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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능동지성(al-ʿAql al-Faʿʿāl)은 사람 하나하나의 머릿속이 아니라 그 바깥에 있는 하나의 지성이에요. 우리가 낱낱의 사물에서 '공통된 개념'을 알아챌 때, 그 마지막 순간에 이 지성이 빛처럼 개념을 비춰 준다고 이븐 시나는 보았어요.
이븐 시나(라틴명 아비센나, 980년경부터 1037년까지)는 『의학전범』을 써서 동양과 서양의 의학을 이어 준 의사이자 철학자예요.
그는 몸을 고치는 일만이 아니라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게 되는가'도 깊이 파고들었어요.
그 답의 한가운데에 능동지성(al-ʿAql al-Faʿʿāl)이 있어요.
비유로 시작할게요.
캄캄한 방에 사진 필름이 잔뜩 있다고 해봐요.
필름에는 이미 그림이 담겨 있지만, 불이 켜지기 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빛이 들어오는 순간에야 그림이 환하게 드러나죠.
이븐 시나가 말한 능동지성은 바로 그 '빛'과 비슷해요.
우리 마음속엔 생각의 재료가 준비돼 있지만, 그것이 진짜 '개념'으로 떠오르려면 바깥에서 비춰 주는 빛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이븐 시나는 우리가 개념을 얻는 과정을 단계로 나눠 설명해요.
이 이야기는 『치유의 서』와 『구원의 서(al-Najat)』의 '키탑 알나프스(영혼에 관한 책)' 부분에 담겨 있고, 라틴어로는 『데 아니마(De Anima)』로 알려졌어요.
먼저 눈과 귀 같은 감각이 사과의 빨간색, 둥근 모양, 향을 받아들여요.
이 낱낱의 정보는 머릿속 '내적 감각'에서 하나로 모여, 눈앞에 있는 이 사과 한 개의 그림이 돼요.
하지만 여기까지는 아직 '이 사과 한 개'일 뿐이에요.
세상 모든 사과에 두루 통하는 '사과라는 것 자체', 곧 보편 개념은 아직 아니에요.
바로 이 마지막 단계, 개별 그림에서 보편 개념을 뽑아내는 순간에 능동지성이 작동해요.
필름에 빛이 들어오듯, 능동지성이 우리 마음에 보편 형상을 비춰 주면 그제야 '사과 일반'을 이해하게 되는 거예요.
이렇게 하나하나에서 공통점을 뽑아내는 일을 추상이라고 불러요.
여기서 궁금해지죠.
왜 그 빛이 내 안이 아니라 바깥에 있다고 했을까요?
이븐 시나는 사람마다 다른 머릿속에서 똑같은 보편 개념이 나온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나도 '삼각형'을 이해하고 친구도 '삼각형'을 이해하는데, 그 개념은 신기하게도 서로 같아요.
만약 개념이 각자 몸속에서만 만들어진다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삼각형이 되어야 할 텐데 말이죠.
그래서 그는 모두에게 같은 개념을 건네주는 하나의 지성이 우리 바깥에 있다고 본 거예요.
비유하자면 능동지성은 마을 사람 모두가 함께 듣는 방송국 같아요.
집집마다 라디오(각자의 마음)는 다르지만, 흘러나오는 방송(보편 개념)은 하나의 방송국에서 오니까 누구에게나 똑같죠.
우리의 몫은 라디오를 켜고 주파수를 맞추는 것, 곧 감각과 경험으로 마음을 준비시키는 일이에요.
준비가 되면 능동지성이 개념을 비춰 줘요.
능동지성을 '기억 창고'로 오해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요.
창고는 이미 넣어 둔 물건을 꺼내는 곳이지만, 능동지성은 없던 개념을 새로 환하게 밝혀 주는 빛에 가까워요.
또 하나, 능동지성은 '내 영혼' 자체와도 달라요.
이븐 시나는 사람의 영혼도 깊이 다뤘지만, 그건 다른 글에서 만날 이야기예요.
여기서 기억할 건 하나예요.
개념을 담는 그릇은 내 마음이지만, 그 개념에 불을 켜 주는 빛은 바깥에서 온다는 구도죠.
이런 생각은 뒷날 이슬람 지성사 안에서 찬성과 반대를 함께 불러온 논쟁적인 주제이기도 했어요.
능동지성(al-ʿAql al-Faʿʿāl)은 이븐 시나가 '사람은 어떻게 개념을 이해하는가'에 답하려고 세운 생각이에요.
감각이 낱낱의 정보를 모으고, 마지막에 바깥의 능동지성이 보편 개념을 빛처럼 비춰 준다는 거죠.
필름과 빛, 라디오와 방송국을 떠올리면 돼요.
생각의 재료는 내 안에 있지만, 그것을 진짜 '앎'으로 켜 주는 스위치는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이븐 시나는 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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