하이얌(1048년부터 1131년까지 살았어요)이에요.
원래 그는 3차 방정식을 도형으로 풀어낸 페르시아의 수학자이자, 아주 정밀한 달력을 만든 천문학자로 유명했어요.
그런데 오늘날 서양에서는 오히려 이 짧은 4행시들 덕분에 이름이 더 널리 알려졌답니다.
삶이 짧으니 지금 이 순간을 아끼자는 분위기, 세상이 왜 이런지 묻는 물음이 이 시들 안에 담겨 있어요.
재미있는 점은, 하이얌이 살아 있을 때는 시인으로 유명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그를 '현자들의 왕(ملک الحکماء)', 그러니까 학문의 대가로 불렀지 시인으로 떠받들진 않았어요.
그가 시인으로 언급되기 시작한 건 세상을 떠나고 한참 뒤예요.
1160년쯤 한 학자의 글에 그의 4행시 한 편이 인용되고, 1174년쯤에야 '시인이자 과학자'라는 소개가 처음 나와요.
그가 죽은 지 40년이나 지난 뒤죠.
지금 남아 있는 가장 유명한 시 필사본은 옥스퍼드 보들리언 도서관에 있는 '아우즐리 필사본'인데, 1460년에서 1461년쯤 시라즈에서 만들어졌고 158편의 4행시가 담겨 있어요.
하이얌이 죽고 무려 300년도 더 지나 정리된 묶음인 거예요.
학자 존 앤드루 보일은 그가 '일류 시인'이 된 건 비교적 늦게 만들어진 평가라고 봤어요.
여기서 가장 큰 수수께끼가 나와요.
하이얌 이름이 붙은 4행시는 다 합치면 1000편이 넘어요.
그런데 학자들은 실제로 그가 쓴 건 200편도 안 될 거라고 봐요.
나머지는 다른 사람이 쓴 시에 유명한 하이얌의 이름표가 슬쩍 붙은 거란 얘기죠.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익명 게시판에 떠도는 멋진 글귀에 자꾸 유명인 이름을 갖다 붙이는 걸 떠올리면 쉬워요.
'삶은 짧다' 같은 시원한 4행시가 있으면, 사람들이 '이건 하이얌이 썼을 거야' 하며 그의 이름으로 옮겨 적은 거예요.
그렇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죠.
| 물음 | 자료가 말해 주는 것 |
|---|---|
| 이름 붙은 시 | 1000편이 넘음 |
| 진짜 그의 시 추정 | 200편 미만 |
| 확실히 그의 것이라 단정 | 거의 불가능 |
1906년 학자 에드워드 브라운은 '하이얌이 4행시를 많이 쓴 건 확실하지만, 어느 시를 그가 썼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심지어 1934년 한스 셰이더는 확실한 근거가 없다며 '문학사에서 그의 이름을 지워야 한다'고까지 했고요.
그만큼 진짜와 가짜를 가리기 어려운 시집이에요.
하나 더 알아 둘 게 있어요.
서양에서 대박이 난 영어 『루바이야트』는 사실 원문을 그대로 옮긴 게 아니에요.
1859년 영국의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페르시아어 시를 아주 자유롭게 풀어 다시 쓴 판본이거든요.
원곡을 자기 스타일로 완전히 편곡한 리메이크에 가까워요.
이 번역판은 처음엔 아무 반응이 없다가, 나중에 동양풍이 유행하면서 크게 성공했어요.
1929년에 정리한 목록에는 판본만 300종이 넘게 등재됐을 정도예요.
그래서 우리가 '루바이야트' 하면 떠올리는 감성은, 하이얌의 것이자 동시에 피츠제럴드가 다시 빚은 것이기도 해요.
참고로 이 시들을 두고 하이얌이 삶을 덧없이 본 회의주의자였는지, 경건한 신앙인이었는지, 신비주의 시인이었는지는 학자마다 해석이 크게 갈려요.
시 자체의 진짜 주인이 흐릿하니 그 속마음을 읽는 일도 그만큼 조심스러운 거죠.
루바이야트는 네 줄짜리 짧은 시를 모은 묶음이고, 오마르 하이얌의 이름을 달고 전해져요.
하지만 이름 붙은 1000여 편 가운데 정말 그가 쓴 건 200편도 안 될 거라는 게 학계의 시각이에요.
그가 시인으로 유명해진 것도 죽은 뒤 한참 지나서였고, 서양에 퍼진 판본은 피츠제럴드가 자유롭게 다시 쓴 것이었죠.
그러니 루바이야트를 읽을 때는 '하이얌의 확정된 작품집'이 아니라 '하이얌이라는 이름 아래 300년 넘게 모이고 다듬어진 시의 강물'로 기억해 두면 좋겠어요.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