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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타리흐(tārīkh)는 아랍어로 '역사'이자 '날짜를 매기는 일'을 함께 뜻해요. 비루니는 민족마다 해를 세는 방식과 달력이 저마다 다르다는 걸 알고, 그 서로 다른 시간들을 한자리에 모아 나란히 맞춰 볼 수 있게 정리했어요.
반 친구들에게 "올해가 몇 년이야?"라고 물으면 다들 같은 답을 하겠죠.
그런데 세계 곳곳을 돌며 물어보면 답이 제각각이에요.
어떤 사람은 예언자가 떠난 해부터, 어떤 사람은 어떤 왕이 즉위한 해부터 세거든요.
시작점이 다르니 "지금 몇 년"이라는 숫자도 다 다른 거예요.
타리흐(tārīkh)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루는 말이에요.
아랍어에서 이 단어는 '역사'라는 뜻이면서 동시에 '어떤 일에 날짜를 매기는 일'을 가리켜요.
그러니까 타리흐는 단순히 옛날이야기를 모으는 게 아니라, "이 사건은 정확히 언제였나"를 따지고 서로 다른 달력을 맞춰 보는 작업이에요.
알 비루니는 973년 무렵 지금의 우즈베키스탄 호라즘에서 태어난 학자예요.
지구의 크기를 재고 인도 문화를 기록한 천문학자로 잘 알려졌지만, 그가 남긴 146권 가운데 한 갈래가 바로 이 '연대학', 곧 타리흐였어요.
비루니는 998년 카스피해 남쪽 타바리스탄으로 가서 아미르 카부스의 궁정에 머물렀어요.
그리고 1000년쯤 첫 주요 저작을 써냈는데, 제목이 『알아사르 알바키야』예요.
우리말로 옮기면 '지나간 세기들의 잔존 흔적', 흔히 『고대 여러 민족의 연대기』라고 불러요.
이 책이 하는 일을 쉽게 말하면 '달력 대조표 만들기'예요.
페르시아 사람, 그리스 사람, 유대인, 그리스도교인, 옛 아랍인이 각각 해를 어디서부터 세는지, 한 달과 한 해를 어떻게 나누는지, 명절은 언제 지내는지를 하나하나 모았어요.
여러 나라 친구들의 생일을 각자 다른 달력으로 적어 놓고, "그럼 이게 우리 달력으로는 며칠이지?" 하고 나란히 옮겨 적은 큰 표를 떠올리면 돼요.
덕분에 서로 말이 통하지 않던 시간들이 한 페이지 위에서 만나게 됐어요.
'저 민족의 몇 년'과 '이 민족의 몇 년'이 실은 같은 해라는 걸, 이 책을 펴면 짚어 볼 수 있게 된 거예요.
서로 다른 자를 비교하려면 공통 기준이 있어야 해요.
길이가 다른 두 막대를 견주려면 같은 눈금자에 대 보아야 하듯이, 비루니는 여러 달력을 견주기 위해 하늘을 기준으로 삼았어요.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은 어느 민족에게나 똑같으니까요.
그래서 천문학자였던 그에게 타리흐는 아주 잘 맞는 일이었어요.
이 태도는 날짜를 검증하는 데까지 나아갔어요.
비루니는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라도 역사와 천문 계산에 어긋나면 그대로 믿지 않았어요.
예를 들어 사히흐 알부카리에 실린 아슈라 단식에 관한 하디스를, 그는 역사적·천문학적 근거를 들어 반박했다고 전해져요.
"전해 내려오니까 맞다"가 아니라 "날짜가 맞아떨어지는가"를 물은 거예요.
| 보통의 옛이야기 모음 | 비루니의 타리흐 |
|---|---|
| 사건을 순서대로 나열 | 사건에 정확한 날짜를 매김 |
| 한 민족의 기준만 사용 | 여러 민족의 달력을 나란히 대조 |
| 전해진 대로 기록 | 천문·계산으로 어긋남을 검증 |
요즘 우리는 웹에서 '음력을 양력으로 바꾸기' 같은 변환기를 아무렇지 않게 써요.
서로 다른 달력을 하나의 기준에 맞춰 보는 이 발상이, 천 년 전 비루니가 표로 만들어 두려던 바로 그 일이에요.
한 가지 짚어 둘 게 있어요.
비루니를 흔히 '연대학의 대가'처럼 부르지만, 그가 스스로 그런 간판을 내걸었던 건 아니에요.
그는 여러 민족의 시간을 편파적이지 않게 모아 두려 했을 뿐이고, 그 성실함이 후대에 그런 이름을 붙여 준 거예요.
타리흐는 '역사'이면서 '날짜를 매기는 일'이에요.
비루니는 민족마다 해를 세는 방식이 다 다르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알아사르 알바키야』에서 여러 달력을 한 표처럼 나란히 모으고 하늘의 움직임을 공통 기준 삼아 서로 맞춰 보았어요.
전해진 이야기라도 날짜가 어긋나면 그냥 믿지 않았고요.
오늘 우리가 쓰는 달력 변환기 속에, 시간을 정직하게 견주려 한 그의 자세가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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