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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이븐 시나는 영혼을 뜻하는 나프스(nafs)를 하나의 실체로 보되, 그 안에 식물처럼 먹고 자라는 능력, 동물처럼 느끼고 움직이는 능력, 사람만의 생각하는 능력이 아래에서 위로 쌓여 있다고 봤어요. 위층은 늘 아래층을 딛고 서 있어서, 사람은 이 세 능력을 한꺼번에 지닌 존재예요.
먼저 딱 한 문장만 깔게요.
이븐 시나(라틴 이름 아비센나, 약 980년부터 1037년까지 살았어요)는 다섯 권짜리 『의학전범』을 써서 오랫동안 동서양 의학의 다리 역할을 한 학자예요.
그런데 이 사람은 몸만 들여다본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건 뭘까'도 깊이 파고들었어요.
그 생각이 『치유의 서』와 『구원의 서』 안의 '키탑 알나프스(영혼에 관한 책)' 부분에 담겨 있고, 라틴어로는 『데 아니마(De Anima)』로 전해졌어요.
여기서 '나프스(nafs)'는 흔히 '영혼'이라고 옮기지만, 원래 뜻은 '살아 있게 하는 것'에 더 가까워요.
이븐 시나는 이 나프스가 딱 하나이면서도 세 가지 능력을 품는다고 봤어요.
그래서 '삼분설', 곧 세 부분으로 나눈 설명이라고 불러요.
쉽게는 3층 건물을 떠올리면 돼요.
1층은 식물의 능력, 2층은 동물의 능력, 3층은 사람의 능력이고, 사람은 이 3층 건물을 통째로 가진 셈이에요.
세 능력이 하는 일을 표로 정리하면 이래요.
| 층 | 이 능력을 가진 것 | 하는 일 |
|---|---|---|
| 식물의 능력 | 풀, 나무, 동물, 사람 | 영양 섭취, 성장, 번식 |
| 동물의 능력 | 동물, 사람 | 보고 듣는 감각, 움직임, 욕구 |
| 사람의 능력 | 오직 사람 | 생각, 추론, 보편적인 것 파악 |
1층부터 볼게요.
화분의 방울토마토도 물을 빨아들여 자라고 씨를 맺어요.
이렇게 먹고 크고 자손을 남기는 힘이 첫 번째 능력이에요.
돌멩이는 못 하지만 풀은 하죠.
2층은 감각과 움직임이에요.
고양이는 쥐를 보고(감각) 쫓아가고(움직임) 배고픔을 느껴요(욕구).
이븐 시나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눈·귀로 들어온 감각 정보가 머릿속에서 하나로 합쳐진다고 설명했어요.
빨간색과 둥근 모양과 새콤한 냄새가 따로 놀지 않고 '사과 하나'로 묶이는 거예요.
이걸 '내적 감각'이라고 불렀어요.
3층이 사람만의 능력, 곧 이성이에요.
사과 하나를 넘어 '사과란 무엇인가', '과일이란 무엇인가' 같은 보편적인 뜻을 붙잡는 힘이죠.
이 추상하는 과정에서 이븐 시나는 '능동지성'이라는 개념을 끌어오는데, 그건 이 글의 주제를 넘어서니 여기선 이름만 짚고 넘어갈게요.
핵심은 이 세 층이 계단처럼 포개져 있다는 점이에요.
위층은 아래층을 딛고 있어요.
사람은 밥 먹고 자라는 능력(1층) 위에, 보고 걷고 화내는 능력(2층)을 얹고, 다시 그 위에 생각하는 능력(3층)을 올린 존재예요.
그래서 사람은 세 능력을 다 가지지만, 나무는 1층만, 동물은 1·2층까지만 가져요.
이렇게 나누면 편리한 게 있어요.
'살아 있다'는 말이 다 같은 뜻이 아니라는 걸 또렷하게 보여주거든요.
잡초가 사는 방식, 참새가 사는 방식, 사람이 사는 방식은 층수가 달라요.
그리고 이 순서는 이븐 시나가 의사로서 몸을 이해하던 방식과도 잘 맞아요.
소화하고 성장하는 몸의 일부터, 감각과 움직임, 그리고 마지막에 생각까지 차곡차곡 쌓아 올리는 그림이니까요.
한 가지 오해는 풀고 갈게요.
'삼분설'이라고 해서 영혼이 세 개로 쪼개진 건 아니에요.
나프스는 어디까지나 하나이고, 그 하나가 세 가지 능력을 발휘한다고 본 거예요.
특히 사람의 이성 능력을 두고 이븐 시나는 몸과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닌 무언가라고 주장했는데, 이 대목은 '떠 있는 사람' 사고실험에서 더 깊이 다뤄지는 다른 이야기예요.
지금 우리는 '마음'을 뇌의 작용으로 설명하는 데 익숙해요.
그런데도 이 삼분설은 여전히 쓸모가 있어요.
우리가 스스로를 이해할 때 은근히 이 3층 구조를 쓰거든요.
잠과 끼니를 챙기는 나(1층), 무언가에 끌리고 화나고 설레는 나(2층), 그걸 한 발 물러나 따져보는 나(3층)는 서로 다른 결이잖아요.
이븐 시나는 천 년 전에 이미 이 결을 정리해 둔 셈이에요.
또 하나, 이 이론은 사람을 '동물보다 조금 나은 존재'가 아니라 '아래 능력을 다 품고 그 위에 생각을 얹은 존재'로 봐요.
잘 먹고 잘 느끼는 것을 깎아내리지 않으면서, 생각하는 능력을 사람의 꼭대기 층으로 놓는 거죠.
이븐 시나의 영혼의 삼분설은 나프스(nafs)라는 하나의 영혼이 세 능력을 층층이 지닌다는 설명이에요.
1층은 먹고 자라는 식물의 능력, 2층은 느끼고 움직이는 동물의 능력, 3층은 생각하는 사람만의 능력이고, 위층은 늘 아래층을 딛고 서 있어요.
그래서 나무는 1층, 동물은 2층, 사람은 3층까지 가진다고 기억하면 돼요.
세 개로 쪼개진 게 아니라 하나의 영혼이 세 가지로 일한다는 점, 이 한 가지만 붙잡아도 이 이론의 뼈대는 다 잡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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